그때는 국민학교 였다.
국민학교 3학년때인가 4학년 때인가?
학교가 끝나고 2시간쯤 걸어야 집에 도착했다.
산을 넘고 계곡을 건너야 학교에 갈수있었다.
지금은 없어진 시골길.
비가 오면 비 쫄딱 맞고
눈오면 눈싸움 하다가 밤늦게 집에 도착하고
그렇게 6년을 국민학교를 다녔다.
어렸을적 내 별명은 보온밥통이였다.
그때당시 보온밥통이 막 나오던 시절이였는데
텔레비젼에 선전하기를
"
우리아빠는 지각생이에요!
대원 보원밥통~
따뜻해요
고마워요
대원보온밥통~
"
이란 광고가 있었다.
그 오래전 광고를 잊어버리지도 않는다.
학교가 넘 멀어서
비오면 비맞고 가고
동네 친구들이랑 놀다가 가고
그래서 난 늘 지각을 했다.
그래서 붙여진 별명이 보온밥통이였다.
그래도 한번도 나무라진 적이 없으신 선생님~
그 먼거리를 땡땡이 한번 치지 않고 늘 지각하더라도 학교에는 꼭 나오는 나를
선생님께서는 엄청 이뻐하셨다.
그 당시 산 중턱에서 터잡고 도시락 까먹고 놀았던 학생들이 한두명이 아니였다.
또 삼천포로 바졌네~
그날도 오랜시간 걸어서 집에 도착하니
장롱위에 숨겨져 있어야할 빨간 돼지 저금통이 방바닥에 뒤집어 진채 배가 갈라져 있었다.
엉엉 울고 소리쳐 봐도 소용없는 일이였다.
늘상 있은 일이지만 다음번에는 이런일 없겠지 하고
저금해 놓으면
잊어버릴만 하면 우리집 큰오빠가 돼지저금통을 털어서
또 집을 나간것이다.
그때는 어려서 그런가 보다 했드만
60십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소리 소문도 없이 집을 나갔다가 아무일도
없는듯 돌아온다.
그래도 울 아버지는 아무말 하지 않는다.
그져 돌아와준것만으로도 감사한 눈치다.
그런 추억을 뒤로하고
임장을 다니던 어느날 전망이 확트인 위치좋은 집터를 발견했다.
실은 더 좋은 곳을 임장가서 보고 오는길에 혹시나 하고 들린곳이기도 하다.
경치가 너무 맘에 들었고
정자 뒤쪽으로 하천이 흘러서
경치죽이는 곳이 였다.
침을 질질 흘렸다.
얼마를 쓸까 고민고민 하다가
1차에 105%선에서 쓰기로 하고 입찰에 참여했는데
결과는 처참했다.
6천 5백에 응찰한 우리는 꼴등에서 달랑달랑했다.
역시 토지가격을 감으로만 승부하려고 하는 우리 잘못이였다.
같은날 임장갔다 덤으로 보고온 물건도
함께 입찰을 했었다.
항상 토지를 볼때 전망을 우선으로 본다.
집은 엉망이였지만
탁 트인 전망이 날 사로잡았다.
그래서 입찰에 참여했다.
증평에 있는 계획관리지역 대지였다.
집은 곳 쓰러져 가고
재건축해야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듯 했다.
법지권도 성립하지 않겠다.
땅만 미리 사놓고 나중에 건물은 내것으로 만들고
좋은 집 지어서 팔 요량이였다.
단독낙찰이다.
역시 이런 집은 누가 쳐다도 보지 않는 모양이다.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경쟁가가 없느니.
낙찰받고 다음날인가
모르는 전화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여보세용~
저 증평에 있는 토지 소유자 동생입니다.
아 네~ 무슨일이신지요?
실은 제형이 그집 소요자 인데 저희 어머니가 아시면 큰일납니다.
낙찰되고 나니 인제서야 형이 경매로 넘어갔다가 말해줘서 오늘 알았습니다.
참 갑갑하다.
나보고 취하동의서에 싸인을 해달란다.
그래요 전 한번도 팔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제가 집 지어 살려고 낙찰받은 거거든요~(거짓말을 청산유수처럼 한다.)
소정의 수고료는 드릴테니 싸인해 주십시요.
못이긴척하고 그럼 얼마 정도를 생각하시는 지요?
0십만원 드리겠습니다.
어엉~ 뭔 소리~
순간 기분이 엄청 다운됐다.
그러나 표현은 할수없고
그러시면 저 의향과 관계없이 그쪽 에서 하실수 있는 방법을 동원해서
취하 시키세요.
그럼 그렇게 진행하는줄 알고 전화 끊겠습니다.
하고 뚝 끊어버렸다.
참나~ 0십만원 부르고 집터를 흥정할려고 하는 사람을 보니 원 참~~나참 ~
그리고 잊었다.
그런데 담날 전화가 또왔다.
저 지금 사모님 집앞에 도착해 있습니다.
좀 만나시지요?
왜 연락도 없이 오셨어요?
저 지금 지방에 내려와있습니다.(이런 또 거짓말~ 입만벌렸다 하면 거짓말이다)
오늘 저녁늦게야 도착합니다.
어제 각자 뜻대로 진행하기로 하셨는데
왜 오셨어요?
제가 도와드릴 방법이 없는듯하니 그냥 가시는게 좋을듯합니다.
아니 저도 생각해보니 100만원을 드려야 할것같아서 현금을 준비해왔습니다.
흥~
어제 그런말 했으면 내가 그렇게 하세요 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오늘은 하루밤 지나지 않았는가?
아 그러세요.
저는 그렇게 넘겨줄 생각도 없고
이미 저는 컨설팅비로 수백만원을 지불했거든요?
그 금액으로는 제가 막대한 손해를 입습니다.(뭐야~ 또 거짓말을했네~)
아니 아직 소유권 이전도 안했는데는 컨설팅비를 다주셨어요?
원래 일반매매도 소유권이전을 해야 복비 주는건데
컨설팅업체에 전화해서 언능 경매 취하되었으니 돈 돌려 달라고 해란다.
속도 없이 내 그럼 전화해보고 연락드릴께요 ~했다.
전화를 끊고 나니 참 난감했다.
없는 컨설팅업체를 들먹거렸으니 어딘가에 전화를 해야할것같아서
맘 가는데로 전화를 했다.
저기 증평 소유자동생분이 수고비 준다고 취하서 싸인해달라는데
어떻게 하죠?
그랬더니 내짝 왈~
내가 생각했던 금액보다 더 많은 금액을 달라고 말해란다.
난 내 짝이 정말 무섭다~.
그럴까 하고 대답은 했지만
양심상 도저히 그금액은 말할수가 없었다.
암튼 난 전화는 했다.
1시간여동안 뜸을 들이다가
다시 연락을 했다.
저어~~
컨설팅업체에서 이미 결산처리가 되어서 돈을 돌려줄수없다고 하는데요?
죄송합니다만 제가 도와드릴수 있는 방법이 없겠습니다.
그냥 서울로 올라가십시요.
하고 끊었다.
전화상으로 나보고 손해보지 말고 자신들이 주는 돈 백만원이라도 받아서
손해를 만회해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매하면서 수많은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할것이데
사소한 손해를 본다고 그냥 다른사람들 의견에 따라 질질 끌려 갈수는 없지 않은가?
그때 난 처음 알았다.
강제경매로 진행되어서 낙찰이 되면
최고가 매수인 결정이 나기 전이라도
낙찰자 동의없이 취하가 안된다는것을~
만약 낙찰자 동의없이 취하 하고 싶으면 법적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것도.
상대편이 어느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서
난 말짱 도루묵이 될수도 있고
아님 좀더 나은 상황에서 정리할수도 있고
말 그대로 모 아니면 도였다.
단 몇푼이라도 받고 빨리 정리를 할까
아니면 땡전한푼 받을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수도 있는데
어떻게 할까 고민을 잠시잠깐 했으나
애초에 나한테는 아무것도 손에 쥔것도 없이 시작한 것이였으니
잃을것도 없었다.
다만 더 움켜 잡으려고 하는 욕심만 버린다면
얼마든지 배짱은 부릴수 있다.
그래서 난 후자를 선택했다.
상대편을 설득하려고 하지도 않았고
내가 더 가지려고 하지도 않았다.
다만 그 가격에는 제가 싸인을 해드릴수 없으니
선택은 그쪽에서 알아서 하십시요.
죄송합니다. 도움이 되어 드릴수없겠네요.
법무사에게 위임해서 취하절차 밟으시지요.
그쪽이 훨씬 경비도 저렴하게 들것같습니다.
그렇게 상대편에 서서 말해줬다.
말은 그렇게 했으나
난 이미 내가 상대편을 내 뜻대로 이끌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쪽 목소리에서 이미 내기운이 이기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이다.
===
퇴근을 하고 부랴부랴 동사무소에 가서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았다.
싸인해 달라고 또 연락이 올것같은 예감이 들었고
때마침 난 시험공부를 하고 있는 중인터라
더이상 신경쓰고 싶지도 않았다.
인감증명서를 들고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고있었다.
저녁 9시쯤인가 또 전화가 왔다.
사모님 뜻대로하겠습니다.
사모님께서 컨설팅비를 주셨다니
저희가 손해를 드리면 안될것같아서
그 돈을 지불하고 정리하기롤 결정했습니다.
역시나 ~
그러면 그렇치~
밤 10시 30분 쯤인가~
상대편이 도서관으로 찾아왔다.
가지고 온 서류를 작성해서 인감도장 찍어주고
인감증명서를 건네주고
현금 입금처리받고 모든게 끝났다.
덕분에 그 집 딸 하소연 듣자하니
큰오빠가 자꾸 소리소문없이 집을 나가버린단다.
그러다가 1년 아니면 몇달 정도 있다가
아무일 없이 다시 돌아온단다.
지금 그집도 언제 쓴건지 모르지만
집 나갔을때 썼던 돈이 결국 집 까지 팔아 먹게 만들었다면서
하소연을 한다.
결국 돈은 어먼사람이 쓰고
책임은 선한 사람이 진다.
늘 원수같이 살아도
급한일 생기면 언제나 책임지고 달려와주는 이는 가족이다.
그래서 나도 할말이 많은 사람인지라~
오머 그러셨어요?
우리집에도 그런사람 한명 있는데~~
오늘 문득 수십년전에 뒤집어진 빠알간 돼지 저금통이 생각난다.
그러나 자꾸 취하서 써준 그땅이 내 머리속에서 맴맴돈다.
정말 멋진 땅이였는데
자꾸 머리속에서 맴맴 도는것이
빨리 더 좋은 땅을 찾아 허전한 맘을 채워야 겠다.
너무 잘썼나요? ㅋㅋ
잘 봐주셔서 고맙습니다.
오래전 글인데 이렇게 찾아와주시니
고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