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환경 수세미 많이 쓰잖아요.
처음엔 언니가 몇장 주고 또 동료가 또 주고 해서 써봤는데 모양도 예쁘고 떠준 사람의 정성이 느껴져서 쓸때마다 좋더라구요
수세미 한장도 알록달록 코바늘로 정성껏 떠서 쓰는 아름다움이 참 소중하죠.
그런데 작년에 후배가 수세미 농사 지었다고 잘 펴서 말린 진짜 수세미 하나를 주었어요.
정성이야 갸륵하다만 모양이 그러하니 부엌 어디에 쳐박아 두었다가 마침 쓰건 수세미가 떨어져서 쓰게 되었지요.
어? 근데 이게 정말 좋은거예요.
환경 수세미도 좋고 모양도 예쁘지만 털실 자체가 화학제품인데 비해 이 수세미는 천연재료라서 그런지 손에 느껴지는 감촉이
얼마나 좋던지요.
설거지 할때마다 감동 또 감동 하게 되더군요.
그래서 얼마전 후배 만났을 때
" 그 수세미 너무 좋더라 올해 농사 많이 지어서 더 줘"
했더니 저보고 직접 가꾸랍니다.
"뭐?"
내가 땅이 있나 돈이 있나 어디다 심는단 말인가?
주기 싫음 말아라 했는데
지난 주 우리 동네 시장에 갔더니 모종들을 파는 거예요.
그냥 지나는 말로 "수세미도 있어요?" 했는데 정말로 있어서 5 포기를 사왔지요.
그리고 집 베란다에서 며칠 지내다 모종을 들고 직장에 가져 갔어요.
우리 집 보다야 여기가 넓지 했는데 그곳도 마땅한 곳이 없더군요.
미리 찜해둔 울타리는 어느새 칡덩굴이 점령했고 다른 쪽 울타리는 줄장미 구역이고
길 가운데 심을 수도 없고....
근데 옆에 계신 선배님이 도와 준다고 해서 모자 쓰고 물통 들고 꽃삽들고 따라 갔는데
그게 장난이 아니더군요.
꼴랑 모종 5 포기 심는데 땅이 안좋다고 흙 퍼오라고 해서 꽃삽들고 큰 양동이에 한가득 퍼서 나르는데
들어 올리지도 못하게 무겁더군요.
흙이 그렇게 무거웠었나?
삽 한자루도 없이 꽃삽들고 에고 내 팔자야.
선배님이 심으라고 한곳은 빈터 한가운데예요.
아니 호박도 아니고 한가운데 우찌?
나중에 나무를 잘라다 집을 지어주신다네요.
이렇게 고마울수가....
물까지 길어다 주고 땡빛에 겨우 모종 5포기를 무사히 심었습니다.
이제 잘 가꾸기만 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마침 오늘 봄비가 와서 더 잘 자라겠다 하고 기뻐했는데
오후에 가 봤더니 아니 어떤 넘이 한 뿌리를 뽑아 버렸어요.
엉엉엉~
내 이쁜 수세미를 어느 넘이 망치다니 이럴 수가....
그래도 남은 4 포기는 아주 이쁘게 비 맞고 있더군요.
저는 이 수세미를 잘 키울겁니다.
정성껏 가꾸어서 가을에 수세미 물도 받아 화장품도 만들고
수세미 영글면 말려서 친구들과도 나누어 쓸거에요.
수세미는 오늘 밤도 꿈꾸며 잠들겠지요.
첫댓글 애써심은 수세미 고운풀님의 마음만큼 무탈하게 무럭무럭 크기를 기대합니다...
참 마음이 아름다우신 분 같습니다..^^*
저야 가사일이라고는 뒷전이니 수세미가 뭣에 쓰는 물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글을 보니 자연을 아끼며 환경을 소중하게 여기는 고운풀님의 이쁜 맘이 그대로 베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