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태·이재우 불고기브라더스 창업자 패밀리 레스토랑 `TGIF·아웃백` 성공주역 한식 레스토랑 꽃피우다
"뉴욕 한식당에 꽉 찬 백인들을 보고, 아 이거 되겠구나 싶었죠."
서양식 패밀리 레스토랑 `아웃백`을 들여와 국내 외식업계 1위로 올려놓은 정인태ㆍ이재우 씨는 미국 뉴욕에서 뜻밖의 장면을 보았다. 백인들이 한식당을 가득 채운 채 한국 음식을 즐겁게 먹고 있었던 것. "한국 밥상이 세계에 통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우리 음식으로 외국에서 라이선스를 받아보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두 사람은 아웃백에서 손을 떼고 한국 음식으로 승부를 보기로 했다. 그래서 창업한 회사가 `불고기브라더스`였다. `브러더스(Brothers)`의 힘은 놀라웠다. 친형제 이상으로 의기투합했다. 정인태 씨는 회장으로, 이재우 씨는 사장으로 불고기브라더스를 창업 8년 만에 매출 500억원대 기업으로 키워냈다.
두 사람이 함께 비즈니스를 한 지도 벌써 25년. 롯데호텔 직원으로 당시 롯데그룹이 추진하던 TGI프라이데이 국내 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이끌면서부터였다. 월급쟁이로 비전이 보이지 않아 회의를 느끼던 두 사람은 의기투합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이후 아웃백을 들여와 대박을 쳤다. 전 세계 700개 매장 중 100개 이상의 매장을 한국에 유치했다.
그러나 `브러더스`의 종착역은 불고기였다. TGI프라이데이도 하는데 한식은 왜 안 되느냐는 오기를 냈다. `엄마 손맛`으로 대변되는 우리네 입맛을 시스템화하고 표준화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매일경제 MBA팀은 정 회장과 이 사장을 최근 서울 광화문의 불고기브라더스 매장에서 만나 인터뷰 했다.
-세 번이나 레스토랑업에 뛰어들어 성공했는데
▶TGI프라이데이 때는 대기업 직원으로, 아웃백 때는 소액주주로 나서서 성공시켰다. 하지만 불고기브라더스는 최초로 우리가 전권을 쥐고 창업했다는 것, 한식 패밀리 레스토랑 개념을 도입했다는 것, 외국으로 수출까지 해 라이선스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다르다.
-업계 1위의 레스토랑을 그만두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외국 본사의 지휘만 받는 것은 그만하고 싶었다. 실컷 장사해도 본사에 로열티를 계속 갖다 줘야 하는 것도 맥 빠졌다. 우리만의 메뉴를 개발하고,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우리가 직접 한식에 대입하고 싶었다. 그리고 우리도 로열티 좀 받아보고 싶었다. 그래서 불고기브라더스를 시작했다.
-왜 불고기였나.
▶한식 하면 비빔밥과 불고기 아니냐. 그런데 비빔밥은 객단가가 낮아 수지타산이 안 맞는다. 불고기가 대중성도 있으면서 마진도 남는다고 판단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하지만 한식은 다른 음식에 비해 만들기도, 팔기도 까다롭다는 평가가 있다.
▶사실이다. 밑반찬도 줘야 하고, 경쟁 상대가 전국 도처에 깔린 수만 개의 맛집이니까. 하지만 우리는 이미 두 번의 레스토랑업을 통해 철저한 시스템과 매뉴얼 구축을 하지 않고는 사업 확장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알았다.
아웃백을 그만두고 지하실에서 청와대 출신 주방장과 전문가들을 불러놓고 6개월간 미친듯이 레시피 개발에 매달렸다. 그냥 맛있는 것을 넘어 최적의 염도와 당도는 어느 정도인지 딱 수치로 뽑아내 매뉴얼화하는 작업이라 어려웠다.
우리는 한식을 흔히 `엄마 손맛` `할머니 손맛`이라고 한다. 하지만 전 세계로 뻗어나가려면 정확하게 계량화해 어디에서나 똑같은 메뉴를 내야 한다. `좋은 손맛`을 가진 요리사를 모든 지점에 한 명씩 다 두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지금도 불고기브라더스에선 음식이 매뉴얼에 있는 염도나 당도 등과 맞지 않으면 다시 만든다.
-해외 진출은 처음부터 염두에 뒀나.
▶그렇다. 한류 바람이 분 동남아부터 시작했는데, 이제 중국에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지난 6월 중국 충칭점 오픈을 결정지었고, 내년에 중국에서만 최소 5개 이상 점포를 낼 것이다. 상하이와 베이징, 광저우 등에 연쇄적으로 낼 것이다.
-해외 시장엔 `직접` 진출 왜 안하나.
▶음식 장사하는 사람이 해외에 직접 투자로 규모를 확장하면 백전백패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현지인의 돈을 가지고 장사를 해야 한다. 우리는 노하우와 시스템만 전수하고, 라이선스 비용만 받는 식으로 해야 남는다. 아웃백에 엄청난 로열티(한 해 최대 150억원)를 주면서 라이선스 장사가 핵심이라는 걸 느꼈다.
-불고기브라더스는 로열티 얼마나 받나.
▶작년 해외 점포를 열기 시작해서 9억원을 받았다. 내년엔 15억원 정도 예상한다. 라이선스가 정말 무서운 게 큰 비용 안 들이고 노하우와 시스템만 갖춰놓으면 그냥 들어오는 돈이란 거다. 그들이 잘 벌면 나도 매출의 4.7%를 받는 거다.
-해외 메뉴 개발 등으로 비용이 들진 않나.
▶그렇지만도 않다. 한국이 잘 알려지면서 외국에서도 한국 오리지널 메뉴를 더 선호한다. 기본적으로 90%는 한국의 불고기브라더스 메뉴와 같고, 나머지 몇 개만 협의해 조정한다.
또 회교도가 많은 말레이시아의 경우 돼지고기 메뉴를 뺀다는 식의 문화 차이에 따른 조정도 일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