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좋아 산책이 나가고 싶어졌다.
어디까지 갈까?
빵집까지는 너무 가깝고, 꽃집까지는 너무 멀다.
과일가게?
버스로 서너 정류장 거리니까.... 딱 좋다!
출근시간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사람이 많다.
날씨도 좋고 살랑이는 봄바람도 분다.
낮에는 늘 집안에 있고 밤이 다 돼서야 외출을 하기때문에, 이 시간의 거리 풍경을 느껴보는 건 참으로 오랜만이다.
지하철역 근방은 꽤 번화한 비즈니스 거리라 행인들도 직장인이 대부분이다.
젊은 회사원들의 옷차림은 확실히 한결 산뜻해져있다.
바쁘게 걸어가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마치 몸 속에 장착된 음악에 맞춰 움직이는 것처럼 리드미컬하고 활기가 넘친다.
자잘한 꽃무늬가 있는, 나풀대는 원피스를 입은 오피스레이디가 내 옆을 지나쳐 간다. 희미한 향수냄새가 그녀가 지나간 자리에 남았다.
난 잠깐 고개를 돌려 그녀의 하늘거리는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다시 나를 내려다 본다.
감색 트레이닝 바지에, 원래는 흰색이었을 누르스름한 티셔츠, 납작한 아디다스 운동화.
이 거리를 지나는 여자 중에서 굽 높은 신발을 신지 않은 사람은 나뿐이다.
모두 미끈한 종아리를 강조하는 높은 굽의 구두를 신고 춤을 추 듯이 날아다니고 있다
나도 굽높은 샌들이나 하나 사 볼까?
어느새 과일가게 앞이다.
나는 딸기와 토마토를 사서 양손에 들었다.
토마토 하나를 꺼내 셔츠자락에 쓱쓱 닦아 한 입 깨물었다.
지저분하게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는건 아까 내곁을 지나간 오피스레이디와 굽높은 구두에 대한 반항심이다.
토마토 과즙이 후두둑 떨어져 입가를 타고 목으로 흘러내린다.
젠장....
한 손엔 과일 봉지를 들고, 한 손엔 먹던 토마토가 있다.
더구나 난 지갑 외엔 들고 나온 게 없다. 손수건도, 티슈도...
뭐, 상관없다. 여기서 과즙 좀 묻었다고 대수로울게 뭐야?
토마토를 든 손으로 셔츠의 목부분을 끌어 올려 입가를 닦아냈다.
"오른 쪽 뺨도 닦아요."
갑자기 고딩스러운 남자애가 퉁명스레 말하며 지나간다.
허걱!... 남이사.....
괜히 나왔다.
집에서 <강철의 연금술사>나 볼걸...
괜히 나왔다가 굽높은 구두와 나풀대는 원피스에 대해 반항심만 생기고,
한참 자라나는 소년에게 '여성에 대한 실망'을 주고야 말았다.
전부 봄바람때문이다!
첫댓글 강철의 연금술사보다야, 봄바람이 훨 좋죠.
국회에 드나드는 직원중에 운동화는 나뿐 -_-;; 나보다 양호하구만 ㅋㅋㅋ
^^
광화문청사에 드나드는 직원중 후드티에 청바지는 나뿐.... 저보단 나아요.~ 근데 공익들은 좋아라는 하네.~
비슷한 처지의.... 백수인데....왜 당신의 일상은 더 멋져보이는걸까! ㅋㅋㅋ 남자가 저러면 주접일텐데 -__-;;
음.. 그건 말이지, 내가 당신보다 멋진 사람이기 때문이지.ㅋㅋ
일단 토마토 사서 먹어봐야지...사진속 토마도 디게 맛있겠다.
집에서 원고쓰느라 맨날 청바지나 츄리닝만 입는 나는.... 니가 정장 쫙쫙 빼입고 회사다닐때...얼마나 부러웠다궁 ....원참...
퉁명스러웠던 건 '여성에 대한 실망'이 아니라 '퉁명스러운 게 멋지다...'란 생각때문이었을 거삼
오타야 오타!! 출근시간에 일어나서 돌아댕길리가 있나..?? 특히나 차도 없이.. 어디가 어딘지도 모를것을~~ 그 나이에 길 이자뿌마 큰일인데-- 경찰서 가서 집 찾아 달래기엔 언니가 워낙 동안인지라~ 캬캬캬
아~놔! ...주글라구!!
기획예산처에 청바지나 헐렁한 바지, 운동화 신고 다니는 놈은 나 혼자...ㅋㅋㅋ
캐쥬얼데이도 아닌데 30센티짜리 미니스컷입고 노가다뛰는건 회사서 나 뿐이었지..왜 나는 치마만 입으면 노가다뛸일이 생기는거야?-_-
날씨도 좋궁..전 오늘 망사스타킹 신고 출근했다가..회사서 넘어져서 빵꾸났어요..창피한거보다 아까워~ㅜㅜ 빵꾸난 스타킹도 만만찮게 스타일 구김 ㅋㅋ
왜.. 다들 멋져보이지 --;;;
맞아 봄바람때문이야.. 출근길 차 창 밖으로 비춰지는 모습이 아주 갑자기 이색적인 느낌으로 다가올때가 있어. 남루한 차림의 인부들이 일을 찾아 거리를 방황하는 모습마저도 마치 영화의 한장면처럼말야. 한달째 매일 보고있는 평범한 일상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지... 언니 여긴 복숭아 꽃이 만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