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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신묘년이 밝았습니다. 올해의 첫 주제는 金금으로 잡아봤습니다. 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죠. 어떤 개그맨의 말투를 빌자면 ‘아니, 왜 이러세요? 돌잔치 갈 때 금반지 한돈 짜리 할까, 반돈 짜리 할까 고민하는 사람들처럼. 다들 집에 골드 바(bar) 하나씩은 있잖아요?’하는 말을 떠올리면서…
금. 원소기호 Au. 원자번호 79번. 대단히 안정적인 물질이라서 녹이 슬지 않고, 모든 금속 중에서 가장 얇게 펼 수 있고, 가장 길게 뽑을 수 있는 금속이기 때문에 그 쓰임새가 무궁무진하죠. 대부분의 가전제품에 금이 사용되고, 우리가 가지고 다니는 휴대폰에도 금이 포함되어 있다는 건 이제 상식으로 통합니다. 무엇보다 금의 귀족적인 광택과 희소가치 때문에 장신구로 많이 만들어지고 있고, 효과가 얼마나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최근에는 음식에다 금가루를 뿌려서 먹기까지도 합니다. 또 각종 스포츠대회에서 1등을 하면 금메달이라는 걸 주는데 이것은 금이 모든 금속 중에서 가장 으뜸이라는 암묵적인 동의가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지요.
역사적으로도 금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유레카’를 외친 것도 금으로 만든 왕관의 순도에 대해서 고민하다가 부력의 이치를 발견했기 때문이고, 비록 누구도 성공한 적은 없지만 중세시대에 연금술사들이 판을 친 것도 이 귀한 ‘금’을 만들어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란 걸 우리는 알고 있지요. 근래에 와서는 ‘튜니티 시리즈’로 대변되는 서부영화의 배경이 된 1850년 전후의 서부개척시대를 들 수 있습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지역에서 대규모 금광이 발견됐다는 소식에 전 세계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아메리칸 드림, 골드 드림을 품고 서부로, 서부로 몰려들었던 것입니다. 후대들은 이것을 골드 러시(gold rush)라 부르고, 특히 1849년에 피크를 이루었다고 해서 이들을 49ers(forty-niners)라고 이름지었습니다. 그 역사의 흔적은 지금도 고스란히 남아있는데,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스포츠인 미식축구. 샌 프란시스코의 프로미식축구팀 이름이 49ers이지요.
금에 관한 역사적인 사실을 몇 가지 소개했는데,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이렇게 금에 열광하는 것일까요? 간단합니다. 금이 갖고 있는 가치가 크고, 그 가치가 사라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럼 금은 무한정 캐거나 만들 수 있는 걸까요? 답은 ‘아니오’입니다. 금을 무한정 캐거나 합성할 수 있다면 금의 가치가 이렇게 클 수 없습니다. 설령 실험실에서는 금의 합성이 가능하다 할지라도 만들어진 금의 가격에 비해서 만드는 데 들어가는 에너지의 가격이 훨씬 비싸서 상업적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금의 가치는 그것이 갖는 선천적인 희소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입니다. 그럼 과연 금은 얼마나 캘 수 있을까요? 연구에 의하면 지구상에는 약 20만톤의 금이 존재하고, 그 중 15만톤은 이미 채굴되었으며, 앞으로 채굴할 수 있는 금은 약 4만 7,000톤 정도라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금을 다량 함유한 운석 덩어리가 무더기로 지구에 떨어지지 않는 이상 지구인은 이 20만톤이라는 한정된 양의 금을 사고 팔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것도 엄밀히 말하면 틀린 말입니다. 금은 제련과정이나 가공과정에서 증기형태로 날아가거나, 도구에 묻어서 소실되거나, 세척수에 포함되어서 하수구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돌반지 열개(10돈) 들고 가서 목걸이로 만들어 달라고 하면 완성된 목걸이는 반드시 10돈에 미달합니다. 모자라는 부분을 가공업자나 금은방 주인이 착복했다기보다는 앞서 말한 가공과정에서의 로스(loss)가 주된 원인입니다. 먹는 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몸의 소화기관을 통해서 배출된 금을 수거하려고 정화조를 뒤질 수는 없습니다. 즉, 지구상에 존재하는 금의 양은 20만톤이 맞다고 해도 공기중으로 날아간 금을, 물에 씻겨 내려간 금을, 배설물에 함유되어 있는 금을 환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리가 볼 수 있고 사고 팔 수 있는 금의 양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렇듯 금이 계속 소실되기 때문에 금의 희소가치는 계속 증가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사람들은 금이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헤지(hedge)하는 가장 안전한 실물자산으로 생각하는 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금은 또한 경제제도와도 관련이 깊습니다. 2차대전 종전이 임박한 1944년, 미국의 브레튼우즈에 수십개 국의 정상들이 모여 달러화를 세계의 기축통화로 정하고, 금본위제에 기초한 금태환제도를 실시하기로 했으며 이 회의에서 우리가 잘 아는 IMF가 설립되었습니다. 말이 좀 어렵지만 내용은 간단합니다. 금을 비축한 만큼만 달러를 발행하고 누구든 미국연방은행에 달러를 들고 오면 그만큼의 금으로 바꿔준다는 말입니다. 이 브레튼우즈 체제는 1971년, 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금도 물론 단기적인 수요공급변화에 의해 가격이 변동하는 자산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는 만들 수 있지만 금은 만들 수 없고, 석유는 고갈되지만 금은 고갈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장기적인, 지구적인 관점에서는 그 희소가치에 기인한 투자매력이 분명히 큰 자산임에도 틀림없습니다. 개인이 금에 투자하는 방법으로는 금 실물 매입, 금관련펀드, 최근에 관심이 높아진 금통장(골드뱅킹) 등이 있습니다. 누가 알겠습니까? 한 10년쯤 후에는 ‘아니 왜 이러세요? 다들 집에 12Kg짜리 골드 바 하나씩은 있잖아요?’하는 말이 현실이 될지… 단, 언제나 그렇지만 ‘몰빵’은 곤란합니다. 자산비중 10~20% 내외의 대안투자로서 고려해 볼만 하다는 것이 재무설계사로서의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돼지꿈, 용꿈 다 좋지만 올해는 금꿈(골드 드림)을 한번 꿔보는 것은 어떨까요?
__________옴긴글 : 강 준 현 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