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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호지 제134회
노준의가 아무리 대단하다 해도 물에서는 어찌할 수 없었다. 낭리백조 장순이 배를 뒤집는 바람에 물에 빠졌는데, 장순이 물속에서 허리를 껴안고 물가로 헤엄쳐 갔다. 횃불이 켜지면서 5~60명의 사람들이 물가에 대기하고 있다가, 노준의를 둘러쌌다. 요도를 풀고 젖은 옷을 다 벗긴 다음 밧줄로 묶으려 하는데, 신행태보 대종이 나타나 소리쳤다.
“노원외를 다치게 하지 마라!”
즉시 한 사람이 비단옷을 가지고 와서 노준의에게 입히고, 여덟 명의 졸개가 가마를 가지고 와서 노준의를 태우고 갔다. 멀리서 한 떼의 인마가 2~30개의 홍사등롱을 들고 북을 울리면서 다가와 영접하였다. 앞장선 사람은 송강·오용·공손승이었고 뒤에는 여러 두령들이 따르고 있었는데, 노준의를 보고 일제히 말에서 내렸다. 노준의도 황망히 가마에서 내렸다. 송강이 먼저 무릎을 꿇자, 뒤에 있던 두령들도 모두 무릎을 꿇었다. 노준의 역시 무릎을 꿇고 말했다.
“이미 사로잡힌 몸이니 얼른 죽여주십시오!”
송강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원외께서는 가마에 오르시지요.”
두령들도 일제히 말에 올라, 북을 울리면서 세 개의 관문을 지나 곧장 충의당으로 갔다. 노준의를 대청 위로 청했는데, 등촉이 환하게 밝혀져 있었다. 송강이 앞으로 나와 사과하며 말했다.
“원외의 큰 이름을 오래 전부터 우레처럼 들어 왔습니다. 오늘 다행히 이렇게 뵙게 되었으니, 평생의 뜻을 이루었습니다. 여러 형제들이 모독했던 일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오용도 앞으로 나와 말했다.
“지난번에 형님의 명을 받들어 운수점을 봐준다는 핑계로 원외를 속여 산으로 올라오시게 한 것은, 하늘을 대신해 함께 도를 행하고자 함이었습니다.”
송강이 노준의에게 첫째 자리에 앉기를 청하자, 노준의가 답례하고서 말했다.
“재주도 없고 무식하며 무능한 자가 호랑이 같은 위세를 잘못 범했으니, 만 번 죽어도 마땅한데 무슨 연고로 이렇게 놀리십니까?”
송강이 웃으며 말했다.
“어찌 감히 놀리겠습니까? 참으로 원외의 덕을, 굶주리며 밥을 찾듯이 갈증이 나서 물을 찾듯이 갈망해 왔습니다. 비록 누추한 곳이지만 버리지 마시고 산채의 주인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저희들은 아침저녁으로 엄명을 받들고자 합니다.”
노준의가 대답했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참으로 명을 따르기는 어렵습니다.”
오용이 말했다.
“내일 다시 상의하시지요.”
연회를 열어 술과 음식을 대접하였다. 노준의는 하는 수 없이 술을 마셨다. 졸개들이 후당으로 안내하여 휴식을 취하게9 하였다.
다음 날, 송강은 양과 말을 잡게 하고 연석을 마련하여 노준의를 청하였다. 술이 몇 순배 돌아간 후 송강이 잔을 잡고 일어서서 말했다.
“어젯밤 무례를 범한 것을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산채가 협소하여 머무시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원외께서는 ‘충의’ 두 글자만 봐 주십시오. 송강이 진정으로 자리를 양보하고자 하니 물리치지 마십시오.”
노준의가 대답했다.
“두령께서 틀렸습니다! 저는 지은 죄도 없고 가산도 제법 있습니다. 살아서는 대송의 사람이요, 죽어서는 대송의 귀신이 될 겁니다. 차라리 죽을지언정 그 말을 따르지는 못하겠습니다.”
오용을 비롯한 여러 두령들이 한 사람씩 권했지만, 노준의는 결코 도적이 되려 하지 않았다. 오용이 말했다.
“원외께서 원치 않으시니 어찌 강요할 수 있겠습니까? 원외의 몸은 붙잡아 둘 수 있지만, 원외의 마음을 붙잡을 수는 없겠지요. 다만 원외께서 어렵게 이곳에 오셨으니, 입당하지 않으시더라도 며칠간 머무시기를 청합니다. 며칠 후에 댁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노준의가 말했다.
“제가 여기에 머무는 것은 괜찮지만, 집의 가족들이 소식을 몰라 걱정할 겁니다.”
“그건 쉬운 일입니다. 먼저 이고와 수레를 돌려보내면, 원외께서는 며칠 있다 가셔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오용이 이고에게 물었다.
“이도관! 당신네 수레와 화물은 모두 있습니까?”
이고가 응답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다 있습니다.”
송강은 큰 은덩어리 두 개를 가져오게 하여 이고에게 주고, 작은 은덩어리 두 개는 일꾼에게 주었으며, 열 명의 수레꾼에게도 은자 열 냥씩을 나누어주었다. 그들은 감사인사를 했다. 노준의가 이고에게 분부했다.
“내가 곤경에 처했음은 너희들도 잘 알 것이다. 집에 돌아가면 아내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라. 4~5일 후에는 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고는 단지 탈출할 생각밖에 없었기 때문에 두 말 없이 응답했다.
“걱정 마십시오.”
이고는 노준의를 작별하고 충의당을 내려갔다. 오용이 일어나 말했다.
“원외께서는 마음 놓으시고 잠시 앉아 계십시오. 제가 이도관을 산 아래까지 전송하고 오겠습니다.”
오용은 이고를 보내고, 먼저 금사탄에 가서 기다렸다. 잠시 후 이고가 일꾼들과 수레를 가지고 산에서 내려오자, 오용이 졸개 5백 명으로 하여금 그들을 양쪽으로 에워싸게 하고 이고를 가까이 불러 말했다.
“너의 주인은 이미 우리와 상의하여 둘째 두령 자리에 앉기로 결정했다. 이는 주인이 산에 올라오기 전에 미리 집안의 벽에 반시(反詩)로 써 놓았던 일이다. 내가 너에게 가르쳐 주겠다. 벽 위에 써놓은 28자에서 각 구절의 앞글자만 따서 이어붙이면 ‘노준의반(盧俊義反)’이 된다. 이번에 산에 올라오게 된 까닭을 너희들이 어찌 알겠느냐? 본래는 너희들을 모두 죽여 양산박의 비열함을 드러내고자 했던 것이다. 오늘 너희들을 풀어줄 터이니, 밤을 새워 돌아가되 너희 주인이 돌아오리라고는 생각지 마라!”
이고 등은 단지 절을 하기만 하였다. 오용은 그들을 배에 태워 건네주게 하였다. 이고 일행은 서둘러 북경으로 돌아갔다. 마치 물고기가 낚싯바늘에서 벗어나 꼬리와 머리를 흔들며 도망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오용은 충의당으로 돌아와 다시 연석에 앉아, 교묘한 말로 노준의를 유인하고자 하였다. 밤중이 되어 연회를 마치고 헤어졌다.
다음 날, 산채에서 다시 연회를 열었다. 노준의가 말했다.
“여러 두령들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하루가 1년 같으니, 오늘은 작별을 고할까 합니다.”
송강이 말했다.
“재주도 없는 제가 원외를 알게 된 건 천행입니다. 내일 송강이 작은 술자리를 마련하여 얼굴을 맞대고 마음속 얘기를 나누어 보고자 하니, 거절하지 마십시오.”
그날 하루가 지나고, 다음 날 송강이 노준의를 초청했다. 그 다음 날에는 오용이, 또 그 다음 날에는 공손승이 초청했다. 그렇게 상급 두령 30여명이 매일 돌아가면서 노준의를 술자리에 초청하였다.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1개월이 지나갔다. 노준의가 다시 작별을 고하자, 송강이 말했다.
“억지로 붙잡아 두려는 것이 아닌데, 어찌 그리 급하게 돌아가려 하십니까? 내일 충의당에서 송별연 자리를 마련하지요.”
다음 날, 송강이 사적으로 송별연을 열자, 다른 두령들이 모두 말했다.
“형님이 원외를 십분 공경하신다면, 우리는 십이분 공경합니다! 형님 송별주만 받아 마시고, 우리 송별주는 안 마시겠단 겁니까!”
이규가 소리쳤다.
“내가 목숨 걸고 북경까지 가서 당신을 초청했는데, 우리 형제들의 송별주를 안 마신다고? 나랑 당신이랑 눈썹을 치켜세우고 죽기 살기로 한번 붙어 볼까!”
오용이 웃으며 말했다.
“이렇게 거칠게 손님을 청하는 것은 본 적이 없네. 원외께서는 너무 나무라지 마시고, 여러 사람들의 성의를 봐서 며칠만 더 머물다 가시지요.”
그렇게 해서 또 생각지도 않게 4~5일이 지나갔다. 노준의는 이번에야말로 단단히 마음을 먹고 떠나고자 했다. 그러자 신기군사 주무가 일반 두령들을 이끌고 충의당으로 와서 말했다.
“우리가 비록 서열은 낮지만 형님을 위해 힘을 다했는데, 우리 술에는 독약이라도 탔단 말입니까? 노원외께서 우리 술만 꺼려하신다면, 저야 뭐 괜찮지만 아우들이 뭔 일을 저지를까 염려됩니다. 그때는 후회해도 늦을 겁니다.”
오용이 일어나서 말했다.
“자네들은 걱정하지 말게. 내가 원외께 며칠 더 머무시라고 권하면 되지 않겠나? 속담에 이르기를, ‘술을 권하는 데에는 악의가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노준의는 거절할 수 없어 또 며칠을 머물렀다. 이렇게 하여 4~50일이 지났다. 북경을 떠날 때에는 5월이었는데, 어느새 양산박에서 두 달을 보내고 선선한 바람이 불고 찬 이슬이 내리는 중추절이 다가왔다.
노준의는 돌아갈 생각밖에 없어 송강에게 하소연했다. 송강은 노준의의 생각이 절박함을 보고 말했다.
“알았습니다. 내일 금사탄에서 송별연을 열겠습니다.”
노준의는 크게 기뻐하였다.
다음 날, 처음 올 때 입었던 의복과 칼을 돌려주고 두령들이 산 아래까지 내려와 전송했다. 송강이 금은 한 쟁반을 건네자, 노준의가 거절하며 말했다.
“제가 잘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재물이라면 집에 제법 있습니다. 북경까지 갈 노자는 충분하니, 주시는 물건을 감히 받지 못하겠습니다.”
송강과 여러 두령들은 금사탄에서 작별하고 산채로 돌아갔다.
노준의는 열심히 걸어서 열흘 만에 북경에 당도했다. 날이 이미 저물어 성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객점에서 하룻밤을 쉬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노준의는 객점을 나와서 나는 듯이 성안으로 달려갔다. 1리도 채 못 갔는데, 찢어진 두건을 쓰고 남루한 옷을 입은 사람이 노준의를 보자 땅에 엎드려 절을 했다. 노준의가 자세히 보니, 낭자 연청이었다. 노준의가 물었다.
“네가 어찌하여 이런 꼴이 되었느냐?”
연청이 말했다.
“여기는 말씀드릴 만한 곳이 아닙니다.”
노준의가 담장을 돌아가서 까닭을 묻자, 연청이 말했다.
“주인님께서 떠나시고 보름이 지나지 않아 이고가 돌아와서 부인께 말하기를, ‘주인님께서 양산박 송강에게 귀순하여 둘째 두령 자리에 앉았습니다.’라고 말하고서는 곧장 관아로 가서 고발했습니다. 그리고 그놈과 부인이 한통속이 되어, 제가 자신들을 따르지 않는다고 꾸짖으면서 문 밖으로 쫓아냈습니다. 게다가 의복을 비롯한 모든 것을 빼앗고 성 밖으로 내쫓았습니다. 그뿐 아니라 모든 친척과 친지들에게 분부하기를, 저를 받아들이는 자가 있으면 가산의 절반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그를 관아에 고소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를 받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 성안에서는 머물 곳이 없어 성 밖에서 매일 구걸하면서 잠시 암자에 몸을 피하고 있습니다. 양산박으로 주인님을 찾아갈까도 생각했지만, 감히 함부로 찾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만약 주인님께서 진짜 양산박에서 오셨다면, 제 말을 들으시고 다시 양산박으로 돌아가셔서 따로 상의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만약 그냥 성안으로 들어가시면 필시 올가미에 걸릴 것입니다.”
노준의가 소리쳤다.
“내 아내는 그런 사람이 아니다! 네놈은 그따위 방귀 뀌는 소리를 지껄이지 마라!”
연청이 또 말했다.
“주인님께서 뒤통수에 눈이 없으신데 그걸 어찌 아시겠습니까? 주인님께서는 평소에 기력을 단련하는 데만 몰두하시고 여색을 가까이하지 않으셨기 때문에, 부인은 오래 전부터 이고와 정을 통했습니다. 오늘 문을 밀고 들어가 보시면, 그들은 이미 부부가 되어 있을 겁니다. 주인님께서 가시면 필시 독수에 걸려들게 될 겁니다.”
노준의는 크게 노하여 연청을 꾸짖었다.
“우리 가문은 5대째 북경에 살고 있어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까짓 이고 놈이 대가리가 몇 개나 된다고 감히 그런 짓을 한단 말이냐? 네놈이 못된 짓을 하다가 쫓겨나고서, 나한테 도리어 반대로 말하는 것이 아니냐! 내가 집에 가서 사실 여부를 알아볼 것이니, 네놈의 말이 사실이 아니면 네놈은 끝장날 줄 알아라!”
연청은 통곡하면서 땅에 엎드려 절하고 주인의 옷자락을 붙잡고 말렸다. 노준의는 연청을 발로 차 버리고 성큼성큼 걸어서 성안으로 들어갔다. 성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곧장 집으로 들어가니, 일꾼들이 모두 깜짝 놀랐다. 이고가 황망히 달려 나와 영접하고, 대청 아래에서 엎드려 절을 했다. 노준의가 물었다.
“연청은 어디 있느냐?”
이고가 대답했다.
“주인님께서는 묻지 마십시오. 한 마디로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듣고 노하실까 두려우니, 휴식을 취하신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부인 가씨가 병풍 뒤에서 울면서 나오자, 노준의가 말했다.
“부인! 울지 마시오! 연청이가 어떻게 된 건지 말해 보시오.”
가씨가 말했다.
“묻지 마세요.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노준의는 마음속에 의심이 생겨 연청에 대해 집요하게 물었다. 이고가 말했다.
“주인님께서 옷을 갈아입으시고 아침밥을 드신 후에 말씀드려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음식상이 차려지고 노준의가 막 젓가락을 드는데, 앞문과 뒷문에서 함성이 일제히 일어나며 2~3백 명의 공인들이 집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노준의는 깜짝 놀라 멍하니 바라보다가 공인들에게 포박을 당했다. 공인들은 한 걸음 뗄 때마다 곤봉으로 후려치면서 곧장 유수 앞으로 끌고 갔다.
* 계속 134회 ~~
첫댓글 어느 외딴 시골마을은 워낙 깊은 산골이라 있는 것보다
없는 것이 더 많았다.
어느 날 환자가 감기약을 달라고 하자,
약사는 이렇게 말했다.
'감기약은 없어요.
그냥 푹 쉬면서 나을 때까지 기다리세요.'
'하지만 너무 괴로운 걸요.'
'그럼, 얼음물로 목욕을 하고 속옷만 입은 채로
밖에 나가 돌아다니세요.'
약사의 말에 환자는 깜짝 놀라며 말했다.
'그러다가 폐렴이라도 걸리면 어떡하죠?'
그러자 약사가 자신있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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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걱정은 마세요. 저희 약국에 폐렴 약은 있으니까요.'
ㅎ
약을 팔려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군요
그 약사 장사수완이 보통이 아님 ㅎ
노 준의가 집을 비운사이
그 집안에 무슨일이 있은 것만은 사실이네요
그 부인도 수상하고...
담편을 기대하며 추천도 꾸욱~
감사합니다
양산박에 108이 모일 때까지,
시씨가 머리를 많이 써야 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