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낫
김남극
진부 장에서 목낫을 한 자루 샀다
영주 대장간에서 벼린 것이라 했다
가볍지만 마들어서 손목에 착착 감긴다
지인들과 점심을 먹다가
원전 폭발과 방사능 오염과
욕망과 거세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산에 가 나무를 해 때고 살겠다고
내 몇 년 남지 않은 미래를 이야기했다
다들 갸우뚱하며
전근대적 인간의 복고적 상상력을 신기해 하길래
오히려 내가 멀쑥한 얼굴을 보여줬다
돌아와 목낫을 들여다보며
옹이를 쳐내도 이가 빠지지 않을
이 목낫을 들어 탁탁 모탕을 쳐 보며
참나무 결을 잘라낼 때 손아귀에 감기는 그
찰진 나무결을 생각하곤 했다
현관에 걸어두고 누웠다
잠이 오지 않는다
-「불교문예」 2012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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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읽은 시
목낫 / 김남극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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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8.10 13:36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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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