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의 영원한 소리 2
무한공간의 빛방에서는 또 다른 체험이 가능했다.
벽면의 거울에 커튼이 내려와 가려지면 빛방의 공간에 얇은 거울 하나가 나타났다. 투명한 거울 앞으로 다가가니 거울 속에 생소한 영혼들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 거울 속의 영혼들은 내 모습을 알아보는데 나는 그 거울 속에 나타난 영혼들의 모습을 기억할 수 없었다.
거울 속의 모습은 높은 신분과 낮은 신분이 섞여 있고 여성과 남성이 섞여 있었다.
"당신들의 정체가 무엇이오?"
내가 거울 속의 영혼들을 향해 질문했다.
"우리들은 네 전생이다."
거울 속의 영혼들이 한 입으로 대답하는 것처럼 함께 합창했다.
나는 당황해서 다시 물었다.
"과연 당신들은 전생의 내 모습이라구요?"
거울 속의 영혼들은 모두 일제히 고개를 끄덕
끄덕 했다.
잘나기도 하고 못나기도 한 전생의 내 영혼들을 거울 속으로 바라보고 있노라니 복잡미묘한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갔다.
'그렇다면 현실의 나는 무엇이란 말인가?'
혼자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지존자의 목소리가 또 들려왔다.
'전생의 결과다. 이제 영혼의 모든 농사를 마무리하고 빛 담금질로 새로운 부활을 이루면 전생의 업과 척이 빛 담금질의 용광로에서 타 없어지고 신선이 되어 불로불사하며 후천낙원의 삶을 얻으리라. 이는 지존자의 약속이니 그 약속을 믿고 바르게 실천하라. 지존자의 말은 한 터럭만큼의 거짓도 없으니 그 진실의 약속을 믿으면 네 영혼이 복되리라.'
지존자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 당돌한 부탁을 했다.
"지존자의 목소리를 제가 온전히 믿게 하시려면 거울 속에 지존자의 모습을 드러내소서!"
지존자의 목소리는 잠시 침묵했다.
침묵의 순간이 지난 후 다시 지존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영혼의 믿음을 위해서 지존자의 모습을 보아라.'
이윽고 투명한 거울 속에 한 거룩한 보좌의 모습이 나타났다.
거울 속의 보좌에 앉아 있는 모습의 얼굴에는 태양처럼 밝은 빛이 나고 입고 있는 의상은 황금색이었으며 앉아 있는 의자는 수만 가지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보좌의 좌우로는 시종으로 보이는 신명들이 늘어서 있고 힘세게 보이는 군사들이 주변을 둘러싸고 호위하고 있었으며 그가 거느린 세상은 크고 넓고 끝이 없어 보였다.
거울 속의 보좌에 앉아 있는 이가 나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제 보이느냐? 지존자의 모습을 이제 눈으로 볼 수 있느냐?"나는 자신도 모르게 보좌에 앉아 있는 이를 향해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없었다. 엄청난 위엄이 나의 정신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지존이 맞으시나요?"
무릎을 꿇은 나는 엎드린 채 고개만 들고 보좌에 앉은 이를 향해 질문했다. 지존은 말문이 막힌다는 듯 호탕하게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지존이다. 우주질서의 지배자요. 우주의 주인이며 또한 네 영혼의 주인인 지존... 맞다! 네 눈으로 지존의 형상을 보았고 지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들었으니 이제 지존의 말을 믿고 한 치의 의심도 없겠느냐?"
“앞으로 지존의 말씀은 비록 보이지 않는 허공의 속삭임이라 생각되더라도 믿고 따르며 제 영혼의 빛 담금질에 열중하여 전생의 악연과업과 척을 말끔히 태우고 부활의 영으로 거듭 태어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부활의 영으로 다시 태어나 꼭 신선의 몸을 입도록 하라."
"지존의 말씀을 다시 거역하지 않겠습니다."
내 말이 끝나자 거울 속의 보좌는 사라지고 말았다.
보이지는 않지만 보좌의 모습은 우주의 공간에 꽉 채워져 있을 것이란 믿음은 변하지 않았다.
거울 속에서 보좌의 모습이 사라지고 빈자리에 한 선녀가 나타났다.
거울 속의 선녀가 나를 향해 놀리듯 입을 열었다.
"고독한 영혼이여! 빈방에서 외로움을 달래고 싶지 않으세요?"
황당한 생각이 들어 거울 속의 선녀에게 반문했다.
“이 빈방에는 나 혼자이지만 외롭지 않소. 여러 가지 생각들을 정리하고 있을 뿐이오. 그렇게 말하는 선녀의 정체는 또 누구신지?""저는 거울 속을 지키는 너삼이 시녀랍니다. 외로운 영혼이여!"
"너삼이 시녀?"
"네. 제 이름은 너삼이 시녀...."
"그런데 왜 자꾸 내 영혼을 향해 외롭다고 강조할까요? 너삼이 시녀는 남의 영혼을 놀리는 일이 취미라서 그렇나? 나를 그냥 샤르앙이라 불러주시오.”
“샤르앙?"
“그렇소, 너삼이 시녀."
“제 일은 외로운 영혼을 위해 봉사하는 직책을 맡고 있지요. 무엇이나 부탁을 하면 거울 속의 세상에서 다 이루어 줄 수 있지요. 샤르앙.어서 말해 보아요. 저에게 기쁨을 만들어 줘요. 전 거울 속의 요술이 취미니까요. 혹시 요술경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지구의 동화책에 요술나라의 요술공주가 나오고 상관이 있는지 없는지 요술경 장난감을 본 것 같기도 한데..."
“샤르앙이 바라보는 이 거울은 장난감 요술경이 아닌 진짜랍니다. 이 거울 속에는 진짜 요술나라가 펼쳐지고 제 이름 대신 요술공주라고 불러도 좋습니다. 자! 샤르앙의 외로운 영혼이여, 이제부터 무엇이나 이 요술공주에게 부탁해 보아요. 거울 속의 제 일은 외로운 영혼을 위해 봉사하는 일이 기쁨이니까요."
“요술공주는 참 친절할 것 같아 마음에 드오."
"친절함은 요술공주의 기본 수칙.... 어서
“요술나라 거울 속으로 들어가고 싶소.”
맘껏 부려 보라니까요?"
"그렇담 거울 가까이 다가와요. 어서요!"
나는 거울 속 요술공주가 시키는 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거울을 향해 걸어갔다. 투명한 거울 앞에서 요술공주를 마주보고 섰다.
“제가 하는 대로 따라해 보아요.”
요술공주가 손바닥으로 투명 거울을 잡았다. 요술공주의 손바닥에 손금이 드러났다. 나도 요술공주처럼 손바닥을 펴서 요술공주의 손바닥과 포개듯 투명한 거울을 잡았다.
그러자 요술공주의 손바닥에서 따뜻한 기온이 느껴지고 요술공주와 나를 가로막고 있던 거울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말았다. 그때 마주보고 있던 요술공주가 나를 포옹했다. 그리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마주 바라본 요술공주의 눈동자는 호수처럼 맑고 깊었다.
"샤르앙, 잘 왔어요. 여긴 거울 속의 요술나라지요. 이제부터 샤르앙이 원하는 건 무엇이나 이 요술공주가 들어줄 수 있어요.”
“요술나라도 선경이 펼쳐질 수 있남?"
"이런 세상 말인가요?"
요술공주가 손을 쭉 펴서 허공을 한 번 저어버리자 금세 눈 앞에 무릉도원의 선경이 펼쳐지면서 내뱉는 말이었다. 요술공주와 나는 그 선경세상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모습으로 신발과 의상까지 바뀌었다.
“이곳은 불로불사의 땅이오?"
거울 속이 무릉도원의 선경으로 바뀌자 내가 요술공주에게 물었다. "그렇답니다. 이제부터 샤르앙과 저는 불로불사의 땅에서 살아가는 빛의 화신들이며 이곳 선경의 불사수호신이랍니다."
"난 거울 밖의 세상에서 빛의 화신들이 살고 있는 불로불사의 땅을 찾아갔고 그곳에서 용도 타보았고 봉황도 타보았고 구름은 타보지 못했소. 이제 제 꿈은 요술공주와 함께 맘껏 구름을 타고 무릉도원의 하늘을 날아보는 것이오."
"샤르앙은 그렇게 단순한 꿈을 거창하게 설명하나요?"
요술공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눈 앞에 색동구름이 흘러와서 멈췄다.
“구름 위에 오르시지요.”
나는 요술공주가 시키는 대로 색동구름 위로 올라갔다. 구름 위에 요술공주와 내가 손을 잡고 서 있자 색동 구름이 서서히 움직이며 하늘을 향해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물 위에서 물결 따라 흘러가는 돛단배처럼 색동구름은 천천히 푸르른 창공의 하늘을 향해 둥둥 떠가기 시작했다. 구름을 밟고 있는 기분이 푹신한 풀밭을 밟고 있는 것처럼 좋았다.
우리를 태운 구름이 창공을 흘러갈 때 얼굴에 닿는 공기도 시원하게 느껴지고 햇살도 따스하게 느껴졌다.
구름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지만 저 아래 펼쳐지는 무릉도원의 모습이 꿈속의 장면처럼 전개되고 있었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높은 산과 기화요초가 한없이 피어 있는 깊은 계곡이 나타나고 무릉도원의 복사꽃 물결 속에 그림처럼 지어져 있는 신선들의 누각과 집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복사꽃 그늘에서 신선놀음을 즐기고 있는 신선과 선녀들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눈에 띄곤 했다. 신선놀음에 열중하던 신선과 선녀들은 색동구름을 타고 가는 우리들 모습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 주기까지 했다.
구름이 흘러가는 속도는 느렸지만 어디든지 마음만 먹으면 금세 그곳에 도착하곤 했다.
거울 속의 선경세상은 끝도 없는 무릉도원이었다.
아무리 먼 곳으로 이동해도 새로운 세상이 나타나고 그곳에서 또 먼 곳으로 이동해도 새로운 세상은 무변광대하게 펼쳐지곤 했다.
“도무지 이 세상은 끝이 보이는 세상인가 끝이 보이지 않는 세상
인가?"
나는 구름을 타고 가며 혼잣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렸다.
요술공주가 내 말을 알아듣고 반문했다.
"샤르앙의 마음은 끝이 있나요?"
"마음은 끝이 없는 공간으로 알고 있소."
나는 큰 의미 없이 대답했다.
"마음이 끝이 없는 공간이란 사실처럼. 거울 속의 이 세상도 끝이 없어요. 생각하는 만큼 다시 새로운 세상이 나타나는 공간이니까요. 그래서 요술나라란 이름이 붙었지요. 마찬가지로 영혼의 마음속도 요술나라와 다르지 않아요. 생각하는 만큼 변하고 생각하는 만큼 달라지고 생각하는 만큼 진화를 거듭하니까요. 제가 이 요술나라의 주인인 것처럼 샤르앙도 마음속 요술나라의 주인이 아니고 무어겠어요?"
“아무튼 거울 속 이 세상의 백성들은 누구나 밝은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어 다행이오."
-샤르앙이 살았던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나요?"
"힘들고 고통스런 세상? 때로는 보람과 만족과 열정을 불태울 수 있는 희망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한 희망이 때로는 한순간에 무너지는 참담한 순간도 있는 세상이지요. 요술공주는 한 번도 체험하지 못한 세상이라 설명을 해도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할 걸요?"
"보여줄까요?"
"무엇을?"
"샤르앙이 설명했던 세상,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요술공주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주변은 어느새 지구의 환경으로 바뀌고 말았다. 조금 전에 눈 앞에 펼쳐져 있던 무릉도원 선경의 모습은 사라지고 칙칙한 분위기가 감도는 지구의 환경이 눈 앞에 펼쳐지며 무언가 짓누르는 느낌이 다가왔다.
요술공주와 나도 어느새 신선의 복장대신 지구의 복장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누가 보아도 평범한 지구 인류의 한 사람과 같은 복장과 모습이었다.
조금 전까지 타고 다니며 이동했던 구름은 사라지고 투명한 파뵤시 에너지의 터널이 이동수단으로 작용했다. 그 바람에 우리는 빛의 속도로 이동하며 지구의 모든 장소를 찾아갈 수 있었다. 우리들 품에는 어느새 지구의 모든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만능 신분증이 구비되어 있었다.
그 신분증만 보여주면 누구도 시비를 걸거나 함부로 하지 않았다.
요술공주와 나는 국제기구의 특수기관 요원으로 행동하며 만능신분증을 이용해서 원하는 장소로 이동하거나 관계기관의 필요한 도움을 얻기도 했다.
국제기구의 어떤 기관을 찾아가 만능신분증을 내밀자 우리들이 원하는 자료를 친절하게 찾아 주었다. 우리들이 원하는 자료는 지구에서 가장 빈민가에 속하는 슬럼가나 천민촌이나 기아에 시달리는 장소들이었다.
'이게 인간이 사는 세상이란 말인가?
어느 빈민가에 이르렀을 때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참상이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돼지우리 같은 작고 누추한 집에서 겨우 살이나 가린 채 입고 있는 누더기 옷에서는 악취가 풍기고 주변으로는 썩은 물이 고여서 똥파리 떼가 새카맣게 몰려와 구더기를 까고 있었으며 하루 한 끼도 제대로 찾아먹지 못하는 천민들은 해골 같은 얼굴에 눈만 동그라니 뜨고 의욕을 상실한 표정으로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다.
지구에서 살 때도 가난한 인류들의 삶을 가끔씩 전해 듣긴 했지만 그토록 참상을 보이고 있을 줄은 상상을 못할 정도였다.
거리를 지나갈 때 어린 거지 떼가 우르르 몰려와 한 푼 달라고 애걸했다. 요술공주와 나는 미리 준비한 동전을 어린 거지들에게 골고루 한 닢씩 나눠 주었다. 그 동전 한 닢이 어린 거지들에겐 하루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생명줄이었다.
그나마 몸을 움직일 수도 없는 불구자들은 동전을 나눠줘도 다가오지도 못하고 멀리서 애처로운 눈빛으로 처연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요술공주와 나는 일부러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거지를 찾아가 더 많은 동전을 나눠 주고 위로의 말을 건넸다.
위로의 말과 동전을 건네받은 거지 불구자가 우리에게 말했다.
"너희의 선행을 기록하리라."
그 목소리는 왠지 거룩하게 들렸다.
거룩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바라보니 거지 불구자의 얼굴에서 빛이 났다.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요술공주가 거지 불구자에게 말을 걸었다.
"어느 거룩한 나라에서 오셨습니까?"
거지 불구자는 요술공주에게 신분을 속이지 못하고 사실을 말했다. "나의 신분은 천상계의 부름을 받는 호생수호신(護生守護神)이라.”"천한 생명을 지키고 보호하는 천상계의 자비신명이 당신이신가요?"“내 신분의 이름을 알고 있구나.”
“제 신분은 요술나라의 시녀라서 알고 싶은 비밀은 무어나 알 수 있어요."
"그래서 신분을 속이지 않았다."
"그렇담 천상계의 자비신명께서 거지 불구자가 되어 구걸하는 의미가 무엇인가요?"
“사람의 마음을 읽고 기록한다. 어떤 이는 거지를 보고 동정하며 위로한다. 어떤 이는 부족한 자기의 몫을 나눠주며 자비를 베푼다. 어떤이는 오히려 저주하며 거지들을 때리기까지 한다. 그 마음들을 기록하고 기록한 내용대로 훗날 되갚아 줄 것이다."
“이제까지 사람들의 마음을 기록한 진실은 무엇인가요
?"
“가난한 자가 가난한 자를 더욱 동정하며, 부자의 마음에는 자비로움이 떠나 있다. 부자일수록 겸손하고 자비를 베푸는 부자라면 하늘의 축복을 넘치도록 받을 것인데 어리석은 이들은 그러한 진실을 다 까먹고 산다."
거지 불구자가 이렇게 말하는 동안에도 지나가던 행인들이 일부러 가까이 다가와 동전 통에 동전 한 닢씩 던져주고 두 손을 모아서 합장을 하고 떠나가곤 했다. 동전을 던져주고 가는 행인들은 남루하고 형편이 어렵게 보이는 행색을 하고 있었다.
자비신명이 동전을 던져주고 가는 행인들을 일컬어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들 먹고 살 양식을 마련할 일부를 헌납하고 가는 장면이다.” 어떤 행인들은 멋진 옷으로 잘 차려 입었는데 거지들을 거들떠도 보지 않고 발길을 재촉했다.
그러한 행인들의 모습을 자비신명을 보좌하는 시종신명들이 세세히 기록하고 있었다.
“눈빛 하나의 움직임도 빠뜨리지 말고 기록하라."
자비신명이 기록신명들에게 당부하는 말이었다. 행인들이 거지에게 대하는 행동을 세세히 기록하라는 분부였다.
아주 잘사는 나라의 도시를 찾아가도 어렵게 살고 있는 천민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천민들이 살아가는 지역을 슬럼가라고도 불렀다. 슬럼가의 골목 입구나 오르내리는 계단 입구에 동전을 구걸하는 거지들이 있었다.
대부분 몸이 불편하거나 행색이 초라한 거지들이었다.
그 거지들은 바닥에 엎드려서 두 손만 앞으로 내민 채 말은 하지 않고 구걸만 요청했다. 100명이 거지 앞을 지나가도 동전을 던지고 가는 행인은 한 둘이 있을 둥 말 둥했다.
우리들이 지하 계단을 지나가는 입구에서 아주 행색이 초라하고 두 다리가 불구인 거지를 향해 다가가 빵과 따뜻한 음료수를 대접하며 지폐 한 장을 동전 통에 넣어 주었다. 거지는 동전 통에 던져지는 소리만 듣고도 얼마짜리 인지 계산하고 있었다. 어쩌다 큰 금액의 지폐를 놓고 가는 행인이 있으면 얼른 지폐를 집어서 속주머니에 숨겼다. 거지의 동전 통에서 훔쳐가는 불량배의 행패를 막기 위해서였다.
우리들이 놓아준 지폐의 액수가 큰 것을 알아차린 거지는 얼른 동물의 촉수처럼 손을 뻗어서 돈 통의 지폐를 집어서 속주머니에 넣어 버렸다. 그리고 힐끔 곁에 서 있는 우리들을 쳐다보았다. 보지 않은 척하면서 우리들의 행색을 읽었다.
거지의 영업을 방해할까 봐 자리를 비켜 주고 다른 거지를 몇 군데 더 찾아가 비슷비슷한 금액의 적선을 베풀었다. 그중에 기인 거지를 만날 수 있었다. 두 팔과 두 다리가 모두 잘린 몸통만 있는 거지는 몸을 굴려서 움직이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거지에게는 도토리라는 별명이 붙여져 있었다. 도토리처럼 굴러다니면서 움직이고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도토리 거지에게는 좀 더 많은 액수의 지폐를 돈 통에 넣어주었다. 도토리 거지도 역시 돈 통에 넣어 준 지폐의 금액을 동물적 감각으로 보지 않고도 맞춰 냈다.
아무리 많은 금액의 적선을 해줘도 고맙다는 말을 한 번도 내뱉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거지였다. 그 거지가 아주 성자 같은 목소리로 우리를 향해 한 마디 했다.
“너희 이름을 하늘에 기록하리라.”
잘못 들은 것 같아 도토리 거지를 다시 바라보았다.
"너희 이름이 하늘에서 높임을 받으리라."
작고 왜소한 도토리 거지의 입에서 저음의 거룩한 목소리가 분명히 들렸다.
요술공주가 도토리 거지에게 반문했다.
"우리들 이름을 알고 계시나요?"
"거룩한 영혼의 이름은 이미 하늘이 알고 있나니.... 거룩한 영혼의 이름은 땅에서 정하기 전에 하늘에서 정해져 있고 하늘에서는 땅의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하늘의 이름으로 부르나니.... 너희 영혼의 이름이 하늘에서 복되리라.”
“당신의 신분을 저희에게 밝힐 순 없나요?"
"우주의 지존자!"
도토리 거지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자 어디선가 들었던 목소리 같았다.
그래서 내가 반문했다.
“제 눈으로 거룩한 보좌의 지존을 바라본 적이 있고 그 목소리를 듣기도 했습니다. 당신의 지존자가 그 지존자란 말씀인가요?"
"우주의 지존자는 하나니라."
“그러면 우주의 존재라고 불러주던 제 목소리는 기억하시나요?"
"우주에 가득한 이름이 우주의 존재들이니…. 산에 서 있는 나무를 모두 나무라고 부르듯 우주에서 살아가는 영혼들을 모두 우주의 존재라고 부르니라. 지존자는 우주의 모든 존재들과 대화를 나누고 빛을 나누어 준다. 네 영혼은 그중에 하나일 뿐이니... 하지만 하늘에선 네 영혼의 이름을 외고 있다. 땅의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하늘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을 뿐이다."
지존자께서 거지의 모습으로 구걸을 하다니 어떤 하늘의 의미이신가요?"
"땅에서 낮은 자의 모습이 지존자의 모습이다. 땅에서 천한 모습이 지존자의 모습이다. 땅에서 약한 자의 모습이 지존자의 모습이다. 땅으로는 낮게 임하고 하늘에서는 거룩한 영혼들의 이름이 있으니 지혜로운 자들은 땅에서 높은 자를 받들지 않고 낮고 천한 자를 찾아 섬기느니라. 낮고 천한 몸으로 임한 지존자가 그 영혼의 이름을 하늘에서 높이리라."
도토리 거지와 헤어진 후 요술공주와 나는 다시 파뵤시 에너지의 힘으로 빛으로 이동하며 지구의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낮고 천한 자들의 모습은 한없이 초라하고, 높고 귀하신 몸들은 한없이 영화를 누리는 지구의 모습이었다.
거룩한 영혼들이 높고 귀한 영화를 누리지 않고 천한 영혼들이 천하게 살지 않는 지구의 풍토가 어긋난 질서란 사실을 새삼 깊은 안목으로 발견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무엇이 잘못된 세상이 지구가 아니리오?"
내가 요술공주를 향해 물었다.
“낮은 것이 낮지 않고 높은 것이 높지 않은 선천의 도수가 어긋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후천에는 잘못된 선천의 도수를 바르게 짜서 낮은 것은 낮고 높은 것은 높게 어긋나지 않은 새 질서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 새 질서의 후천이 선경이니 하늘에서 땅에 내려온 영혼들이 기다리는 순간일 것입니다."
4차원 문명세계의 메세지 7 <4차원의 현상과 초월적인 삶의 세계 2> - 박천수著
첫댓글 감사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윤회의 고리를
끊어내는 방법은
빛 담금질로 부활하는
길밖에 없네요
네 빛 담금질은 빛의 화신이 되기 위해 필요하고 윤회를 마치는 것 뿐이 아니라 우주를 신선세상으로 바꾸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