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rtist is Present*
허정애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그녀가 마주앉은 관객의 눈을 바라본다. 관객이 그녀의 눈을 바라본다. 반투명 광물 같은 눈 너머를 오래 들여다본다.
고대의 석상처럼 버티고 앉은 마리나 앞에 어떤 이는 울고 어떤 이는 웃고, 좌불안석하고, 기행奇行을 하고
‘나는 방아쇠이고 거울일 뿐’이라는 마리나 아브라모비치
말한 대로 되리라, 아브라카다브라 주문처럼
마리나 아브라모비치가 떠나지 않는다.
무엇이 그들을 울게 하는가, 웃게 하는가.
무엇이 그들을 불안케 하는가.
백지 앞의 우리는 왜 폐허에 나부끼는 깃발 같은가.
무수한 사상과 감정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세계
검은 창 뒤의 풍경처럼 식별되지 않는 타자들의 세계
웹진 『시인광장』 2023년 8월호 발표
허정애 시인
서울여자대학교 졸업. 1999년 《문예사조》 등단. 시집 『신의 아이들은 춤춘다』, 『포레의 비가를 듣는 밤』출간. 짚신 문학상, 문예사조대상 수상. 현재 한국시인협회 회원.
[출처] The Artist is Present - 허정애 ■ 웹진 시인광장 2023년 8월호 신작시 □ 2023년 8월호 ㅣ 2023, August ㅡ 통호 172호 ㅣ Vol 172|작성자 웹진 시인광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