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항포 둘레길로
아침마다 초등 동기생을 비롯해 지기들에게 카톡으로 사진과 곁들인 시조를 보낸다. 어제는 한 달 전 다녀온 당항포가 글감이었다. “칠 년간 시달렸던 임진란 남녘 바다 / 이순신 빛난 지략 청사에 길이 남아 / 당항포 바라본 언덕 추모 사당 세웠다 // 윤슬로 반짝거린 잔잔한 쪽빛 포구 / 아득한 쥐라기에 공룡이 놀던 진흙 / 발자국 그대로 굳어 화석으로 남았다” ‘당항포에서’
소한 이후 비가 온 이튿날 서북산으로 눈이 내렸을까 싶어, 숫눈을 밟아보려 길을 나섰다가 원이대로 공사와 선행 차량 접촉 사고로 서북동으로 가는 버스를 놓쳤다. 밤밭고개를 넘어 진동까지 나간 김에 시외버스 짧은 구간으로 배둔에 내려 당항포 둘레길을 산책했다. 이순신 장군의 당항포 승전을 기린 사당을 거쳐 공룡 엑스포 행사가 열렸던 현장을 지나 소포와 시락까지 걸었다.
이월 중순 토요일이다. 이번에는 처음부터 당항포를 다녀오려고 길을 나섰다. 대중교통으로 남마산에서 통영과 장승포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배둔에 내리면 된다. 그보다 버스 요금을 줄이려면 진동까지는 창원 시내버스를 타고 가서 남마산에서 출발해 오는 시외버스로 배둔으로 가면 된다. 진동까지는 자주 다녀봐 익숙한 시내버스를 이용해 시외버스로 갈아타 고성터널을 지났다.
창원 근교에서는 웬만한 곳은 다녔는지라 가끔 행정구역 경계를 벗어나기도 한다. 나흘 전에는 두 지기와 열차로 양산 원동 순매원을 다녀왔고, 그보다 전엔 장유에서 하단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을숙도 철새를 보고 왔다. 설 이전 북면에서 창녕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낙동강을 건너 영산을 거쳐 창녕 읍내로 가서 불상과 고분군을 둘러보고 귀로에 부곡 온천에서 몸을 담그고 왔다.
통영행 시외버스를 타고 가다가 고성읍을 앞둔 배둔에 내렸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들녘으로 나가니 마주 보인 구절산과 당항포로는 아침에 끼었던 안개가 걷혀가는 즈음이었다. 벼농사 뒷그루로 심은 마늘은 보리처럼 강인한 생명력을 보이며 잦은 비를 영양 삼아 풋풋하게 자랐다. 농로를 따라 얼마만큼 걸으니 당항포 연안에 조성된 둘레길 이정표가 나왔고 남파랑 구간과 겹쳤다.
지난번은 배둔천이 흘러온 다리에서 이순신의 당항포 해전 승리를 기린 기념탑 방향으로 갔었는데, 이번에는 마동호로 가는 연안을 따라 걸었다. 지난날 갯벌이었을 습지가 농지와 택지로 바뀐 매립지는 내륙에서 모여든 하수를 처리하는 시설도 보였다. 바닷가 풍경이 조망될 모텔과 식당을 지나자 ‘거북선 마중길’이라는 이정표와 함께 거북선으로 지붕을 씌운 생태보도교가 나왔다.
당항포 연안이 바라보인 정자에서 배낭의 빵을 꺼내 먹었다. 집 근처 제과점에서 간식과 점심을 겸할 요량으로 준비한 빵이었다. 정자에서 내려와 마동호로 가는 지방도에 딸린 보도를 걸었다. 당항포 서쪽 일부를 담수로 채운 호수인데 마암면과 동해면을 잇는 제방이라 마동호로 불렸다. 남향으로 볕이 바른 마동호 배수문 근처와 바윗돌 제방 틈새 자란 쑥이 보여 몇 줌 캐 모았다.
마암 보전에서 동해 내곡으로 잇는 마동호 제방을 따라가면서 축대 틈새 쑥을 캐 되돌아왔다. 배수문 근처는 도다리를 낚으려는 몇몇 낚시꾼이 보였다. 자동차를 몰아올 접근성은 좋아 보였으나 물고기 입질 여부는 알 수 없었다. 제방에서 마동교를 건너서는 등 뒤로 내리쬐는 햇살이 따사로워 잠바를 벗어 안고 걸었다. 마암천과 구만천이 합류한 지점은 청둥오리들이 모여 놀았다.
일모작 지대 수로에는 봄까치꽃이 점점이 피어 화사했다. 들녘의 군민 체육시설에는 전국 단위 고교 축구대회가 열려 먼 곳에서 찾아온 선수와 관계자들 차량이 보였다.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마산행 버스를 타고 진동에서 내려 시내로 가는 버스로 갈아탔다. 문인화 화실에 나가는 친구한테서 설 쇤 안부가 궁금하다면서 전화가 와 고기를 구워놓고 잔은 채워주면서 받기는 머뭇거렸다. 24.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