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풍성한 사제 배출로 2011년의 물꼬를 텄다.
청주ㆍ인천ㆍ대전ㆍ광주ㆍ전주ㆍ제주교구 등 6개 교구는 11~15일 차례로 사제서품식을 거행하고,
한국교회를 짊어질 새 사제들을 탄생시켰다.
교구 사제서품식 때 함께 사제품을 받은 수도회 새 사제들까지 포함하면 닷새 동안 무려 60명이 하느님의 종으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교구민들의 정성어린 기도와 축복 속에 치러진 사제서품식 현장을 한데 모았다.
○…청주교구는 11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교구장 장봉훈 주교 주례로 사제ㆍ부제서품식을 거행하고,
새 사제 5명과 부제 2명을 배출했다.
이날 서품식을 통해 교구 사제는 교구장 주교를 포함 175명이 됐다.
추운 날씨임에도 체육관을 가득 메운 수도자, 신자 4000여 명은 목자로서 첫걸음을 떼는 새 사제들을 한마음으로
축복했다.
장봉훈 주교는 강론을 통해 "2011년은 최양업 신부 선종 150주년을 맞는 뜻 깊은 해"라며 "새 사제들이 신자들과
고통을 함께하며 마음 아파하고 사랑했던 최 신부님을 닮은 삶을 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품예식을 마친 새 사제들은 출신 본당 신부들이 입혀준 제의를 입고 제단에 올라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첫미사를
공동집전했다. 이날 서품식에서는 2년 전 사제품을 받은 권상우(가경동 보좌) 신부 동생 권상용 신부가 서품돼
눈길을 끌었다. 현재 청주교구에는 형제 사제 15쌍이 있다.
엄은혁 새 사제는 "부족한 저에게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맡겨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신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따뜻하게 돌보는 사제로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김영현 새 사제 어머니 정순옥(가타리나)씨는 "아들이 일반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생활을 하다가 뒤늦게 신학교를
간다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면서 "7년이라는 시간이 무척 길게 느껴졌는데 무사히 과정을 마치고 서품을 받아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했다.
임영선 기자 hellomrlim@pbc.co.kr
○…11일 경기도 부천실내체육관에서 거행된 인천교구 서품식에서는 인천교구 새 사제 17명과 부제 11명을 비롯해
미리내천주성삼성직수도회 사제 3명, 꼰솔라따 선교수도회 사제ㆍ부제 각 1명, 예수성심전교수도회 부제 3명 등
수도회 소속 새 사제 4명와 부제 4명도 함께 품을 받았다.
3형제 중 막내인 김상우 새 사제는 두 살 터울 둘째 형 김상인(로마 유학, 2008년 서품) 신부에 이어 이날 사제품을
받아 인천교구 8번째 형제 신부가 됐다.
김상우 새 사제는 모친 김홍숙(젬마, 2001년 선종)씨와 부친 김태수(바오로, 2003년 선종)씨를 잇달아 잃은 슬픔을
딛고 신학교에 입학해 사제의 꿈을 이뤘다.
김 신부는 이날 부모님을 대신해 정성껏 기도와 뒷바라지를 해준 할아버지 김종석(요셉, 83)씨와 할머니 정연숙
(마리아, 82)씨에게 새 사제로서 첫 안수를 했다.
김 신부는 "아버님 유언대로 어떤 유혹에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참 사제의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경건하고 거룩한 분위기 속에 거행된 서품식은 행사가 끝날 무렵 새 사제 출신 본당 신자들 환호와 박수갈채로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축하객들은 새 사제 얼굴을 담은 대형 현수막을 내거는가 하면 '미친 존재감 ○○○신부님',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 등 드라마 대사와 유행어를 코믹하게 패러디한 축하 문구와 형형색색 풍선을 흔들며 기쁨을 나눴다.
올해 교구 설정 50주년을 맞은 인천교구 사제는 모두 277명(은퇴 주교 포함)으로 늘어났다.
서영호 기자 amotu@
○…"예, 여기 있습니다."
12일 충남 천안 유관순실내체육관. 대전가톨릭대 총장 민병섭 신부가 수품자 19명의 이름을 차례로 호명하자,
수품자들이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느님의 부르심이 완성되는 순간이다.
"주 하느님과 우리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도우심에 힘입어 이 사람들을 뽑아 사제품에 올리겠습니다."
(대전교구장 유흥식 주교)
성가대의 성인호칭기도가 흘러 나오자 수품자들은 바닥에 엎드렸다.
아들을 봉헌한 수품자 부모들도 함께 무릎을 꿇었다.
"어느 시대에도 사제의 삶이 쉬웠던 적은 없었습니다. 하느님이 뒷전으로 밀리는 각박하고 메마른 사회에 복음으로
무장해 세상을 변화시킬 임무를 지녔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유흥식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착한 목자의 삶은 일생을 바칠만한 최고의 삶"이라며 "지금까지 결심한 거룩한 소망이
실현돼 은혜로운 사제생활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홍헌표 새 사제는 "부족한 저를 불러주시고 이끌어 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린다"며 "주님의 종이자 교회의
일꾼으로 봉사하고 섬기는 사제가 되겠다"고 밝혔다.
교구 사제 18명과 함께 사제품을 받은 프란치스코 전교봉사수도회 박동준 새 사제의 어머니 박점순(마리아, 79)씨는
"처음 수도회에 가는 걸 반대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일찍 가도록 도와줄 걸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마음이 기쁘면서도
무겁다"고 말했다.
이날 사제서품식에는 특별히 방학을 맞은 주일학교 학생들이 참가해 축하 분위기를 한층 돋웠다.
이지혜 기자 bonaism@
○…광주대교구는 12일 임동주교좌성당에서 교구장 김희중 대주교와 전 교구장 윤공희ㆍ최창무 대주교를 비롯한
교구 사제단과 수도자, 신자 등 2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사제서품식을 거행하고, 주님의 목자로 새롭게 태어난
새 사제 8명을 축복했다.
김희중 대주교는 미사강론에서 새 사제들에게 실천하는 사제상을 당부하면서 "하느님 말씀을 모든 이에게 전하며
온 힘을 다해 하느님 교회를 건설하는 데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
일반대학을 졸업한 후 뒤늦게 소명을 깨닫고 신학교에 입학했던 방래혁 새 사제는 "예수님께서는 고통받고 소외된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의 눈길을 떼지 말라고 재촉하셨다"면서 "이 말씀을 따라 모든 이를 위해 헌신하는 사제로
살아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추운 날씨에도 서품식 1시간 전부터 성당 안팎을 가득 메운 신자들은 새 사제 탄생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했다.
특히 새 사제를 배출한 본당 신자들과 청년들은 서품식이 끝난 뒤 성당 마당에서 화려하게 꾸민 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새 사제 이름을 연호하며 축제 분위기를 연출했다.
광주대교구 사제는 이로써 253명으로 늘어났다.
박수정 기자 catherine@
○…"사제는 주님의 부르심을 받아 사람을 참된 생명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는 아버지입니다."
전주교구장 이병호 주교는 13일 전주 중앙주교좌성당에서 열린 교구 사제ㆍ부제서품식에서 강론을 통해
"하느님 말씀 속에 보호받고 새로운 빛과 힘을 받아 삶이 끝나는 날까지 아버지로서 직무를 충실히 이행하라"고
당부했다.
이병호 주교는 또 신자들에게 "이 땅에 오신 그리스도의 삶을 이어받아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제들이 주님 은총
속에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많은 기도를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지광 새 사제는 "사랑은 하느님에게서 오기에 모든 것이 변해도 사랑은 영원하다"며 "예수님을 따르는 제자로서
서로 사랑하라는 주님 말씀을 끝까지 놓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그들은 어린양이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따라가는 이들입니다'(묵시 14,4)는 주제로 열린 이날 서품식에서는
새 사제 6명과 부제 4명이 탄생했다.
백영민 기자 heelen@
○…15일 제주시 중앙주교좌성당에서 거행된 제주교구 사제ㆍ부제 서품식에서 유일하게 사제품을 받은 김경민
새 사제는 교구장 강우일 주교와 사제단, 신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닥에 엎드리며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삶을 살 것을 다짐했다.
김 신부는 '오소서 주 예수님'(묵시 22,20)을 수품 성구로 정했다.
강우일 주교는 미사 강론에서 새 사제와 부제 탄생을 축하하며 "그리스도를 닮은 참된 목자가 될 것"을 당부했다.
또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고통받는 이들과 처참히 죽어가는 생명을 위해 기도할 것을 부탁했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악천후를 뚫고 서품식에 참석한 신자들은 새 사제 1명과 부제 2명의 탄생을 한마음으로
기뻐하며 하느님께서 항상 이들과 함께 하길 기도했다.
박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