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언제나 기도하고 용기를 잃지 말아야 한다고 비유를 들
어 가르치셨다. 2 "어떤 도시에 하느님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거들떠 보지
않는 재판관이 있었다. 3 그 도시에는 어떤 과부가 있었는데 그 여자는 늘 그를
찿아 가서 `저에게 억울한 일을 한 사람이 있습니다. 올바른 판결을 내려 주십
시오` 하고 졸라댔다. 4 오랫동안 그 여자의 청을 들어 주지 않던 재판관도 결
국 `나는 하느님도 두려워하지 않고 사람도 거들떠 보지 않는 사람이지만 5 이
과부가 너무도 성가시게 구니 그 소원대로 판결해 주어야지. 그렇게 하지 않으
면 자꾸만 찿아 와서 못견디게 굴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6 주
님께서는 계속해서 말씀하셨다. "이 고약한 재판관의 말을 새겨 들어라. 7 하느
님께서 택하신 백성이 밤낮 부르짖는데도 올바르게 판결해 주지 않으시고 오랫동
안 그대로 내버려 두실 것 같으냐? 8 사실 하느님께서는 그들에게 지체없이 올
바른 판결을 내려 주실 것이다. 그렇지만 사람의 아들이 올 때에 과연 이 세상에
서 믿음을 찿아 볼 수 있겠느냐?"
- 묵 상 -
오늘 복음의 비유는 기도의 항구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즉 늘 기도해야만 인자
가 올 때...믿음을(8절)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유의 이야기(2-5절)는 당
시 팔레스티나에서 흔히 경험하던 일이다. 당시에는 율법학자가 재판관으로 행세
하였다. 그런데 어느 과부가 억울한 일을 당하여 여러 차례 재판관을 찾아갔지
만 그는 그 사건을 다룰 생각마저 하지 않았다. 이 재판관은 불의한 재판관으로
권력이나 뇌물로 손을 쓰지 않는 한 그 소송을 해결해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
서 이러한 재판관들을 당시에 고기 한 접시에 정의를 굽는 자 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 과부는 배경도 없고 뇌물로 바칠 재산도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
러한 재판관으로부터 공정한 판결을 얻어낼 가망은 전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과부에게는 하나의 무기가 있었다. 바로 끈질긴 집념이었다. 결국 과부는 끈
질기게 간청하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 마침내 재판관은 과부의 청을 들어주
었다고 한다. 재판관이 두려워했던 것은 성가시게 계속 찾아와 괴롭게 졸라대는
것(5절)이었다.이렇게 불의하고 탐욕적인 재판관도 과부의 끈질김에 지쳐서 공정
한 판결을 내려주었다면, 하물며 하늘에 계신 사랑의 아버지께서는 자녀들에게
필요한 것을 주시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를 알고 그것을 마련해 주려고 한다. 왜냐하면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
고 필요한 때에 그것을 해주고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때가 있다. 마치 어린 자녀들이 자신에게 지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우리가 기도를 하여도 들어주시지
않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되었다고 해서 믿음을 저버리는 경우도 있
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환난에 처해서도 믿음을 찾아볼 수 있겠느냐(8절)고 하신
다.
그러나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필요한 것을 내가 아는 것보다 더 잘 알고 계시
는 분이시다. 우리는 내일, 아니 몇 시간 후에 일어날 일도 알 수 없는 부족한
인간이다. 또 그만큼 나 자신에 대해서도 아는 것이 없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렇
게 믿음을 가지고 기도할 수 있어야 한다. 하느님께서는 나에게 필요한 것을 나
보다도 잘 아시는 분이시니, 나의 기도를 당신이 원하시는 풍성한 방법으로 언젠
가는 이루어주실 것이라고 생각하며 기도하는 것이다. 물론 끈질긴 집념을 가지
고 기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당신 뜻대로 하소서! 라고 그분께 맡길 수 있어
야 한다는 것이다. 이 때에 우리의 기도는 언젠가 유효한 기도가 될 것이고 자신
의 신앙도 굳게되리라고 말씀하신다.
항상 기도하는 자세를 갖도록 하고 그 기도가 하느님의 뜻에 합당하고 또 영광
을 드러낼 수 있는 기도가 되도록 해야 하겠다. 내가 원하는 대로보다는 하느님
께서 원하시는 방법으로 나에게 풍성히 이루어주시도록 맡겨드리는 자세를 가지
고 기도하며 그분께 나아가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