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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즉 7월 12일부터 16일까지 설교 클리닉을 다녀왔습니다. 설교는 목회자가 누리는 축복이자 계속 따라다니는 짐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지금은 21세기입니다. 강해설교 주제설교 제목설교 등 다양한 양태의 설교들이 있지만, 감동설교를 요구하는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습니다. 회중에게 감동을 주는 설교를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목회자의 염원입니다.
아내가 사전 등록을 해 놓고 참석을 강권했습니다. 아내는 정도(正道)를 이리저리 잘도 피하는 저를 위해 가끔 이런 방법을 사용합니다. 그래도 등록비가 저렴한 것은 손해를 감수하고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설교 클리닉은 만만하지 않은 세미나입니다. 등록비가 자그마치 40만원입니다. 저를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참석할 마음을 가졌습니다.
7월 9일(금) 오후에 설교클리닉 스탭 한 사람으로부터 메일을 받았습니다. 설교 자료집에 올릴 설교문을 A4용지 두 매 분량으로 빨리 보내라는 것입니다. 부랴부랴 교회 카페에 올려져 있는 저의 설교문들을 뒤졌습니다. 내용이 그런대로 괜찮아야 합니다. 또 분량도 맞아야 합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연초에 한 설교 중 "여호와를 온전히 좇은 사람"(수 14:6-15)을 파일로 묶어 담당자에게 보냈습니다. 주의 사항으로 ‘서론-본론-결론’으로 나누어 작성하라는 것이 있어 단락 중간 중간을 나누어 ‘서론-본론-결론’으로 분류했습니다. 내용을 깊이 있게 읽어보지 않고 형식만 따진다면 그럴 듯합니다.
저는 먼 길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경기도 가평에 있는 세미나 장소 '필그림 하우스'도 김천에서 아주 먼 거리에 속합니다. 서울에서 한참을 더 가야 하니 저의 활동 공간에서 최근에 움직인 것 중 장거리에 속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생각으로 요리조리 궁리를 해 보았습니다. 필그림하우스 데스크에 전화를 걸어 대중교통 이용 시 필요한 정보를 확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경로는 이렇습니다. ‘김천역에서 기차를 타고 오전 11시 정도 서울역에 도착, 서울역에서 청량리역까지 지하철 이용, 청량리역에서 12시 30분 경춘선 무궁화호를 타고 가평역 도착, 시외버스터미널까지 도보로 이동, 오후 3시 발 시외버스 타고 필그림하우스 하차, 걸어서 목적지 도착.’
4박5일 동안 생활하는 데 필요한 짐이 가방 두 개였습니다. 성경 등 책들을 한 가방에 채우고, 옷가지를 다른 여행용 가방에 차곡차곡 정리했습니다. 고민이 되었습니다. 짐이 없다면 차를 타고 내리고 걸어서 어떻게 해서라도 목적지에 갈 수 있겠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가방이 두 개나 되었습니다. 이것을 들고 대중교통편으로 세미나 장소까지 가는 것이 많은 수고가 따른다는 것은 불문가지입니다. 더욱이 저는 다리가 불편하기 때문에 냉큼 행동에 옮기는 것이 주저되었습니다. 멀더라도 편리한 이동을 위해 승용차를 끌고 갈 마음이 내심 꿈틀댔습니다. 아내도 차를 가지고 갈 것을 권했습니다.
차를 몰고 가기로 결정하니 출발에 좀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렇지 않고 기차를 이용하려 했다면 오전 8시 15분 김천역에서 기차를 타야 시간에 맞춰 제대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12일 오전에 잠깐 새우잠을 잔 후, 짐을 정리하고 몸을 씻고 떠날 차비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집을 나섰습니다. 혼자 차를 몰고 장도(長途)에 오르는 것에 대해 아내는 늘 마음을 놓지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안심하라며 기분 좋게 출발했습니다. 중간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혼자 하는 식사인데도 그런대로 분위기가 괜찮고 밥맛도 있었습니다. 식사 후 가까우면서도 쉽게 갈 수 있는 길을 안내받기 위해 '인포메이션 데스크'로 갔습니다. 지도를 대충 파악한 뒤, 혹시나 해서 안내하는 여성에게 가평 가는 길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녀는 아주 친절하면서도 상세하게 가르쳐 주었습니다. 안내하는 일을 맡고 있다고 해서 모든 고객을 다 충족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행히도 지난 주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가평을 다녀왔다는 것입니다. 그녀가 알려준 코스는 대충 이렇습니다. '경부고속도로-중부고속도로-서울외관순환도로-강일 IC로 나옴-경춘고속도로-설악 톨게이트로 나옴-국도를 타고 청평을 거쳐 가평 읍내를 통과-필그림 하우스 도착'
저는 안내하는 여성의 도움으로 필그림하우스에 쉽게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오리엔테이션 시간이 오후 5시인데, 1시간 전인 4시에 지정된 방에 들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가 있었고 4박5일의 일정에 대해 담당 목사님의 설명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활상 주의할 점들을 설명해 주었습니다.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것은 늘 긴장되고 마음이 설렙니다. 지천명의 나이를 성큼 지났는데도 이 점에서는 초등학교 어린이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참석자들은 천차만별이었습니다. 연령대도 다양하고 참석한 지역도 전국적이었습니다. 30대 초반의 갓 목사 안수 받은 사람으로부터 60대 중반에 이르는 분들에 이르기까지. 또 서울에서부터 저 멀리 전라도 경상도에서 참석한 목회자들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제주도에서도 한 명의 목사님이 참석했습니다.
강사는 지구촌교회 담임목사이신 이동원 목사님입니다. 책을 통해서 그리고 영상을 통해서만 보았던 이동원 목사님을 세미나 현장에서 직접 만나는 기쁨도 있었습니다. 4박5일 동안의 세미나는 크게 이동원 목사님의 강의, 참석자들이 번갈아 가면서 하는 설교 시연(Work Shop), 설교 초고를 직접 작성해 보는 OJT 등으로 짜여 있었습니다. 모두들 최선을 다했습니다. 목회자로서 귀하게 쓰임 받고 싶어 하는 바람들이 각자 눈망울 속에 또렷이 박혀 있었습니다. 이동원 목사님도 최선을 다해 강의에 임했습니다. 그분의 연치도 어언 만 65세라고 합니다. 그런데도 그는 만년 청년처럼 비췹니다. 차림새도 그렇습니다. 캐주얼 복 차림으로 가볍게 강의들을 이어나갔습니다.
설교를 한다는 것은 늘 떨림 현상을 동반합니다. 자신이 목회하는 교회에서도 그런데 하물며 목사님들 앞에서 15분 동안 설교를 하고 비평을 받는다는 것은 여간 고역스런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동원 목사님은 비평을 받지 않아도 되는 완벽한 목회자는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며 힘을 북돋아 주었지만 그것이 생각하는 대로 잘 되지 않습니다. 다양한 목회자들이 세미나에 참석했다고 말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드러나는 모습들이 정말 다양했습니다. 대학 교수님도 있고, 학교 선생님 출신도 있습니다. 중대형교회 목사님들도 있고 또 비평안이 아주 날카로운 젊은 목사님들도 있습니다. 여성 목사님도 한 분 있습니다. 비평도 전문화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전체적 흐름을 지적해 주는 사람, 성서해석학적 입장에서 맹점을 보완해주는 사람, 문학적 어학적 불일치를 지적해 주는 사람, 역사적 배경을 보충해 주는 사람 등. 갈수록 설교 비평이 날카로워지면서도 수준이 향상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세미나 후 비평에 감사한다는 말들을 시연자들은 잊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동원 목사님과 저와의 친교는 없었습니다. 친교가 없었다는 것은 그만큼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저는 이동원 목사님에 대해 특별한 호감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대충 이런 상으로 머리에 그려져 있었습니다. 설교를 잘 하는 목회자, 미국 유학을 다녀와서 지적 수준을 갖춘 설교를 하는 사람, 설교에 뒤지지 않는 필력의 소유자 그래서 책을 적지 않게 출판한 베스트셀러 작가 등등. 책과 영상 매체를 통해 알게 된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의 신비감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는데, 그는 나에게 그런 분도 되지 못했습니다. 이런 관계에서 그가 주 강사로 나오는 세미나에 참석했으니 정확하게 그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의 강의는 쉬웠습니다. 심플했습니다. 복잡한 생각을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더 호감을 갖게 하는 것은 그의 성실함과 겸손함이었습니다. 이동원 목사님을 강해설교의 대가라고 흔히들 말합니다. 그는 설교에 있어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혼자만 누릴 것이 아니라 후배 목회자들에게 나누어 주는 심정으로 강의에 임하는 것 같았습니다. 강의 중간 중간 자신의 부족함을 노출시키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고, 미술을 하는 사모님에게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는 것도 말했습니다. 설교에 대한 사모님의 지적이 비교적 정확하다는 것입니다. 저의 경우와 견주어 상사성(相似性)이 발견되어 혼자 웃음 지었습니다.
목회자는 섬기는 교회를 떠나면 당장 염려되는 것이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없는 사이 공예배가 있을 때, 그것은 누구에게 맡기느냐가 문제입니다. 또 본 교회를 떠나 있는 마당에 공예배를 어디서 드릴 것인가가 목회자의 걱정거리입니다. 저는 4박5일의 설교 클리닉 세미나 사이 수요 예배가 있는데, 이럴 경우 어떻게 하느냐고 이태 째 세미나에 참석하고 있는 옆의 목사님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작년까지 이동원 목사님의 지구촌교회 수요 밤 예배 설교를 영상으로 들었다고 했습니다. 금년에도 그럴 가능성이 많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지구촌교회 설교를 부목사님에게 맡기고 이 목사님은 필그림하우스 직원들과 숙식객 그리고 설교 클리닉 세미나 참석 목사님들에게 직접 말씀을 선포한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대한 배려임이 분명합니다.
지구촌교회는 침례교단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침례교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보수 교단 중의 하나입니다. 하지만 이동원 목사님의 필그림 하우스에서의 수요 밤 예배 인도는 대단히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파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표 기도도 없고 성경 읽기도 없고 바로 말씀 선포로 들어갔습니다. 그의 차림도 상의는 마우스카라의 셔츠였으나 바지는 캐주얼 복 차림 그대로였습니다. 예배가 끝나고 세미나 참석자들만 남아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동원 목사님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한 참석자가 파격에 가까운 예배에 대한 인상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그의 은퇴 후 계획을 물어보았습니다. 이동원 목사님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열린 목회자란 생각이 듭니다. 기존의 틀을 고집하지 않고 포스트 모던 사회를 읽으며 그것에 발맞추고 대중을 주님께로 인도하는.
강의도 강의려니와 저의 설교에 대해 진단 받는 시간은 매우 유익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의 설교를 지적하고 비평하는 즐거움은 저 자신을 바로 서게 하는 잣대가 되었습니다. 저는 참석자들과 가급적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노력했습니다. 세미나 참석자들과의 대화에서 과외의 소득을 얻는 경험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몇 사람과는 의례적인 인사 외에는 발전된 대화를 나누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그들에게는 미안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몇 사람은 오래 저의 기억에 남아 있을 것입니다. 이름을 거명하는 실례를 범합니다. 백석대학교 교회 김진규 목사님, 대만 일심교회 김기문 선교사님, 평화성결교회 최종인 목사님, 서울 성남교회 최병은 목사님, 홍일점 이한나 목사님, 남북교회 윤훈기 목사님, 염광교회 박재각 목사님, 원동교회 정현민 목사님 등이 그들입니다.
특별히 한 분 사랑스런 목회자를 만났습니다. 그는 사람을 끄는 힘이 있었습니다. 똑똑해서가 아닙니다. 잘 나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그의 어눌함과 겸손함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게 했습니다. 용인 우리교회 김윤태 목사님이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분은 장로로 20년을 한 교회에서 섬기다가 금년에 목사 안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작년에 용인 민속촌 근처에 빌딩 5층 120평을 빌려 개척을 했는데, 지금 30여명의 출석 교인으로 성장을 꿈꾸고 있다고 합니다. 진솔하고 겸손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은 그의 목회에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경기도 가평 길이 초행이기 때문에 저는 돌아오는 길에 김 목사님의 차량 인도를 받았습니다. 청평에서 점심 식사를 함께 했습니다. 말을 꺼내기는 제가 꺼냈는데, 정작 값은 김 목사님이 치렀습니다. 경기도는 김 목사님 동네라는 것입니다. 다음에 김천 가면 맛있는 것 사 달라며 먼저 계산을 했습니다. 순수한 모습을 보는 듯해 가슴 뭉클했습니다.
우리의 삶은 만나고 헤어짐의 반복입니다. 이번 설교 클리닉 세미나는 새로운 만남의 무대였습니다. 주님의 일을 하는 36명의 목회자들이 귀하게 쓰임 받을 때, 우리 교계가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작은 초석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이동원 목사님이 세미나를 개최하면서 목적하는 바도 될 것입니다. 함께 참가했던 목회자들과 이동원 목사님의 남은 사역을 위해서 기도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매일 새벽이 그것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행복했던 4박5일의 필그림하우스의 생활, 오랫동안 영적 에너지로 작용할 것입니다.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www.pilgrimhouse.kr. 2010. 7. 19.)
첫댓글 필그림하우스 홈피(www.pilgrimhouse.kr)에 올려져 있는 제 글을 퍼와서 이곳에 다시 올립니다. 2010년에 쓴 글이네요. 그런데 카페 그즈음 글을 보니까 이미 이곳에 올려져 있었습니다. 이중으로 올리는 셈입니다. 그래도 한 번 읽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