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법은 나눠야 참 맛 동네 주민들에게도 탁발 보시 내용 철저히 공개 참회-절수행이 나의 힘
서울시 강서구 화곡 1동 주택가에 위치한 2층집 가옥. 외관상 여느 집과 별반 다를 것이 없지만 마을 사람들은 이곳을 법당이라고 부른다. 집안 곳곳에 걸려 있는 경전구절이나 불화(佛畵)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이곳에 들르면 산사에서처럼 마음의 위안을 얻고 편안함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이 곳의 안주인인 무루회 배득연(문수안·56) 회장의 집에는 젊은 여성에서 70대의 할머니들까지 늘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불교를 어떻게 믿어야 하나’ ‘사찰은 어디로 가는 것이 좋으냐’ ‘봉사활동을 어떻게 하느냐’ 등 신행상담은 물론 아이의 진로, 남편에 대한 불만 등 온갖 고민과 눈물을 쏟아내기도 한다.
때로는 좋은 곳에 써달라며 돈을 놓고 가는 이도 있고, 동네 대소사를 논의하러 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 모든 사람들이 늘 반갑게 맞아주고 들어주고 함께 해결점을 찾아주는 배 회장 한 사람을 보고 찾는 것이다.
배 회장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로부터 지극한 신뢰를 받고 있는 것은 그동안 보여온 삶의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지난 89년 동네 몇몇 아줌마들과 무루회를 결성한 후 91년부터 회장직을 맡으며 다양한 보살행을 펼쳐오고 있다. 배 회장이 무루회를 이끌면서 먼저 관심을 가진 것이 소년소녀 가장들과 무의탁 노인들을 돕는 일. 지역 내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 그들에게 연탄이나 기름을 넣어주고 먹거리를 전달했다. 또 소쩍새마을이나 선재동자원 등 수용시설을 찾아 정기적으로 봉사활동과 물품 등을 보시하고, 가정형편이 어려운 중고생 40여 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해 오고 있다.
매년 11월이면 군부대를 찾아 수천 포기씩 김장김치를 해 주었고, 수해 등 어려움을 겪는 곳이 있으면 십시일반 돈을 걷어 성금을 내기도 했다. 이밖에도 어려운 절의 사찰불사를 돕고 안거 때 선방 대중공양하는 일도 잊지 않았다. 이들 사업 모두 적게는 수십 만원에서 많게는 수백 만원씩 들어가는 일이었다. 그러나 140여 명이 매달 1만원씩 내는 회비로는 턱없이 부족했던 탓에 배 회장은 동네 주민들은 물론 국회의원과 구청장 등을 찾아다니며 이웃돕기에 나설 것을 적극 권유했다.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나눈다는 일 자체가 공덕을 쌓는 일이잖아요. 가진 사람은 나눌 수 있어 좋고 부족한 사람은 도움을 받을 수 있어 좋고요.”
배 회장은 무엇보다 돈 관리에 있어 철저했다. 보시한 내역과 영수증을 꼼꼼히 모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장부를 만들었다. 신뢰는 철저한 공개와 투명성에서 비롯된다는 신념에서였다. 그래서인지 처음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던 사람들도 하나둘 동참했고, 나중에는 무슨 일을 한다고 하면 먼저 돈을 갖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속속 생겨났다.
이와 더불어 배 회장이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일이 바로 큰스님 초청법회다. 지역 불자들을 위해 10년 넘게 매월 셋째주 목요일에 배 회장의 집에서 열고 있다. 처음 시작할 무렵 사찰에서 열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좀 더 많은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위해 협소하더라도 회원들의 집에서 열기로 의견을 모았다.
결국 배 회장은 남편 구본근(62·홍각) 씨의 동의를 얻어 자신의 집을 법당으로 사용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파계사 성우, 각화사 혜담, 금강선원장 혜거, 중앙승가대 교수 보각, 석천사 주지 진옥, 송광사 주지 현봉, 실상사 주지 도법, 대원사 성허, 무애원 설봉, 선재동자원 지산 스님 등 수많은 스님들이 이곳을 찾아 법문을 했다. 다행히도 초청법회 때면 무루회 회원들은 물론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들로 집 안팎은 장사진을 이뤘다.
“저희 불자 몇몇이서 법문을 듣겠다면 찾아가 뵙는 것이 당연하지요. 그러나 불교에 무관심한 사람들의 포교를 위해 어쩔 수 없었어요. 또 대부분 스님들께서 취지를 말씀드리면 선뜻 응해주셨어요. 한 스님은 저에게 문수보살님의 지혜로 세상을 바라보라는 뜻으로 문수안(文殊眼)이라는 법명까지 지어 주셨지요.”
‘작은 정성이 큰 희망을 만든다’는 배 회장은 지난해 2월 다시 한번 ‘거사’를 도모했다. 천천클럽을 결성한 것이다. 이 클럽은 1000명의 회원들로부터 매달 1000원씩 후원을 받아 불우이웃을 돕는 등 자선사업을 펼치기 위한 모임이었다.
배 회장은 먼저 무루회 회원들에게 취지를 설명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자 회원들이 적극 동참한 것은 물론 그 가족들까지 천천클럽 회원으로 가입시켰다. 그렇게 입소문으로 퍼져 지금까지 가입한 회원이 벌써 500여 명에 이르고 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만 도둑질이 아니라 불법을 나누고 실천하지 않는 것도 도둑질”이라고 말하는 배 회장. 타고난 불자일 것 같은 그가 불교와 인연이 닿은 것은 의외로 40대가 넘어서였다. 90년초 지독한 신경쇠약으로 오랫동안 고생하던 그가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은 곳이 인근에 위치한 성심사였다. 그곳에서 명우 스님의 법문을 듣고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렸고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는 사실을 뼈에 사무치게 느꼈다.
그 때부터였다. 배 회장은 6년간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사찰에 나가 참회하고 기도했다. 4월 초파일, 초하루 때는 물론 사찰에 제사라도 있을 때면 새벽부터 나가 봉사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신심이 깊어질수록 가족이 부처님처럼 보였고 가정의 화합도 절로 이루어졌다. 또 이웃에 보탬이 되는 삶을 살아야겠다는 결심도 함께 굳건해져 갔다.
“부처님 말씀이기 때문에 믿었다기보다 한 구절 한 구절 새기다보니 그게 바로 삶의 지혜더라구요. 그러면서 불교가 바로 가장 인간답게 사는 길이란 확신을 했죠.”
요즘 일주일에 두세 번은 꼭 북한산 문수암을 찾아 참회기도를 한다는 배 회장. 그는 “남을 돕는 일이 반드시 넉넉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1000원이라도 정성이 담기면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강조했다. 02)2605-5619
이재형 기자 mitra@beopbo.com
<2003-07-30/71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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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래간만에 문수안 보살님과 통화를 했습니다. 전화를 하는 동안에도 웅성거리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더군요. 보살님 댁에는 여전히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가봅니다.
요즘 보살님은 정초라 매일 절에 가셔서 그동안 도움을 주신, 그리고 도움을 받은 분들의 안녕을 빌고 이들이 행복하고 발보리심 할 수 있도록 기도와 절을 하고 계신답니다.
아름다운 우체부 문수안 보살님. 부처님을 가장 사랑한다는 그분의 서원은 ‘한 중생을 구하려 백천생을 따라 다닌다’는 경전의 말씀처럼 자신으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불법을 만나 행복해지도록 하는 것이랍니다. 행여 동참하실 분이 있다면 이쪽으로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