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잘 계시죠? 이제 가을인 게 실감나요. 하늘이 유난히 높고 파란 것이... 그리고 영화 개봉일이 가까워 지구요... 제 가슴이 왜 이리 설레는지 콩닥! 콩닥! ^^ 성인이 되고 뒤늦은 출연이라 그런지 더 떨리네요. 영화는 드라마와 달리 후반작업이 많고, 홍보 때문에 그동안 안 해본 오락프로에도 출연하고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재미도 있고..ㅋㅋ 특히 얼마 전 야심만만녹화를 하는데 Mc분이 "우리 마음속의 영원한 인어아가씨" 라고 소개하는데 가슴이 뭉클 하던데요. 요즘 인터뷰질문에서 인어 이미지 벗고 싶지 않냐? 물으시는데 전 아니에요. 물론 밝은 역할로 변화를 주고는 싶지만 모든 배우의 대표작은 하나예요. 그걸 계기로 사랑받고 다른 역으로 변화주고... 전 주저 없이 대표작은 인어...구, 너무 뿌듯해요. 그때 기억하면~~ 다만 이번엔 장서희가 푼수귀신으로 변화를 하는 구나, 라고 봐주세요](DAUM 카페 [장서희사랑회], 장서희가 직접 올린 글)
[귀신이 산다]가 전국 300여개 스크린에서 66만명을 돌파하며 개봉 첫 주 박스 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추석연휴가 길기 때문에 이런 추세면 전국 500만 관객도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장서희는 대구 부산의 관객들에게 무대인사를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차승원은 객석이 꽉 찬 극장을 보며 [서희는 첫 영화인데 너무 좋겠다]라고 은근히 텃세 부렸지만, 귀신 연화 역의 장서희는 영화 시작 50분이 지나야 등장한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어둡고 강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솔직히 내가 말하기엔 뭐하지만, 차승원 코미디 보려고 온 관객들이 많지만 연화가 빨리 나왔으면 하고 기대하는 관객들도 많다. 그래도 원래 시나리오보다 빨리 나온다. 감독님이 앞부분에 귀신의 존재감을 계속 심어주었다. 원래 시나리오의 비중은 훨씬 적다.]
그런데도 왜 출연을 결심했는가?
[시네마서비스라는 든든한 백과 김상진이라는 흥행감독을 믿었다, 나는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 그리고 등장은 별로 안하지만 캐릭터 자체는 돋보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 촬영현장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시종일관 웃음이었다. 단체생활하면 튀는 사람이 있는데 스텝들도 너무 좋았다. 웃음 참느라고 애를 먹었다. 촬영하면서 연화처럼 어리버리 푼수 짓도 많이 했다.]
장서희는 팔 다리가 가늘고 길다. 의심할 바 없이, 그녀는 공주과다. 인터뷰에 입고 나온 옷도 하늘하늘 거리는 부드러운 천의 원피스다. 청바지에 숏커트 차림의 그녀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모이자 노래하자]의 뽀빠이 이상용 옆에서 어린이 MC로 방송을 했으니,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자신을 꾸미는 것이 몸에 배어 있다.
[여배우는 솔직히 예뻐야 한다. 그래야 대중들에게 환상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귀신이 산다]에서는 실물보다 예쁘게 나와서 기분이 좋다]
그녀가 좋아하는 배우도 줄리아 로버츠다. 연기력도 있고 흥행성과 작품성을 갖춘 드문 배우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여배우 중에서는 매력이 너무 강해서 역할이 죽는 것 같은 이혜영씨, [스캔들] 같은 영화에서 [그 연세에 요염할 수 있다는 게 존경스러운] 이미숙씨를 좋아한다.
[젊음은 그 자체로 예쁘지만, 사실 여배우들이 나이에 대해서는 핸디캡이 있다, 30대 이후에는 거울 한 번 더 보게 되고. 자기관리가 필요하다]
그녀는 성형도 노력이라고 말했다. 나이 들어 펑펑해진 몸으로 몸빼 입고 있다면 사람들에게 환상을 줄 자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배우가 왜 배우인데요? 연기력은 하다 보면 느는 것이고, 아름다움은 꾸준히 가꿔야 한다]라고 말하는 그녀에게 반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는?
[내가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나는 캐시 베이츠과는 아니지만...]
긴 설명이 이어졌다. 캐시 베이츠는 [미저리]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였고, 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냈다, 하지만.....요약하자면, 줄리아 로버츠처럼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좋고 연기력도 좋은 배우가 최고라는 것이다. 나는 이 발언이 배우 장서희를 이해하는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장서희는 자신을 약간 푼수기가 있고 어리버리하다고 표현했다. 어린시절부터 연예계에서 일을 해서 다른 사회경험이 없고 맹한 데가 있는 그녀를, 김상진 감독은 [맹순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 그녀 안에 [인어아가씨]의 강인함과, [회전목마]의 우울함이 모두 있다. 알려져 있다시피, 일찍 데뷔했지만 긴 조연생활에서 얻은 고난과, 그것을 극복하는 힘을, 그녀는 후천적으로 획득하고 있었다.
[[인어아가씨] 이전에 별 역할 다 했다. 사람들이 기억을 못할 뿐이지. 예전에 나에게 기회가 안주어졌을 때, 연습 다 했는데 그 배역을 빼앗겼을 때, 이 일을 그만 두고 싶었다. 그러나 배우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 박근형 선생님도 아직까지 후배들 연기 보고 배운다고 말씀하신다. 연기라는 게 흐름이 있기 때문에 끊임없이 연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라는 자신의 직업에 대해 그녀는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 경희대 무용과 출신인 그녀는 전문적으로 연기 훈련을 받은 적도 없다.
[다른 사람의 연기를 많이 본다. 극장에서는 마음 편하게 관객의 입장에서 즐기며 영화를 본다. [러브 액추얼리]나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 같은 잔잔한 영화가 좋다. 배우에게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인생을 다루는 것인데, 간접경험이 중요하다. 나는 사람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가장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이 진짜 연기다. 어려서부터 몸에 배인, 감정이입이 나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배우로서 사람들에게 존경 받을 만한 위치가 되려면, 마음이 맑아야 한다. 김혜자 선생님도 그 연세에 어린아이 같다. 대배우는 여백이 있어야 한다.]
엄격하게 말하면 [귀신이 산다]가 그녀의 첫 영화는 아니다. 아역 시절 여러 편의 영화에 출연했었으니까, 신성일 나훈아 씨와 함께. 밥그릇 숫자를 중요시하는 영화판 서열로는 차승원 씨는 한참 아래인 셈이다.
[TV는 금방 찍어야 하니까 순발력을 요구하지만, 영화는 기다리는 시간이 많다. 배우들의 컨디션이 안 좋으면 기다려주기도 한다. 자신의 촬영분량을 기다리는 동안, 집중해서, 그 감정을 유지해야 한다. 앞으로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심혜진이 맡은 옥림이 같은 역을 해보고 싶다. 영화만 할래요.. 그런 말은 우습다. 나는 TV가 편하다. 애초부터 장서희는 연기를 하는 사람이다. 그렇게 기억해 달라]
그녀는 뒤늦게 잘된 게 여러 가지로 복이라고 말했다. 비슷한 나이의 다른 여배우들이 미시 역할을 하는데 장서희는 훨씬 어린 역만 한다. 숙녀의 나이를 밝히는 게 실례지만, 그녀는 30대 중반 근처에 가깝다. [인어아가씨] 때 생긴 팬들이 영화도 열심히 홍보해준다. [귀신이 산다]를 촬영한 거제도가 너무 좋아서 쉬는 동안 엄마 모시고 거제도 가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인어는 사실 반인반수다. 처음부터 그렇게 태어났다. 어디까지가 배우 장서희고 어디서부터가 인간 장서희인가? 그것을 구분하려는 시도는, 인어의 몸 어디서부터가 사람인가 찾아보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이다. 완벽한 물고기가 되기도 싫고, 그렇다고 아름다운 비늘을 버리기도 싫다. 그것이 장서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