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겸손은 오만보다 방자하다 / 청송 권규학
인류가 꿈꾸는 세상, 21세기
많이도 가꾸고 이뤘습니다
하지만, 세상은 아직
알지 못하는 것 투성이입니다
집중하면 하나는 잘 보이겠지만
하나만 집중하면 다른 것을 볼 수가 없다는
끝이 없는 사람의 욕심
끝 모르고 치닫는 인간의 욕망
축록자 불견산(逐鹿者 不見山)
확금자 불견인(攫金者 不見人)*이거늘
참으로 답답하고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숲을 중시하면 나무를 볼 수 없고
나무를 중시하면 숲을 볼 수 없습니다
숲과 나무를 동시에 봐야 하듯이
바람과 구름과 비
땅과 하늘과 바다를 동시에 봐야 합니다
과도한 겸손은 오만보다 방자하다지만
자연이 만들어낸 겸손한 기경(奇景)은
인간의 오만을 초라하게 만들곤 합니다
정녕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일입니다
인간이 발버둥 쳐도 오를 수 없는 경지를
자연은 그 자체만으로도 지니고 있기에.(211120)
* 축록자 불견산 확금자 불견인(逐鹿者不見山 攫金者不見人)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인 '열자(列子)의 8권 8편 중 한 편인 ‘설부편(說符篇)’과
중국 남송의 선사 허당의 어록을 정리한 ‘허당록(虛堂錄)’에 나오는 이야기로
'사슴을 잡으려다 산을 보지 못하고, 돈을 좇느라 사람을 보지 못한다'는 뜻으로
'사람이 보이지 않으니 부끄러움을 모르고, 양심을 잃어 그 모습이 못내 추해진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