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은 광고는 어떤 것일까. 매우 `광고스럽게` 만들어진 것일까, 아니면 사람들이 눈치조차 못 챌 만큼 광고스럽지 않은 광고일까.
작가가 글을 쓰지 않고 여행을 떠났다. 사람들은 그를 보고 작품 활동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돌아온 뒤 여행을 통해 보고 듣고 감동한 경험으로 더 훌륭한 작품을 만든다. 그렇다면 그의 여행은 작품 활동이 된다. 여행과 글쓰기는 다른 행동으로 보이지만 두 가지 모두 `작품`이라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요즘엔 광고도 이런 시도들을 많이 하고 있다. 사람들이 보기엔 광고를 하지 않는 것 같다. 어디에도 상품에 대한 메시지는 없다. 그저 웃고 감동하게 도와줄 뿐이다. 하지만 남는 건 그 브랜드에 대한 호감이고 좋은 인상이다. 광고는 아니지만 `브랜딩`이라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광고하지 않고 광고하는 것`, 대신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것이 전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다.
2013년 칸광고제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IBM. 그들은 `Smarter Cities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색다른 옥외 광고를 집행했다. IBM이라는 브랜드는 보이나 제품에 대한 메시지는 없다. `Smarter ideas for smarter cities(더 똑똑한 도시들을 위한 더 똑똑한 아이디어)`라는 짧은 메시지가 전부다. 하지만 광고보다 더 흥미로워 보인다.
광고를 벤치처럼 만들어 누구나 앉아서 쉴 수 있게 만들었는가 하면 광고보드 윗부분을 둥글게 해 비가 오면 잠시 피할 수 있는 처마가 되도록 했다.
제품에 대한 메시지 대신 경험을 만들어 마음을 움직이고 있다. 비가 오는 오후, 미처 우산을 갖고 나오지 못했을 때 IBM이 만들어준 처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만들어준다.
독서를 권하는 광고는 늘 뻔하다. 책의 이로움을 얘기하거나 책이 얼마나 좋은 내용을 담고 있는지 전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광고스러움`을 벗으니 더 큰 설득력을 갖는다. 사람이 많이 오가는 지하철. 누구나 그곳에서의 시간을 유용하게 쓰고 싶어 한다. 부족한 잠을 잠시 보충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고 음악을 듣기도 한다.
마이애미 애드스쿨 학생들은 이 점에 착안해 `Underground Library(지하철 도서관)`를 만들었다. 지하철 안에 책장이 인쇄된 포스터를 붙인 후 휴대폰으로 포스터를 스캔해 전자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쉽게 책을 습득할 수 있으니 누구나 부담 없이 책을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Underground Library`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한참 전자책을 읽다가 가장 재미있는 절정 부분, 책은 갑자기 끝난다. 그리고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재미있는 부분을 이어서 읽으려면 뉴욕 공공 도서관으로 가라고. 그리고 자신이 있는 곳에서 어디로 가야 도서관을 갈 수 있는지 위치까지 알려준다. `책 읽는 사람`을 만드는 광고. 하지만 광고인지 아닌지 헷갈리기도 하는 광고. 이렇게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 요즘의 광고다.
서울은 삭막하다. 피맛골 같은 운치 있는 골목이 사라지고 거대한 빌딩들이 그곳을 채웠다. 고향집 같은 뜨락을 갖고 있던 밥집은 없어지고, 빌딩 1층 31호가 된 밥집은 예전 같은 운치를 느끼긴 힘들다. 그래서 맛까지 없어졌다고 하는 이도 있다. 사람을 아름답게 만들겠다고 약속하는 화장품, 빌리프(belief)는 그런 도시에 변화를 만들기로 했다. 이름 하여 `촉촉 프로젝트`. 도시를 더 촉촉하게 만들겠다는 약속 아래 43명의 아티스트를 모집했다. 그들은 흉하게 방치된 골목이나 배관이 드러난 지저분한 벽, 회색빛만 가득한 곳에 그림을 채웠다.
갑자기 골목에서 고릴라가 등장하고 계량기는 재미있는 캐릭터의 얼굴이 되고 얼기설기 벽에 설치된 파이프를 빨대처럼 마시는 물개가 등장하기도 한다. 마치 원래 거기 있었던 듯 배경과 잘 어우러져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이 작업은 몇 달에 걸쳐 서울 곳곳에서 진행되었고, 예뻐진 골목은 사람들의 사진 속 배경이 되었다. 많은 이들이 서울 거리 곳곳에서 이 그림을 볼 것이고, 그럴 때면 재미있는 그림에 미소 지을 것이다. `피부를 촉촉하게 하겠다`고 말하는 대신 도시를 촉촉하게 만듦으로써 브랜드를 알린다.
사람들은 단순히 소비자에 머물지 않는다. 원하는 정보를 습득하고 비교하고 경험한 후 소비를 권하기도 하고 반대 의견을 내기도 한다. 블로그에 개인의 경험을 올림으로써 때론 광고보다 더 진실한 힘을 갖는다. 그러니 광고는 계속 광고로 머무를 수가 없다. TV를 벗어나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가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
전 세계 어린이에게 동심을 심어주는 산타클로스는 코카콜라의 작품이다. 1931년 그들이 만든 푸근한 이미지의 산타는 많은 이의 마음을 움직였고, 코카콜라를 떠나 전 세계인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비록 처음엔 코카콜라를 들고 등장했지만 북극 산타마을 로바니에미에 가도 코카콜라 빨간색 옷을 입은 몸매 푸짐한 산타클로스가 앉아 있고, 크리스마스 카드에도 같은 모습이다. 이젠 크리스마스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다. 지금은 아무도 산타클로스를 보고 코카콜라를 떠올리진 않지만 광고보다는 이야기를 만들어준 대표적인 시초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