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불행한 사람도 감사의 마음을 누군가에겐 표현했을 것이다.
"가장 축복받는 사람이 되려면 감사하는 사람이 돼라!"는 캘빈 쿨리지의 말이 떠오른다.
"하늘은 나에게 희생과 노력으로 이루어낸/ 내 작은 성취마저 허물어 버리셨다/ 낡은 것을 버리고 나날이 새로워지라고// 하늘은 나에게 탐낼만한/ 그 어떤 것도 주지 않으셨지만/ 그 모든 씨앗이 담긴 삶을 다 주셨으니/ 무력한 사랑 하나 내게 주신/ 내 삶에 대한 감사를 바칩니다" 박노해 시인의 '삶에 대한 감사'라는 시 일부분이다.
어릴 적 시골에 살면서 어머니가 한 말이 떠오른다. 몽실 할머니가 장에 갔다가 고등어 한 손을 들고 집에 왔다.
"모레가 니 아베 생신이다. 부엌에 갔다 놔라!" 하고는 가셨다.
밭에 나갔다 돌아오신 어머니한테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니는 뭐라 캤는데?"
"지는 입 다물고 받기만 했는데?" 그 이후는 말하고 싶지 않다. 빗자루로 힘들게 맞았다.
"니는 입 놔두고 어데 솔라카노! 이 노므 자식아!"
결국 어머니가 하라는 대로 밤인데도 물 건너에 있던 몽실 할매네 집에 가서 잘 먹겠다는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왔다.
며칠 뒤 어머니는 길에서 몽실 할머니를 만나더니 두 손을 잡고 연신 고개를 숙이면서 극진히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 이후 감사에 대한 마음은 표현해야 된다는 것을 알았다.
말을 하지 않고 마음속으로 한다면 상대는 알 수가 없다.
좋은 말은 많이 할수록 에너지의 원천인 엔도르핀이 솟구친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의 마음 중에 쉽게 늙어가는 것이 감사하는 마음"이라고 했다.
나 자신도 나이가 들어갈수록 고마움에 인색하다는 것을 스스로 느낀다.
감사한 마음을 계속 유지해 나간다는 것이 쉽진 않다. 하지만 "범사에 감사하라!"란 종교적인 힘을 빌리지 않더라도 먼저 자신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면 된다.
스스로 그런 마음을 가지면 타인이나 모든 사물에게도 감사의 마음이 생겨난다.
이시형 박사가 아침에 눈뜨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무엇인지 기자가 물었다, "눈 뜨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말을 먼저 한다고 했다.
나이 드신 분들은 이 말에 다들 공감하실 것이다.
현대 사회를 살면서 감사의 상반되는 말들을 자주 듣고 산다. 각박하다는 소리, 불평과 불만의 소리도 들린다.
시기와 질투의 소리도 들린다. 욕구불만은 언제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이런 것 들을 단번에 잠재울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이다.
"이 만큼이라도 남겨 주셨으니/ 얼마나 좋은가!/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 얼마나 더 좋은가!" 나태주 시인의 '감사'라는 시 전문이다.
감사하는 마음은 작고 크고, 좁고 넓고, 많고 적음이 아니다. 조그만 것이거나 보잘것없는 것에서도 고마움과 감사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아침에 일어나 문 밖으로 나서면 이름 없는 풀꽃에도, 새에게도, 길고양이에게도, 하늘의 구름에게도, 버티고 서 있는 나무에게도 "네가 나를 반기는구나! 고맙다!"라고 감사의 마음을 가질 때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