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齊) 나라 장군 전귀(田瞶)가 출병을 하게 되자,
장생(張生)이 교외에까지 와서 환송해 주며 이렇게 말하였다.
“옛날 요 임금이 천하를 허유에게 양보하려하자 허유는 귀를 씻고 이를 받지 않았다고 합니다.
장군께서는 이를 알고 있습니까?”
“예 알고 있지요!”
그러면 백이· 숙제가 제후의 지위를 사양하고 받지 않았다고 했는데,
장군께서는 그것도 알고 있습니까?”
“예, 알고 있지요!”
오릉의 중자는 삼공의 지위를 버리고 남의 정원사가 되어 꽃에 물을 주며 살았다는데,
장군께서는 이를 알고 있습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지과가 임금의 동생으로서의 지위를 떠나 성명을 바꾸고 서인이 되어 화를 면하였는데,
장군께서는 알고 있습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또 손숙오가 세 번이나 재상자리를 그만 두면서도 후회하지 않았다는 것을 장군께서는 알고 있습니까?”
“예, 알고 있습니다.”
이쯤 되자 장생이 이렇게 설명하였다.
“이상의 다섯 대부들은 명분상으로는 사양한 것이지만,
사실은 관직의 제의를 받은 것 자체를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지금 장군께서 한 나라의 권세를 다 삼키고 북을 치고 깃발을 드날리며 튼튼한 방패,
갑옷과 예리한 무기에 마음 놓고 휘두를 수 있는 군사가 10만,
심지어 도끼를 들고 주살할 수 있는 권한까지 쥐고 있습니다.
그러니 조심하셔서 선비들이 부끄럽게 여겼던 그 권력으로
남에게 교만히 구는 일이 없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그러자 전귀가 이렇게 고마워하였다.
“오늘 여러 사람들은 모두 술과 안주로 나의 출행을 전별해 주었는데,
오직 선생만은 성인의 대도로써 저를 가르쳐 주시니 삼가여 그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설원(說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