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따가이따이와 팍상한, 그리고 중국 장가계 갔을 때의 공통점 하나 찾으라면 생각나는 것이 있다.
그것은 가난한 국가의 사람들이 씩씩거리며 힘들어서 하는 일을 돈 좀 있다는 나라의 관광객이 맨 정신으로 눈뜨고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40일 전 장가계 갔을 때다.
내가 직접 목격을 했고 그 동안 뉴스로도 숱하게 봐 왔던 것 중 하나가 일부 관광객이 인력거나 가마를 타고 관광을 즐긴다는 것이다.
두 사람이 들거나 어깨에 메고 다니는 가마 비슷한 것도 있고 일인용 인력거에다 사람 태우고 낑낑 대며 끌고 다니는 것도 있다.
이런 것은 산을 오르며 관광을 하기에 몸이 불편한 노인들이나 장애인들이 즐겨 타기도 하지만 일부 젊고 건강한 사람들도 체험 삼아 한 번씩 타 보기도 한다.
누구나 호기심에 한 번 타 보려고 시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맨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면 차마 눈 뜨고 볼 수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더운 여름에도 꼬불꼬불하고 비탈진 산길을 땀을 뻘뻘 흘려 가면서 사람을 태우고 가는 광경에 자연히 측은지심이 발동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에 필리핀 따가이따이 갔을 때도 그렇다.
이곳은 화산지대로 유명하다.
마닐라에서 남서쪽으로 약 64km쯤 떨어져 있으며 해발 700m의 고지에 있는 세계에서 제일 작은 활화산으로 유명하다.
이 따가이따이 화산지대에서 따알호수라는 것을 건너면 따알 화산 정상이 나타난다.
이 산을 약 40분 정도 말을 타고 올라가게 되는데 그 광경이 차마 또 맨 정신으론 보기가 힘들다.
제주도 조랑말만한 말을 우리가 타고 산을 오르면, 말은 그 더운 날씨로 인해 침을 흘리며 헉헉거린다.
말은 한숨도 쉬고, 기침도 하고, 머리를 흔들기도 하며 무척이나 힘들어 한다.
얼마나 산을 오르내렸는지 화산흙으로 이루어진 산길이 1m의 깊이로 패어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가는 산길은 먼지로 자욱하게 덮인다.
그 오르막을 말을 타고 올라가면 미안해서 정말이지 눈물이 다 나려고 한다.
그런데 반쯤 오르다 보면 그 말을 끌고 가는 마부도 힘이 드는지 말을 같이 타게 된다.
우리는 그 마부한테 말이 힘드니까 타지 말라고 말하고도 싶지만, 그 오르막을 슬리퍼만 신고 뛰어 다니며 오르내리는 그 마부를 보면 그 말 또한 안 나온다.
마부는 어린아이부터 처녀, 총각, 아주머니, 아저씨, 그리고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혼자서 산을 오르내리기 힘들어 보이는 할아버지도 있다.
내가 탔던 말의 마부는 뚱뚱한 아주머니였는데 땀을 한 바가지나 흘리며 산을 그냥 걸어서 오르내렸다.
벗씨가 탔던 마부는 할아버지였는데 그 분도 역시 걸어 다녔다.
같이 간 일행의 마부는 그 작은 말을 처음부터 정상까지 같이 타고 올라갔다.
어떤 말은 산을 오르면서 물똥을 싸기도 했다.
어떤 말은 산을 오르면서 배가 고팠던지 풀을 뜯어먹기도 했다.
산을 다 오르면 콜라 장사꾼들이 나타나서 마부한테 사 주라며 콜라를 들이민다.
불쌍한 말을 타는 것도 그렇지만, 산까지 말을 끌고 혹은 타고 하면서 오르내리는 원주민들을 보고 있노라면 차마 뜬 눈으로 즐기지 못할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한 번씩 체험해 보기는 하지만 그렇게 즐거운 체험만은 결코 아니다.
그 다음날 팍상한 폭포를 갔을 때도 마찬가지다.
근 한 시간에 걸쳐 통나무배를 저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이곳 사람들을 볼 때면 정말이지 눈물이 다 난다.
5m 정도 되는 통나무배 앞뒤로 원주민 두 명이 한 조가 되어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고, 우리 관광객은 배 한가운데에 두세 명씩 앉아서 경치를 구경하고 즐긴다.
아무생각 없이 그저 폭포 내부로도 들어가 보고, 급류를 타고, 강을 오르내리며 스릴까지 느끼면 그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그마한 통나무배를 타고 있으면,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며 수십 번에 걸쳐 배를 들기도 하고, 끌기도 하면서 일하는 원주민의 모습에서 정말 우리가 할 짓이 못 된다는 느낌도 든다.
부자 간, 형제 간, 친척 간, 그리고 친구 간에 한 조가 되어 일하는 모습에 저절로 고개가 수그러진다.
비록 이들이 이것이라도 없으면 할 일이 없어서 돈도 못 벌고, 하루 일당이 다른 일하는 것보다 한 배 반 정도 더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렇다.
‘우리는 그저 돈만 주고 즐기기만 하면 된다.’ 라는 생각만이 드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관광객은 이런 마음을 스스로 보상 받으려고 그들에게 주게 되어 있는 팁보다 더 많은 팁이라도 주려고 노력을 했을 게다.
나도 이런 축에 들어가지만 말이다.
우리 일행 중 일부는 말과 사람이 너무나 불쌍하다면서 산에서 내려올 때 말을 타지 않고 걸어서 내려온 분도 있다.
가이드는 이런 관광객들의 감정 표현에 마음은 이해가 간다고 하면서도, 이렇게라도 우리가 관광을 즐겨 주는 게 이들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위로를 했다.
그래도 그렇지 이런 관광은 그리 오래 갈 것 같지는 않다.
차마 즐길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관광객이 이런 관광을 끝내고 나서 하는 말은 비슷했다.
"우리 아이들이 이곳에 태어나지 않은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라고 말이다.
2007년 6월 6일
멋진욱 김지욱 서.
첫댓글 아~ 이거이 6편꺼정 다 읽고 나면 완전히 더러눕것네... 배 아파서!!!!!! ^^ㅎㅎ
글씨 저 힘없어 보이는 말과 마부 땜에 가시방석이었습니다. 앞말은 헛다리짚어 사람을 떨어뜨리질 않나, 제 말은 잘가다가 풀 뜯으러 행로를 이탈하질 않나.
그 때 말도 넘어지고 사람도 떨어져서 큰 사고가 나는 줄 알았다. 히히.
레프팅을 끝내고 도저히 미안한 나머지 욱은 저 현란한 밀짚모자를 선물로 줬습니다. 그러고나니 조금 마음이 편해지더랍니다.
하여튼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으로 보상을 다 한다니까. 그래야 위로가 되는 모양이라. 히히.
10년전 남편에게 새 운동화 신겨서 보냈는데 올때 호델 슬리퍼 신고왔어요. 너무 미안하고 안되보여서.... 근데 커플티가 안보이네요.의상 밖깐나봐..........실루엣의상은???????????????
이번 여행의 컨셉은 최대한의 노출금지였습니다. 무조건 가려라. 가려야 산다. 커플티 입었는뎅.. 못보셨나봐? 노란 흥사단 티셔츠가 그거예요.^*^
그 대신 멋진 밤을 보냈습니다. 신혼기분 냈죠뭐. 히히.
우리나라 좋은나라 . 갔다와서 애들한테 두고두고 할말이 많아졌습니다. 투정부리지말고 매사 순간순간 감사하며 지내라고.
절실히 느낄 수 있게 전달할 수 있으면 좋은데. 아니, 한 번 체험해 볼 수 있게 보냅시당. 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