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밤, 오늘 새벽에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으로
윤석열의 '비상계엄 촌극'을 지켜보신 회원분들,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직 끝이 아닙니다만)
어제 비스게에서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듣고,
사태를 계속 지켜보면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더군요.
잠든 딸내미들을 보면서
'아침에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됐습니다.
다행히 깨어있는 시민들과 야당이 기민하게
대응하고, 사실 상 계엄군 장병들도 적극적으로
개입하지는 않아서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 것은
막은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잠을 1시간 정도 밖에 자지 못 해서 지금 눈알이
핑핑 도는 상황입니다.
피곤함에도 휴대폰 알람 소리를 듣자 눈이 번쩍
뜨였고, 바로 거실로 나와 TV를 틀었습니다.
끝날 때까지는 끝난 게 아니다.
윤석열이라는 모자란 인간이 어떤 짓을 할 지
모르기에 심각하게 특보 뉴스를 시청했습니다.
만 3세 막내 딸내미가 눈을 비비며 일어나
거실에서 TV 시청을 하고 있는 제 옆에 다소곳이
기대더군요.
귀여운 딸과 맞는 아침이 비극적 아침은 아니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제가 심각하게 특보 뉴스를 계속 보고 있으니까
막내도 같이 TV를 보다가 제게 묻습니다.
# 막내 : (윤 대통령을 가리키며)
아빠, 저 할아버지 누구야?
# 나 : ................ (부글부글)
# 막내 : 저 할아버지 누구야, 아빠?
# 나 : (한숨 쉬며) 어...그냥 이상한 아저씨야.
# 막내 : 왜 화가 나 있는 거 같아?
# 나 : 모르겠네.
(뉴스 화면 전환)
(국회 앞에서 대치하고 있는 경찰과 시민들)
# 막내 : 어, 경찰 아저씨들이다.
# 나 : 그러네.
# 막내 : 왜 저 사람들(시민들)하고 경찰 아저씨들하고
싸우고 있어?
# 나 : ............아, 그게......
# 막내 : 도둑 잡는 거야?
# 나 : 아, 그건 아니야.
# 둘째 : 그럼 왜 싸워?
# 나 : 어, 슬픈 일이 있었는데, 사람들이 화가 나서
경찰 아저씨들이 말리고 있는거야.
(최대한 순화 ㅠㅠ)
하이고...그 쪼그만 딸내미랑 이런 대화를
하게 만들다니.
초딩 4학년인 첫째 딸도 등교 준비로 바쁜 와중에
휙~휙~ 지나가며 TV를 보다가, 우유를 마시며
제게 물어봅니다.
# 첫째 : 무슨 일 있어? 대통령이 계속 나오네.
# 나 : 어, 새벽에 좀 큰 일이 있었어.
# 첫째 : 그래? 무슨 일?
# 나 : 지금 자세히 말할 순 없고, 대통령 아저씨가
아주 큰 사고를 쳤어.
# 첫째 : (알쏭달쏭하다는 표정) 잉?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
나 중학교 가야 대통령 바뀐다며?
# 나 : 으음...아냐. 더 일찍 바뀔지도 몰라.
# 첫째 : 그래??
첫째 딸내미는 뭔가를 더 묻고 싶은 눈치였으나,
등교 시간이 촉박해서 부랴부랴 나갔습니다.
둘째야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아이니
그러려니 합니다만,
첫째가 오늘 일어난 일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보면
뭐라고 답해줘야 하나 ... 곰곰히 정리하고
생각해 놔야겠습니다.
에혀
첫댓글 저는 딸아이가 얼마 전에 박정희, 전두환에 대한 책을 봤는데 윤석열이 비슷한 걸 하려고 했다라고 알려주려구요~ㅎㅎ
어제밤에 아들 딸이랑 같이 보다 계엄해제 요청 보고 아이들은 안심하며 잠이 들었도 전 새벽 2시쯤 잤다고 5시에깨서 출근했네요. 중1에 초4라 이해시키기는 쉬웠는데 아이들에게 못볼걸 보여준건 아닐까하는 자괴감도 들고 마음이 씁쓸한 새벽이었습니다. 앞으로 일어날일도 아이들에게 잘 이해시켜 투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할려고하네요.
곧 세돌인 제 딸은 "내 꺼 틀어줘" 라고 해서 틀어 드렸습니다...
저희 큰아이(초5)도 계엄령이 뭐냐고 한국대통령 무슨일 있었는지 물어보는데 대답하기 힘들었네요.
학교가서 담임선생님한테 물어보겠다고 등교는 했는데 이게 무슨 나라망신이지 하아 ㅠㅠ
제 중1 큰딸은 다음주에 시험이라 시험공부하고 늦은 밤에 왔는데 학교 못가는거 아니냐며 걱정하더라구요.., 얼마전에 알려준 삼권분립을 다시금 상기시켜주면서 너무 걱정하지말라고 했습니다.
작은딸도 계엄이 뭐냐고 물어보고요..
아내는 이렇게 어린 아이들을 불안하게 만든 윤을 그만두게 해야한다고 해서 맞장구쳐줬습니다.
어제밤 학원 다녀오고 잘 준비하던 중2 큰딸이 자려고 하는데 친구들과 문자 주고 받으면서 안방에 들어와 같이 저 쌩쇼를 시청했습니다. 학원 친구들 따로, 반 친구들 따로 같이 모여있는 단톡방이 있는데 아이들이 다들 분개해 하면서 우린 언제 투표하냐 이러더라구요..
저도 아침 뉴스 보면서 오늘 초1 아들내미가 계엄령이 뭐냐고 물어봐서 대통령이 우리나라 군인 아저씨들한테 우리나라 사람들 잡아가게 하는 거라고 얘기해줬습나다. 그 얘기 듣더니 아들이 '대통령 나빴네' 그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