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됨됨이 / - 박경리 -
가난하다고
다 인색한 것은 아니다.
부자라고 모두가
후한 것도 아니다
그것은 사람의
됨됨이에 따라 다르다.
후함으로 하여
삶이 풍성해지고
인색함으로 하여
삶이 궁색해 보이기도 하는데
생명은 어쨌거나
서로 나누며
소통하게 돼 있다.
그렇게 아니하는 존재는
길가에 굴러 있는
한낱 돌멩이와 다를 바 없다.
나는 인색함으로 하여
메마르고 보잘것 없는
인생을 더러 보아 왔다.
심성이 후하여
넉넉하고 생기에 찬
인생도 더러 보아 왔다.
인색함은 검약이 아니다
후함은 낭비가 아니다
인색한 사람은
자기 자신을 위해
낭비하지만
후한 사람은
자기 자신에게는
준열하게 검약한다.
사람 됨됨이에 따라
사는 세상도 달라진다.
후한 사람은
늘 성취감을 맛보지만
인색한 사람은
먹어도 늘 배가 고프다
천국과 지옥의 차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Q-zb9zCj0pk
수담나누기
승부를 떠나야하는데
난 아직
오늘은 주암 바둑학교에서 동호인 바둑대회
목욕이나 하고 가야겠다며
택시를 불렀다
받지 않는다
두어번을 전화하니 그때서야
여긴 8시 넘어 택시가 운행한단다
택시 불러타고 목욕장에 갔는데 보일러 고장이라며 목욕장이 문을 열지 않았다
그럼 마을 방송으로라도 알려주지..
다시 택시를 부르니 김기사님 택시가 바로 왔다
아직 다른 택시들은 나오지 않았단다
동물들 챙겨주고 밥한술
난 아침을 먹어야 힘을 쓴다
오늘은 전남바둑협회장기 바둑대회
우리 노령바둑회에선 김사범님 재봉동생 전총무 내가 출전하기로
재봉동생 차로 주암에 있는 한국 바둑중고등학교로
한국바둑 중고등학교는 특성화 고등학교란다
일반 학교지만 프로기사와 연구생들이 있어 특별히 학생들을 지도한다고
도착하니 이미 많은 분들이 와 있다
22개 시군에서 120명이 참석하는 큰 대회다
바둑학교 대강당에
주최측에서 이미 자리 배정
한 팀이 13명씩
팀명을 ‘전라남도 바둑협회’ 글자에서 한자씩 따 정했다
난 ‘라’팀
노령회에서 출전한 분들도 각각 다른 팀으로 배정되었다
차한잔 마시고 자리에 앉으니 간단한 대회식
전남 바둑 협회 회장님의 대회사와 주암 바둑학교 교장님의 축사
모두 즐겁게 수담 나누시라고
바둑은 이기고 지는 것보다 내가 얼마나 최선의 수를 찾아냈는가에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
첫판을 ‘전’팀과 두었다
네가 백
상대가 포석부터 변칙수를 들고 나온다
모른척 내 돌의 안정을 취하며 변으로 크게 크게 벌려가니
상대가 뛰어들어 온다
들어 온 돌을 억지로 잡으러들지 않고 공격하는 척하며 내 집을 튼튼히 만들어가는데
상대가 자꾸 내 강한 돌 옆으로 붙는다
내 집이 넘 커 보이나 보다
모른 척 내버려두고 다른 돌 공격하니 따라 온다
날 잡수시오 하고 버리면 되는데...
그 순간부터 내 페이스
한번 따라두는 사람은 별 수 없이 따라 두게 된다
난 내 집을 챙기며 흑을 몰아세우니 확실한 우세
불리함을 느낀 흑이 마구 찔러 돼도 묵묵한 걸음
잘 두다가 지는 건 욕심 때문
끝내기 들어서며 곤마였던 흑 대마 두 개를 잡아버리 투석
이 판은 흑의 흔드는 수에 내가 말려들지 않아 이겼다
우리팀이 이겼다
점심 먹고 이긴 팀끼리 둔단다
팀의 승패에 관계없이 내가 이겼음 좋겠다고
대회에 나오면 져버리니 실망이 크다
사거리팀끼리 점심
주최측에서 꼬막 비빔밥을 시켜놓았다
맛이 괜찮아 한그릇 뚝딱
모두들 이겼단다
단지 팀이 이기질 못해 결승 탈락이라고
내 팀과 사범님팀은 올라갔는데..
그리 보면 난 운이 넘 좋다
아니 그동안 받았던 연패했던 보상 아닐까?
오후 대국 시작
난 영암에서 오신 분과
포석부터 흔들어 버린다
그래도 내가 자신있게 둘 수 있는 방향으로 유도
한번 흔들었음 끝까지 흔들어 상대를 따라 오게 만들어야하는데
오히려 내 페이스에 걸려 나를 따라온다
모르는 분이 내가 두는 바둑을 보더니 한수 났단다
정말 그럴까?
빨리 두지 않고 두세번 생각해 두어가니 수가 좀 보인다
이런 상태면 얼마든지
바둑은 한두집에 승패 갈림
그러나 한번 상대에게 몰리면 회복할 길이 없다
이 판도 대마 두 개를 잡아버리니 투석
내가 바둑 대회에 나가 연승한 건 두 번째
이제 내 페이스를 찾아가고 있는 걸까?
우리팀이 결승진출
괜히 마음이 두근거린다
내가 이런 자리까지?
김사범님이 속한 ‘회’팀과 결승전
내가 백
이 판은 앞 두판과 달리 버리고 두는 바둑을 구사해 보기로
삼삼에 파고 든 수를 받지 않고
여기저기 크게 벌렸다
내 집이 커 보이니 상대가 뛰어들어 온다
그 돌을 곤마로 만들어 공격
잡으러 들지 않고 몰면서 내 집을
그러디 보니 흑이 다시 난전을 유도
난 뚜벅 뚜벅
내 페이스를 잃지 않고 두어가니 둘수록 흑의 목이 재인다
이걸 완전히 깨달으면 나도 바둑을 괜찮게 둘 것같은데...
나보다 월등한 사람 만나면 어떻게 두어야할지를 몰라 헤맨다
끝내기 들어가며 흑대마를 잡아 버리니 투석
별로 어렵지 않은 바둑인데 져 버렸다며 이해가 안된단다
그건 자기만의 생각
막연히 살 것이라 생각하는건 상대를 무시하는 것 아닐까?
잡으려 마음 먹은 사람은 모든 경우의 수를 따졌을 건데...
세판 모두 대마 잡아 크게 이겼다
대회에서 대마 잡기가 쉬운게 아닌데...
세 판 모두 실수 없이 비교적 잘 둔 것같다
우리팀이 우승
상금은 별것 아니지만
처음 우승의 기쁨을 맛보았다
오늘 보니 내 바둑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김사범님이 이번 토요일에 부안에서 바둑 대회있다며 참가하잔다
여긴 참석만 해도 십만원 교통비를 지급한다고
가보고 싶지만 형제 모임이라 어렵겠다고
한해를 보내면서 형제들끼리 정담 나누는데 내가 빠져선 안되겠지
남수동생과 같이 가라고
재봉동생이 오가며 고생많았다
저녁이나 같이 하자고
내가 우승했으니 밥이나 사야겠다
김가네 앞에서 마침 남수 동생을 만났다
17일 토요일에 부안대회에 노령회이름으로 참석하라고
약속 있어 안된다는 것을 우리회에서도 참석해야하니 특별한 약속 아니라면 꼭 출전해 달라고
알겠단다
김사범님 재봉 남수동생이 출전한다면 성적이 괜찮을 것같다
김가네 가서 김치 찌개에 막걸리 한잔
요즘 술맛이 별로였는데 오늘은 이겨서 그런지 술맛이 좋다
무려 두병이나 마셨다
집에 와서 내가 이번 대회에서 전승했으며 우리팀이 우승했다고하니 집사람이 무척 기뻐한다
받은 상금이 얼마 되지 않지만 기분 좋다며 집사람에게 주었다
집사람은 상금봉투를 사진 찍어 형제들 단톡방에 올려 자랑
괜히 쑥스럽게
그래도 형제들이 잘했다고 축하 톡 올려주니 기분 좋다
나이들었지만 바둑 공부를 좀 해볼까?
바둑학교에 등록해 배운다면 젊을 때의 실력까지 다시 오를 수 있지 않을까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
내가 젊었을 때 기원 2급을 두었다
그때의 실력을 되찾는다면 어디가서 바둑 못둔다는 말은 안들을 건데...
아 옛날이여
지나버린 꿈들이여
술을 마셔서인지 머리가 약간 어지럽다
잠이나 자야지
짙은 어둠속 고요
저멀리 가로등만 반짝인다
님이여!
새로운 한주의 시작
다시 한파가 몰려온다니 건강관리 잘하시면서
이 주내내 나누고 베풀면서 웃는 일만 많으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