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들어 각광 받고 있는 영화나 영화를 보면 플롯의 치밀함보다는
감독의 연출력, 얼마나 스타일리쉬하게 영화를 만드느냐에 그 무게를
더 많이 실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스타일을 강조한 영화들이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인물의 심리나 상태를 극대화 시키는데 일조를 하는 것이 연출의 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는 그 연출의 힘에 플롯이 압도되어 정작 탄탄한 플롯에의해 영화가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스타일리쉬한 연출력에
플롯이 이끌려 가는 느낌을 받는 영화가 많다.
사실 평론가들 또한 그러한 영화에 찬사를 보낸다.
연출의 힘은 평범함 속에서도 긴장을 이끌어 내고 현란한 비쥬얼을
이끌어 내기 때문이다.
최근 작가주의 영화에 범접했다는 영화들을 보면 정말이지 현란하고
그로테스크한 화면을 연출한다.
마치 카메라나 디지털 기술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여러기술과 효과 중에서 감독자신의 수준이 이정도라는 것을 과시라도 하듯 현란하고 독특한 비쥬얼을 보여준다.
물론 이런류의 영화도 물론 좋은 영화일 것이다.
어째든 플롯이란 영황에서 1차원적인 것일 뿐이고 그것에 양감을 불어 넣는 것은 감독의 연출이기 때문이다.
'파이'와 '레퀴엠'으로 각광받고 있는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경우도 그렇다.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영화를 보고 나면 누구나 좋은 영화 라고
생각 할 것이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의 스타일에 플롯이 앞도당한 느낌이
든다.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것이 플롯이 아니라 그가 만들어낸 스타일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소위 힙합 몽타쥬라는 엠티비적 화면에 몽한적 이미지를 더한 스타일리쉬한 화면과 광각렌즈를 사용한 심리의 묘사, 물론 극찬할 만하지만 웬지 허무한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그것은 라스 폰 트리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그마 선언의 주동자 이기도 하면서 자신은 기묘한 방법으로 도그마
선언을 빠져나가서는 퓨전(?) 도그마를 만들어 버린 감독.
사실 '브레이킹 더 웨이브' 는 도그만선언 전에 만들어진 영화다. 하지만 이영화 만이 그가 주동한 도그마 선언에 근접한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주의 강조한 도그마 선언은 사실성을 부여하기 위해 들고 찍기(hand held camera)로 영화를
만들어야 되며 영화의 배경이 되는 장소에서 그영화를 찍어야 한다는
것이 대략의 내용이다.
하지만 그의 영화 '어둠속의 댄서'를 보면 도그만 선언의 주동자의 영화라고는 생각할 수 없다.
우선은 들고 찍기의 촬영을 보면 처음에는 그것이 잘 지켜지는 듯 하다. 하지만 비옥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 가서는 모든 것이 허물어 진다. 그리고 사형전 비옥의 노래를 부르는 장면에서는 100여대의 디지털 카메라가 쓰여졌다고 한다.
그리고 이영화의 최대의 미스는 배경이 미국 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촬영된 영화가 아니라는 것이다.(사실 그는 폐쇄 공포증이 있어서
절대 비행기는 타지 못한다)
그것은 그가 너무나 스타일리쉬한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리드리 스콧에게 '드라마는 없고 스타일만있다'라는 말로 그의
영화를 평가 절하했지만 라스폰 트리에나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영화를 보면 리들리 스콧자신이 왜 그런 소리를 들어야 했는지 화가 날 정도 일 것이다.
사실 연출력이란 긴장과 이완이 필요하다.
작가 황순원은 좋은 작가란 자신이 모은 자료가 필요 없다면 미련없이 버릴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영화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작과 끝 쉴틈없이 몰아치는 것보다 요소요소 늘어졌을 때 당기는
그런 절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면에서 스티븐 홉킨스의 '언더 서스피션'은 튼튼한 플롯으로 이끌어지는 보기 드문 좋은 영화였다.
게다가 진해크만과 모건 프리먼의 내면 연기가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히 플롯만의 영화는 아니다. 플롯에 상처를 입히지 않으면서 긴장을 주는 연출력이 이 영화의 백미다.
사실 스티븐 홉킨스의 그간 영화 '로스트 인 스페이스', 라든지 '고스트 앤 다크니스'는 별로 좋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긴장을 고조시키는
기술은 천부적이 었다.
이영화에서는 그 천부적 재능이 십분 빛을 발하고 있다.
변호사로서 부와 명예, 그리고 나이차 많이 나는 젊고 아름다운 아내를 가진 진해크만 하지만 그가 취조를 받는 하루 동안 그는 절망속으로 빠져 들고 만다.
상황은 점점 더 그를 살인 용의자로 몰아가고 사랑하는 아내 마저도
그에게 치명타를 입히고 만다.
물론 영화에 반전이 숨어 있긴 하지만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인물간의 갈등, 그것을 풀어내는 심리의 묘사, 이것이 이영화의 최대의 장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