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숙도 탐조 동선
이월 둘째 토요일은 갑진년 설날이었다. 금요일에 이어 월요일까지 나흘 연휴 가운데 이틀째다. 아침에 떡국과 나물이 오른 상차림을 대했다. 떨어져 사는 두 아들 녀석과는 전화로 안부가 오가고 어느 훗날 상경해 보기로 했다. 고향을 지키는 큰형님은 그제 성묫길에 찾아뵈어 인사를 나누고 왔다. 설날 아침 흩어져 사는 형제 조카들과 직접 대면하지 않아도 안부 전화가 오갔다.
날이 밝아온 아침 카톡으로 안부를 나누는 지기들에게 ‘까치 아파트’라는 시조를 보내놓고도 용띠 해를 기려서 ‘금초원 운룡매’로 하나 더 넘겼다. “금초원 뜰에 자란 한 그루 매실나무 / 곡이 진 가지들은 옹글고 비틀어져 / 구름 속 하늘로 솟는 용을 보는 듯하다 // 꽃눈은 때를 맞춰 절기에 순응해서 / 대한에 부푼 망울 입춘에 꽃잎 펼쳐 / 달달한 향기 뿜으니 벌이 찾아 노닌다”
섣달그믐이었던 어제 도청 뜰과 창원대학 캠퍼스를 둘러 사림동 주택지에서 창원의 집과 봉림사지 근처로 산책을 다녀왔다. 입춘 절기답게 연못가 수양버들은 수액이 오르면서 가지가 늘어지고 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창원의 집 홍매화는 붉은 꽃잎을 펼치고 분재원의 운룡매도 하얀 꽃을 피워 벌들이 날아와 꼼지락거렸다. 벌들은 꽃가루를 모은다고 몸살을 할 듯했다.
아침나절 집에서 머물다가 이른 점심을 먹고 동선이 길게 예상되는 산책을 나섰다. 아파트단지를 벗어나 원이대로로 나가 창원대학에서 장유로 넘나드는 770번 버스를 탔다. 대중교통은 설날 연휴에도 정해진 출발 시각 정상 운행했다. 시내를 벗어나기까지 몇몇 승객이 오르내려 창원터널을 지난 장유농협 앞에서 내렸다. 내가 목표로 하는 을숙도로 가려고 하단행 버스로 갈아탔다.
율하를 지나 조만포에서 경마장이 나오고 행정구역은 부산으로 바뀌었다. 명절이라 승객은 많지 않아도 외국인이 더러 보였다. 필리핀이나 베트남 청년들로 짐작되었는데 명절이라 나가던 직장은 며칠 쉬는가 싶었다. 서낙동강에서 배수장 수문을 지나자 윤슬로 빛나는 수면이 펼쳐졌다. 가덕도 야당 대표 피습으로 언론에 주목받은 강서경찰서에서 명지 포구를 지나니 을숙도였다.
을숙도 경관 안내소에는 관광객 편의를 돕는 전동 카트를 운행했는데 탑승하지 않고 그냥 걸었다. 설날을 맞아 생태공원을 찾아온 이들이 더러 보였다. 하굿둑을 빠져나온 강물은 다대포로 흘렀는데 마침 초하루 썰물로 수위가 낮아지는 때였다. 강폭이 넓어진 사하 장림공단 일대는 설 연휴에도 생활 쓰레기 매립장에서 수증기인지 연기인지 모를 하얀 김이 뭉실뭉실 피어올랐다.
을숙도 생태 탐방로를 따라 남단 탐조대로 가니 흩어진 벼 낱알을 먹으려는 큰고니와 오리들이 오글거렸다. 조금 전 트럭이 지나더니 공원 관계자가 갯벌 가장자리에 철새 먹이로 곡식을 뿌려준 듯했다. 썰물로 갯벌이 드러나자 고니와 오리들은 좁다란 수로에 줄을 지어 대기하다시피 했다. 날이 따뜻해지면 본향으로 떠나는 먼 비행에서 소진될 열량을 비축해둬야 할 녀석들이다.
을숙도대교가 포구와 맞닿은 명지 신도시는 고층 아파트가 숲을 이루었다. 명지 포구 인근 기수에 해당하는 상당 구역은 철새 보호구역이라 일반 탐조객은 드나들 수 없게 막혀 있었다. 개방된 탐조 동선에서 옛 두 다릿발이 있던 현장을 거쳐 철새 서식지로 가니 색이 바랜 물억새와 갈대 무성했다. 갯버들은 수액이 오르는 기미를 보이고 볕 바른 자리는 쑥을 뜯는 이들도 있었다.
철새 서식지 탐방 동선은 야생동물치료 재활센터로 이어졌다. 피크닉장으로 꾸며놓은 넓은 초화원에는 겨울을 이겨내고 생기를 찾아가는 보리싹이 파릇했다. 생태공원을 벗어나 하굿둑을 거쳐온 차도에서 육교를 건너 하단을 출발해 장유로 가는 버스를 탔다. 아까 서낙동강 배수문과 경마장을 지나니 조만포였고 수가리와 응달을 거쳐 장유로 와 창원터널을 통과하는 버스를 탔다. 24.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