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이민 2기 344. 비수기의 골프
두 달이 넘게 한국에 가 있는 동안 전혀 운동을 하지 못했다.
지금은 무척 더운 날씨이지만 여기 왔으니 공을 안 칠 순 없다.
이글리지 골프장도 지금은 완전 비수기라서 한산하다.
우선 우리 두 내외만 공을 쳤는데 가뜩이나 못 치는데 오랜 만이라 엉성하기 짝이 없다.
너무 더운 시즌이라 cart를 한 대 빌리고 Faldo코스를 돌았다.
무척 덥지만 그래도 공을 칠 때마다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잔디를 걸을 때마다 마구마구 행복해 지는 기분이다.
하늘이 어쩌면 그리도 아름다운지, 그 많은 뭉게구름이 코코넛 나무 위로 피어오르고 드넓은 초록 잔디 위에아무 멀리로 공을 치는 다른 팀이 보일 뿐 한산하다.
어느 홀에선가 잔디를 손보던 인부들이 근처의 망고나무 아래서 막대기로 망고를 따 준다.
내 단골 캐디인 Jane이 그걸 받아들고 우리에게 나누어 준다.
나무에서 갓 따낸 망고라니! 먹으며 웃으며 공 치며 마냥 즐겁다.
이틀 지나 다른 날은 Aoki 코스를 돌았는데 그곳은 또 엄청난 꽃나무의 향연이다.
딱 해마다 이맘 때 만발하는 Fire tree의 꽃들이 온통 불붙는 나무처럼 붉은 꽃들로 장관이다.
오죽했으면 이름이 Fire tree일까? 저절로 감탄이 터져나온다.
꽃나무 아래는 사뭇 떨어진 꽃잎들로 붉은 카펫을 깔아놓은 것 같다.
Jame은 내가 돌아와서 행복하단다. 비수기라 때론 Player를 못 만나 허탕을 친 일도 많은가보다.
이글리지 멤버가 아닌 옆집 크리스티나와 함께 갔는데 1400페소에 사던 바우처가 비수기라 1000페소로 내렸다고 좋아한다.
우리 내외 둘이만 치던 때보다 셋이서 치니 더 더욱 재미있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하루 한 차례씩 소나기가 내리기도 하지만 아직은 건기이다.
한국사람들은 거의 돌아오지 않은 듯, 골프장에도 성당에도 사람이 없다.
7~8월엔 한국이 본격적으로 더우니까 많이들 돌아올 것이다. 벌써 누구누구는 이달 말에 온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첫댓글 골프의 천국(?)
한국에선 더워서, 부킹이 어려워서, 비싸서.................
골프를 즐길 줄 아는 이들에게는 최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