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한지 한 달 만에 시댁 식구들은 뿔뿔이
흩어져 이사를 했다
보증을 잘못서 집이 은행에 넘어가고
새 식구는 들어오고 ...
우리도 산수동 단칸방으로 이사를 했다
시아버니 시엄니는 경기도 일산으로 가서
막노동을 하셨다
이것은
22년전 시아버지와 며느리의 애틋한
러브레터 입니다
일산으로 올라가시 전 날 ...
아버님께서 노리끼리한 조그만 궤짝을 들고 오시더니
이것은 논 문서이고 이건 밭...
이건 산..... 하시면서 한뭉치의 너덜너덜한 서류을
내 손에 쥐어 주시며 미안하다는 말씀만 하셨다
저녁내 한 숨도 못 주무시고 .....
이른 아침에 새벽기차를 타고 야밤도주
하다시피 하여 서울로 올라 가셨다
일산에서 방 한칸 얻어서 어머니와 함께 막노동을 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에 가만히 있을 수 없어
새 신랑을 꼬득여 일산에 처음으로 갔는데....
참 ~~ 막막 하드라구요
서부역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일산역에 내려 시골 동네로
한참을 걸어가서 어느 동네 끝에 창고같은 방이었다
아버님은 새 며느리 왔다며 노란 참외를 사들고 들어오셔
참외 먹는 며느리 입만 쳐다 보셨다
광주에 내려와 내가 먼저 아버님께 편지를 보냈다
뜻 밖에 아버님께서 답장을 보내신 것이다
글씨가 적으니 크게 써서 보내라고 ...
난 싸인펜으로 큼직하게 써서 월요일 마다 보내드렸다
아버님 답장은 ...날 기절시키셨다
제삿날이 음력 언제니까 ... 음식은 이걸로 준비해라
생선은 이 것사라 저 것사라 나물은 이 것이고 저 것이고 ....
종가집 종손 집안인 우리집은 제사가 안끼는 달이 없었다
아버님 편지는 며느리 길들이기 식으로
증조 할머니 제사부터 시작하여
웃대 누구 제사 ~~~~ 맨 날 ~~제사 제사...ㅎㅎㅎㅎ
시제~~~
할아버지 생신
작은 아버지 생신등 ~~~
젯상 차리는 법까지 알려주시고 ....
집안 대소사를 알려주는 편지였는데
그런데 하루는 ...
아버님 편지에 ...
"아가 우리 마당에 감자꽃이 피었다" 라는 멋진 글이
써 있었다 난 ~~ 그 당시 뿅~~ 갔슴다
그때 한참 유행인 주 현미 트로트 노래였는데
그 테입을 사서 보내드렸다 .
녹음기가 없어 노래를 들을 수 없다는
답장을 받고 녹음기 하나 사서 보내드고 ....
그 다음 부터는 편지 쓸때마다 ... 노래 가사를 하나씩
적어서 보내드렸다 그런데 뜻밖에
아버님께서 너무 좋아신 것이다
막노동 하시고 집에 들어 오시면 노래 틀어 놓고 쉬신다는
어머님 전화에 우리도 기뻤지요 ...
그 기쁨도 잠시 ..
이쁜 지은이가 태어나고
첫 돌을 축하애 주려고 광주에 오셨는데
몸이 예전 같지가 않고
많이 여위어 보여 병원에 갔는데 ...
식도암 말기였다
수술도 못하고 어떻게 손 써볼 시간도 없었다
우리는 단칸방에서 빚을 내어 이층집으로 이사를 해
어머니 아버님을 모셨다
우리집에 오신 순간 부터 투병 생활로 들어가셨는데
식사도 제대로 한끼도 못하시고 3개월 만에
먼 여행길에 오르셨다
아버님 유품을 정리 하는데 내가 보낸 편지가 전부였다
난 아버님 편지를 손으로 툭툭 찢어 편지봉투가 울퉁불퉁한데
내가 보낸 편지는 가위질로 이쁘게 잘라 곱게
네모난 상자속에 가지런히 누워있었다
산에서 편지를 태울때
아버님이 얼마나 나를 사랑하시고
글로 써서 보낸 내 마음에...
객지에서 얼마나 의지 하고 사셨는지 ...
돌아가신 후에야 알았다
새 며느리가 보낸 편지속에 ...
트로트 가사 속에 ...
힘든 하루하루를 잊고 사신 아버님 !!!!
노란 참외가 나오고 ...
감자꽃이 필때면 아버님이 보고 싶어진다
손녀딸 돌잔치에 오셨다 ...
따듯한 밥 한끼 못드시고
삼베옷 나부끼며
먼~~~ 여행길에 오르신 아버님 !!!!
당신을 향한 그리움은
식을 줄 모릅니다.
아버님!
올 가실에는 더 많이 그리울 것 같습니다 .
*가입한지 2년만에 첫 인사올립니다 ^^*꾸벅
첫댓글 이삐야님 가슴아픈 사연이네요 항상 부모님들은 끝까지 기다려 주지 않지요?어려운 시절 다보내고 이제 막 효도 할려면 저세상으로 가시데요 머물다 갑니다
여유님 !! 반갑습니다 요즘은 제가 힘든일이 있어 더욱 그리워 지네요 ... 가을 햇살속에 ~~~ 기쁨 가득한 하루 되소서 ~~
이삐야님 반갑습니다. 저도 시아버님 사랑 듬뿍받던 그 시절이 생각나네요 젊은 시절엔 먹고사는라 부부의 사랑도 제대로 못나누고 힘이 들때면 시 아버님께서 늘 힘이 되어주시던 기억이 납니다. 둘째인 제가 모시다가 돌아가셔서 더욱 생각이 납니다. 이삐야님 고운글 감사합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수선화님 !! 님이 올리신 잘읽고 행복해하고 있습니다 열열한 펜이거든요 감사합니다
예쁘고 감동적인 글입니다..살아 생전에는 그립다.보고싶다 말 못하지만 뒤돌아서면 왜 그케 그립고 보고픈지...-,-;; 살아생전 막내며느리인 저를 그렇게도 이뻐하시던 시부모님이 가끔 그리워 눈물짓곤 합니다..인생은 소리없이 왔다가 소리없이 흘러가건만..생전에 계시는 친정부모님께도 마음만 앞서지 잘해드리지 못하고..요즘은 거의 날마다 한시간씩 하는 시외전화로 효도를 다하고 있답니다..예쁘고 감동적인 글에 제 마음 잠시 내려놓고 갑니다..행복한 하루 되소서..^^
쥔마님께는 큰 절올려야겠네요~ ㅎㅎㅎ 많은 회원들 관리하시느라 힘드시죠 .. 저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 계속 ~~ 부탁할께요
님 께서 게시하신 ....좋은 글 .유익한 정보 . . 좋은 음악 등 생활에 도움이 많습니다 .감사 합니다.. 복많이 받으시고 왕성한 활동에 감사 드림니다.
반갑습니다 !! 자주 뵙기를 바랍니다
가슴을 뭉클하게 하는 님의 글에 마음이..... 항상 변함없는 아름다움으로 살아 주소서. 더욱 행복하신 가정 되시길 소원 합니다. 귀한글 너무너무 감사 합니다.
반갑습니다 !! 올 가을에는 고운 사랑 이루시길 바랍니다 ...
눈물이 핑그르~~~~~아름다운 모습입니다..나도 울아버님 많이 좋아하셨는데 폐암으로 돌아가셨지요..며느리 사랑은 시아버지라고 웬지 더 정이가고 저에게 많이 잘해 주셨는데 보고프네요...울아버님이..
코끝이 따갑네요 너무 이쁜 글 입니다 누군가 그리워 할수 있는것 도 힘들때 생각 나는 분이 계시다는것도 님께서 가진 자산 일테지요 이쁘고 고운 맘 항상 변함 없으시길 언제고 행복하신 삶 엮어 가시길 님에 고운 맘에 머물다 갑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