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신자의 행복한 삶 - 성소, 친교, 선교 -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2023.6.18.연중 제11주일 탈출19,2-6ㄱ 로마5,6-11 마태9,36-10,8
우리는 깨어 눈만 열려 있으면 곳곳에서 살아계신 주님을 만납니다. 성서안에서, 전례안에서, 공동체안에서, 자연안에서, 서로간의 대화안에서, 역사현실안에서 살아계신 주님을 만납니다. 그러니 모두가 성서의 렉시오 디비나 성독의 대상이 됩니다. 성서를 읽으며 주님을 만나듯 일상을 통해서도 주님을 만납니다.
며칠전의 기사가 나라 공동체의 심각성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현실에 대한 진단입니다.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은 세상’이라 했고 ‘침몰하는 난파선’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다음과 같은 기사도 있었습니다. 모두가 귀기울여야 할 예언적 진단입니다.
“대전환이 필요한 때에 대환란이 닥쳤다. 실망하고 비관하여 관망하는 태도로는 위기를 돌파할 수도 복음의 원수를 몰아낼수도 없다. 깨어 기도하며 사방을 살피자.”
“대한민국은 압축성장에서 압축소멸로 치닫고 있다. 벼락발전에서 벼락소멸로 나아가고 있다. 인간이 만든 기적의 나라에서 인간이 만든 재앙의 나라로 돌변하고 있다. 나라를 살려야 한다.
오늘날 한국사회는 인간공동체로서 본질과 속성이 사라지고 삭막한 사막으로 바뀌고 있다. 위로는 국가의 공적인 보편적 역할이 실종되고 아래로는 시민들의 인간적 관계의 그물망이 해체되고 있다.
대한민국民國에서 인간은 사라지고 물질과 땅만 남는 대한물국物國과 대한 토국土國도 막아야 한다. 개인이든 집안이든 나라든 안에서 스스로 망할 징조를 보인 다음에야 밖에서 망하게 된다. 우리는 지금 외국에 침탈을 당한 것이 아니다. 즉 망국이 아닌 스스로 멸국의 길을 가고 있다. 지금 당장 나라를 살리는 혁명이 시작되어야 한다.
정치혁명과 사회혁명, 정신혁명과 인간혁명이 절실하다. 그 혁명을 싹틔우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지금까지 숱한 난관을 극복해온 우리다. 여기서 주저앉을 수는 없다. 절대로 그럴수는 없다.”
예언자적 비분강개한 애국자요 열사의 외침처럼 들립니다. 어떻게 살 것인가? 화급한 주제입니다. 모든 혁명의 기초는 내적혁명이요 영적혁명입니다. 우리로 하면 통절한 회개입니다. 제자리에서 제정신으로 제 책임을 다하며 제대로 주님을 향해 본질적 깊이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늘 새롭게 우리 삶의 목표는, 삶의 방향은, 삶의 중심은, 삶의 의미는 세상 우상이 아니라, 하느님이자 사람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이심을 새롭게 확인하는 것입니다.
이런 희망상실, 의미상실, 중심상실, 방향상실의 연옥같은 세상에서도 참된 신자의 행복한 삶을 살아야 합니다. 살아야 하고 살 수 있습니다. 제가 늘 강조하는 정신건강, 영혼건강의 영약인 희망, 기쁨, 평화, 감사를 새롭게 해야 합니다. 바로 그리스도 예수님 중심의 삶에서 주어지는 선물입니다.
첫째, 성소와 응답입니다.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찾는 사람에 앞서 사람을 찾아 오시는 하느님의 부르심을 들어야 합니다. 하루하루 날마다입니다. 참으로 하느님의 주도권을 인정하고 순종하는 것입니다. 탈출기에서 모세가 하느님께 올라가자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광야여정 여러분도 한적한 곳에서 주님의 부르심을, 음성을 들으시기 바랍니다. 이들을 독수리 날개에 태워 데려왔듯이 우리도 알게모르게 당신 독수리 날개에 태워 지금 여기까지 데려다 주셨음을 깨닫습니다. 시공을 초월하여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으로 들립니다.
“이제 너희가 내 말을 듣고 내 계약을 지키면, 너희는 모든 민족들 가운데에서 나의 소유가 될 것이다. 온 세상이 나의 것이다. 너희는 나에게 사제들의 나라가 되고 거룩한 민족이 될 것이다.”
바로 우리가 몸담고 있는 교회를 통해 우리는 사제들의 나라에서 거룩한 백성으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온 세상이 나의 것이다”, 온세상의 주인이자 중심이신 하느님을 잊음이 재앙의 원천임을 깨닫습니다. 백성을 대변한 중재자 모세를 통해 당신 백성에게 살길을, 응답을 촉구하는 주님이십니다. 오늘 복음의 하느님은 새모세인 예수님을 통해 열두 제자를 불러 주시어 사도로 삼아 사명을 주셨듯이 우리에게도 새로운 사명을 부여하십니다.
제2독서의 바오로 사도 역시 그리스도를 통한 하느님의 은혜를 상기시킵니다. 우리가 죄인이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돌아가심으로써, 하느님께서는 우리에 대한 당신의 사랑을 증명해 주셨으니 그리스도의 부르심을 새롭게 깨달으라는 것입니다. 우리를 향한 바오로 사도의 장엄한 권고입니다.
“지금 우리가 그 아드님의 생명으로 구원을 받게 되리라는 것은 더욱 분명합니다. 그러니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을 자랑합니다. 이 그리스도를 통하여 이제 화해가 이루어진 것입니다.”
화해에로 부르시는 주님이십니다. 그리스도를 통하여 하느님과 화해입니다. 우리가 할 일은 성소에 응답하여 화해의 삶을 사는 것입니다.
둘째, 만남과 친교입니다.
살아계신 주님과의 만남이자 형제들과의 만남이요 친교입니다. 파견과 선교에 앞선 충전시간이기도 합니다. 밖에서 사도의 선교사로 살기 전, 주님과 함께 지내면서 그분과의 관계를, 동료 형제들과의 관계를 깊이 하는 것입니다. 열두 제자를 가까이 부르시기 전부터 주님은 제자 교육에 충실했음을 봅니다. 말그대로 주님과 함께 지내면서 보고 배운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없는 양들처럼 시달리며 기가 꺾여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님께 배워야 할 바 이런 연민입니다. 참으로 주님과 함께 하면서 주님 공부, 말씀 공부에 전념해야 함을 깨닫습니다. 당대의 제자들도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마음을 부단히 배우며 주님과의 관계를 깊이했을 것입니다. 교황님이 강조하셨듯이 예수님을 통해 하느님의 세 스타일을, 즉 친밀함, 연민의 마음, 부드러움을 배웁니다. 이제 제자들의 공부가 무르익어 파견될 때가 되었음을 직감한 주님의 말씀이 분명합니다.
“수확할 것은 많은데 일꾼은 적다. 그러니 수확할 밭의 주인님께 일꾼들을 보내 주십사고 청하여라.”
파견을 준비하라는 말씀이 분명하니 다음 전개되는 말씀에서 알 수 있습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부터 내 자신이 주님의 일꾼으로 충실히 일할 때 주님은 일꾼들을, 성소자들을 보내주십니다. 주님과 관상의 친교가 궁극의 목적이 아니라 궁극의 목적은 파견과 선교임을 깨닫습니다.
셋째, 파견과 선교입니다.
교회의 본질이, 존재이유가 선교입니다. 길잃은 양들 세상에 당신 열두 제자를 사도로 파견하시는 주님이십니다. 예전이나 오늘이나 여전히 반복되는 현실이 길잃은 양들입니다. 세상 곳곳에 차고 넘치는 길잃은 사람들입니다. 길이신 예수님을 잃고 살기에 죄도 병도 많은 세상에 차고 넘치는 괴물들과 폐인들입니다. 당대의 파견되는 제자들은 물론 우리 모두를 향한 말씀입니다.
“가서 ‘하늘 나라가 가까이 왔다.’하고 선포하여라. 1.앓는 이들은 고쳐 주고, 2.죽은 이들을 일으켜 주어라. 3.나병환자들을 깨끗하게 하고, 4.마귀들을 쫓아 내어라.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주어라.”
오늘 복음의 요약이자 정수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파견되기전 주님과 함께 하는 동안 치유되고 살아나고 온갖 영적나병들이 깨끗해지고 우리 안에 내재한 온갖 마귀들, 세속주의, 물신주의, 광신의 이념의 마귀들을 쫓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님의 권능의 은총이 이를 가능하게 합니다.
사실 영적으로 내적으로 위 4항목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입니다. 정도의 차이일뿐 모두가 죄인들이자 병자들입니다. 영적으로 죽어 있는 자들도 영적나병환자들도 부지기수일 것입니다. 예수님이 바로 하늘 나라입니다. 예수님과 함께 할 때 우리도 하늘 나라의 실현이 되고, 이런 선교활동과 더불어 살림의 기적, 치유의 기적이요 우리의 온전한 치유의 구원도 이루어집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선교의 대원칙입니다. 참으로 건강하고 자유롭고 풍요로운 삶입니다. 저절로 따라오는 희망과 기쁨, 감사와 평화의 삶입니다. 오늘도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는 사랑의 실천에 항구하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의 관상 은총이 선교 활동의 샘입니다. 참된 신자의 행복한 삶을 원하십니까?
1.성소와 응답에 충실하십시오.
2.만남과 친교의 삶으로 주님과의 관계, 형제들과의 관계를 깊이하십시오.
3.파견과 선교에 충실하십시오.
하루하루 날마다 평생 죽는 그날까지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주님과 함께 하늘 나라로 파견되어 각자 삶의 자리에서 하늘 나라를 사시기 바랍니다. 오늘 지금 여기서 하늘 나라를 사는 제자요 사도가 되시기 바랍니다. 주님의 이 거룩한 미사은총이 결정적 도움이 됩니다. 아멘.
- 이수철 신부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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