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제획죽(斷薺劃粥)
냉이를 끓인 국과 굳은 죽을 잘라 먹는다는 뜻으로, 가난 이기고 학문에 힘쓰다
斷 : 끊을 단(斤/14)
薺 : 냉이 제(艹/14)
劃 : 그을 획(刂/12)
粥 : 죽 죽(米/6)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어도 역경에 굴하지 않고 학문을 연마하여 훌륭한 업적을 이룬 선인들의 이야기는 많이 전한다.
빈부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오늘날도 그렇지만 가난 구제는 나라도 하지 못했기에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한 사람들이 많았을 수밖에 없었다.
책 읽을 기름이 없어 반딧불이 빛이나 눈빛을 이용하여 공부했던 형창설안(螢窓雪案)의 차윤(車胤)과 손강(孫康)이나, 안빈낙도(安貧樂道)라 하여 대나무 그릇의 밥과 표주박의 물만 마시고도 의연했던 단사표음(簞食瓢飮)의 안연(顔淵)이 대표적이다.
냉이를 썰어 국을 만들고(斷薺) 쑨 죽을 굳어진 후에 잘라 먹는다(劃粥)는 이 성어도 안연 못지않게 고학한 범중엄(范仲淹)의 일화에서 유래했다.
북송(北宋) 때의 정치가이자 학자인 범중엄은 어려서 부친을 여의고 개가한 어머니를 따라 빈곤에 내몰렸으나 학문을 멀리하지 않았다.
소년으로 자란 뒤에는 어느 절에 들어가 좁쌀죽으로 끼니를 때우며 글을 읽었다. 매일 죽을 쑤어 두었다가 하룻밤이 지나 굳어지면 네 쪽으로 나눠 아침 저녁으로 두 쪽씩 먹었다고 했다. 졸려서 눈꺼풀이 내려오면 찬물을 뒤집어 쓰면서 공부하여 27세 때 처음으로 진사가 됐다.
이후 여러 요직을 역임하면서 내정개혁에 힘썼고, 강직한 성격에 반대파의 농간으로 지방 외직을 오르내리다 변경 수비를 맡았을 땐 서하(西夏)의 침입을 잘 막아냈다. 송사(宋史) 범중엄 열전의 내용이다.
이처럼 범중엄이 왕안석(王安石)에 앞서 개혁을 이끌어 명재상의 표상으로 지칭되지만 실제 이름을 오래 떨치게 한 것은 문학가로서이다.
범중엄이 친구가 지방관으로 있던 동정호(洞庭湖) 서쪽의 누대 악양루(岳陽樓) 중수문을 썼는데 이것이 중국 문명의 보배라고 칭송받는다.
글 마지막 부분에 '천하 사람들의 근심에 앞서서 근심하고, 천하 사람들의 즐거움에 뒤미처 즐긴다.'는 글은 선우후락(先憂後樂)으로 줄여 학문하는 사람으로서 또는 관료로서 가져야 할 지표가 되어 있다.
先天下之憂而憂(선천하지우이우)
後天下之樂而樂歟(후천하지락이락여)
고생 끝에 문명을 날리게 된 사람의 이야기는 이제 옛이야기가 돼가는 느낌이다.
시대의 아픔을 느끼고 대안을 위해 고민하는 문학인들이 베스트셀러를 내고도 생계를 고민한다고 일전에 보도돼 충격을 줬다. '서른, 잔치는 끝났다’의 최영미 시인이 근로장려금 대상이 됐다고 스스로 밝힌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힌 예술인 실태 조사에서 문인들의 연간 수입이 214만 원으로 최저였다. 가난한 환경을 이겨내고 작품에 전념하도록 하는데 국가가 나서 지혜를 모아야겠다.
▶️ 斷(끊을 단)은 ❶회의문자로 부수(部首)를 나타내는 斤(근; 도끼, 끊는 일)과 계(실을 이음)의 합자(合字)이다. 나무나 쇠붙이를 끊다, 일을 해결함을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斷자는 ‘끊다’나 ‘결단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斷자는 㡭(이을 계)자와 斤(도끼 근)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㡭자는 실타래가 서로 이어져 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잇다’나 ‘이어나가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이렇게 실타래가 이어져 있는 모습을 그린 㡭자에 斤자를 결합한 斷자는 실타래를 도끼로 자르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그래서 斷(단)은 (1)결단(決斷) 단안 (2)번뇌(煩惱)를 끊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없애는 일 등의 뜻으로 ①끊다 ②결단하다 ③나누다 ④나누이다 ⑤결단(決斷) ⑥단연(斷然: 확실히 단정할 만하게) ⑦조각 ⑧한결같음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끊을 절(切),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이을 계(繼), 이을 속(續)이다. 용례로는 일단 결심한 것을 과단성 있게 처리하는 모양을 단호(斷乎), 먹는 일을 끊음으로 일정 기간 음식물의 전부 또는 일부를 먹지 아니함을 단식(斷食), 딱 잘라서 결정함을 단정(斷定), 죄를 처단함을 단죄(斷罪), 유대나 연관 관계 등을 끊음을 단절(斷絶), 결단하여 실행함을 단행(斷行), 끊어졌다 이어졌다 함을 단속(斷續), 확실히 단정할 만하게를 단연(斷然), 끊어짐이나 잘라 버림을 단절(斷切), 생각을 아주 끊어 버림을 단념(斷念), 열이 전도되지 아니하게 막음을 단열(斷熱), 주저하지 아니하고 딱 잘라 말함을 단언(斷言), 교제를 끊음을 단교(斷交), 어떤 사물의 진위나 선악 등을 생각하여 판가름 함을 판단(判斷), 막아서 멈추게 함을 차단(遮斷),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여 병상을 판단함을 진단(診斷), 중도에서 끊어짐 또는 끊음을 중단(中斷), 옷감 따위를 본에 맞추어 마름을 재단(裁斷), 옳고 그름과 착함과 악함을 재결함을 결단(決斷), 끊어 냄이나 잘라 냄을 절단(切斷), 남과 의논하지 아니하고 자기 혼자의 의견대로 결단함을 독단(獨斷), 잘라서 동강을 냄을 분단(分斷), 가로 자름이나 가로 건넘을 횡단(橫斷), 창자가 끊어진다는 뜻으로 창자가 끊어지는 듯하게 견딜 수 없는 심한 슬픔이나 괴로움을 단장(斷腸), 쇠라도 자를 수 있는 굳고 단단한 사귐이란 뜻으로 친구의 정의가 매우 두터움을 이르는 말을 단금지교(斷金之交), 베를 끊는 훈계란 뜻으로 학업을 중도에 폐함은 짜던 피륙의 날을 끊는 것과 같아 아무런 이익이 없다는 훈계를 이르는 말을 단기지계(斷機之戒), 긴 것은 자르고 짧은 것은 메워서 들쭉날쭉한 것을 곧게 함을 이르는 말을 단장보단(斷長補短), 남의 시문 중에서 전체의 뜻과는 관계없이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을 따서 마음대로 해석하여 씀을 일컫는 말을 단장취의(斷章取義), 단연코 용서하지 아니함 또는 조금도 용서할 수 없음을 이르는 말을 단불용대(斷不容貸), 떨어져 나가고 빠지고 하여 조각이 난 문서나 글월을 일컫는 말을 단간잔편(斷簡殘篇), 머리가 달아난 장군이라는 뜻으로 죽어도 항복하지 않는 장군을 이르는 말을 단두장군(斷頭將軍), 단발한 젊은 미인으로 이전에 흔히 신여성의 뜻으로 쓰이던 말을 단발미인(斷髮美人), 오로지 한 가지 신념 외에 다른 마음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단단무타(斷斷無他), 단단히 서로 약속함을 이르는 말을 단단상약(斷斷相約), 조금이라도 다른 근심이 없음을 이르는 말을 단무타려(斷無他慮), 무른 오동나무가 견고한 뿔을 자른다는 뜻으로 부드러운 것이 능히 강한 것을 이김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오동단각(梧桐斷角), 어물어물하기만 하고 딱 잘라 결단을 하지 못함으로 결단력이 부족한 것을 이르는 말을 우유부단(優柔不斷), 말할 길이 끊어졌다는 뜻으로 너무나 엄청나거나 기가 막혀서 말로써 나타낼 수가 없음을 이르는 말을 언어도단(言語道斷), 죽고 사는 것을 가리지 않고 끝장을 내려고 덤벼듦을 일컫는 말을 사생결단(死生決斷), 어미원숭이의 창자가 끊어졌다는 뜻으로 창자가 끊어지는 것 같은 슬픔과 애통함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모원단장(母猿斷腸), 시작한 일을 완전히 끝내지 아니하고 중간에 흐지부지함을 이르는 말을 중도반단(中途半斷) 등에 쓰인다.
▶️ 薺(냉이 제)는 형성문자로 荠(제)는 간체자, 萕(제)는 속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초두머리(艹=艸; 풀, 풀의 싹)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齊(제)가 합(合)하여 '냉이(십자화과의 2년초)'를 뜻한다. 그래서 薺(제)는 ①냉이 ②남가새(남가샛과에 딸린 한해살이풀) ③악장(樂章)의 이름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냉잇국으로 냉이를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푼 물에 넣어 끓인 국을 제탕(薺湯), 십자화과의 두해살이풀로 냉이를 달리 이르는 말을 제채(薺菜), 냉이를 끓인 국과 굳은 죽을 잘라 먹는다는 뜻으로 가난 이기고 학문에 힘씀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단제획죽(斷薺劃粥), 아침에는 고사리를 먹고 저녁에는 소금을 씹는다는 뜻으로 몹시 곤궁한 생활을 이르는 말을 조제모염(朝薺暮鹽) 등에 쓰인다.
▶️ 劃(그을 획)은 ❶형성문자로 划는 간체자, 㓰는 속자, 畫는 동자이다. 뜻을 나타내는 선칼도방(刂=刀; 칼, 베다, 자르다)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동시(同時)에 자국을 내다는 뜻을 나타내는 글자 畫(획)으로 이루어졌다. 칼자국을 내서 '나누다'의 뜻이, 전(轉)하여 '구분(區分)'의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劃자는 '긋다'나 '계획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劃자는 畵(그림 화)자와 刀(칼 도)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畵자는 붓을 잡고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표현한 것으로 '그림'이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런데 왜 '계획하다'라는 글자에 칼이 왜 그려져 있는 것일까? 사실 금문에서의 劃자는 刀자가 아닌 人(사람 인)자가 쓰여 있었다. 그러니 劃자는 사람이 붓을 잡고 글이나 그림을 그리는 모습인 것이다. 하지만 소전에서는 글자가 바뀌면서 본래의 의미를 유추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①긋다, 구획하다(區劃--) ②계획하다(計劃ㆍ計畫--), 꾀하다 ③쪼개다 ④(칼로 잘라)나누다 ⑤구별하다(區別--) ⑥열다, 개벽하다(開闢--) ⑦갑자기, 문득 ⑧소리의 형용(形容) ⑨자획(字劃: 글자를 구성하는 점과 획)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어떤 일을 하려고 꾸미거나 꾀함 또는 그러한 꾀를 획책(劃策), 주어야 할 것을 그어줌을 획급(劃給), 꾀를 생각하여 냄을 획출(劃出), 사물이 똑같이 고른 것 또는 한결같아서 변함이 없음이나 줄로 친 듯 가지런함을 획일(劃一), 글자 획의 순서를 획순(劃順), 한결같이 결단하여 정함을 획정(劃定), 일을 함에 앞서서 방법이나 차례나 규모 따위를 미리 생각하여 얽이를 세움을 계획(計劃), 일을 계획함을 기획(企劃), 글자의 원 획수 외에 획을 더함을 가획(加劃), 기와를 헐고 흙 손질한 벽에 금을 긋는다는 뜻으로 남의 집에 해를 끼침을 이르는 말을 훼획(毁劃), 어떤 분야에서 새로운 기원이나 시기를 열어 놓을 만큼 두드러진 것을 획기적(劃期的), 글자의 점 하나와 획 하나라는 뜻으로 아주 작은 부분의 글이나 말 따위를 이르는 말을 일점일획(一點一劃), 냉이를 끓인 국과 굳은 죽을 잘라 먹는다는 뜻으로 가난 이기고 학문에 힘씀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단제획죽(斷薺劃粥), 기와를 헐고 흙손질한 벽에 금을 긋는다는 뜻으로 남의 집에 해를 끼침을 이르는 말을 훼와획만(毁瓦劃墁) 등에 쓰인다.
▶️ 粥(죽 죽, 팔 육)은 회의문자로 그릇에 담긴 음식물(飮食物)을 김이 모락모락 나게 끓임의 뜻이다. 그래서 粥(죽, 육)은 (1)'죽 죽'의 경우는 ①죽(粥: 오래 끓여 알갱이가 흠씬 무르게 만든 음식) ②미음(米飮: 푹 끓여 체에 걸러 낸 걸쭉한 음식) ③죽을 먹다 ④연약하다(軟弱--) ⑤허약하다 등의 뜻이 있고, (2)'팔 육'의 경우는 ⓐ팔다 ⓑ기르다 ⓒ시집보내다 ⓓ내놓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죽과 밥을 이르는 말을 죽식(粥食), 미음이나 죽 따위를 미죽(穈粥), 한 줌의 죽이라는 뜻으로 아주 적은 양의 죽을 이르는 말을 죽일(粥溢), 박죽으로 박의 흰 살을 잘게 썰어 멥쌀과 돼지고기 또는 닭고기를 넣고 쑨 죽을 포죽(匏粥), 닭죽을 이르는 말을 계죽(鷄粥), 우유에 쌀을 넣고 쑨 죽을 낙죽(酪粥), 소의 여물을 이르는 말을 우죽(牛粥), 된죽과 묽은 죽이라는 뜻으로 죽을 통틀어 이르는 말을 전죽(饘粥), 강분을 넣어서 쑨 멥쌀죽을 강분죽(薑粉粥), 백합의 비늘로 된 뿌리줄기를 짓찧어 꿀을 섞어 쑨 죽을 백합죽(百合粥), 방풍나물의 어린 싹을 썰어서 입쌀과 섞어서 쑨 죽을 방풍죽(防風粥), 갈분에 멥쌀가루를 조금 넣고 쑨 죽을 갈분죽(葛粉粥), 죽을 담은 사발 또는 매우 얻어맞거나 심하게 욕을 들은 상태를 속되게 이르는 말을 죽사발(粥沙鉢), 아침에는 밥 저녁에는 죽이라는 뜻으로 가까스로 살아 가는 가난한 삶을 이르는 말을 조반석죽(朝飯夕粥), 냉이를 끓인 국과 굳은 죽을 잘라 먹는다는 뜻으로 가난 이기고 학문에 힘씀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단제획죽(斷薺劃粥)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