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4.8(일) 아침 5시에 일어나 보리차 물을 끓이고 배낭을 정리하면서 오늘 하루도 무사히 다녀오기를 마음속으로 다짐한다. 6시10경에 집을 나서면서 세이백화점 앞에 걸어가다 보니 모자를 가져오지 않았다. 젊은 해병에게 전화를 하여 아침식사를 같이 하자고 전화하고 시민회관 뒤에 까지 걸어간다.
아는 분은 아시겠지만 시민회관 뒤 “신촌설렁탕”은 맛이 정말 일품이어서 내가 정말 좋아하는 식당이다. 일요일 아침 산행을 떠나기 전 설렁탕 한 그릇을 먹으면 꼭 보약을 먹는 기분이다. 걸죽한 국물에 담백한 맛, 잘 익은 깍두기, 아직까지 안 가보신 분은 한번 가보시라 후회하지 않으실 것이다.
버스를 타니 만원 만 내고 가운데 바닥에 앉아 가려 하는데 남의 속도 모르고 “산에가자”님이 자꾸 양보를 하셔서 까꿍팀의 최고 미인인 동갑내기와 같이 앉는 영광을 앉게 되었다. 산에 가자님 정말 고맙습니다. 다음에도 부탁드립니다. 히히히..
7시 30분경에 대전 톨게이트를 통과하여 무령고개에 도착하니 9시 정도가 되었다. 세븐스타 트렁크를 열어 배낭을 꺼내는 순간 경악... 이게 무슨 냄새인고..
막걸리가 쉰 냄새 같지는 않고 .. 무언가 끓는 물에 빨어서 생긴 냄새는 확실한 것 같은데
아우 못살어.. 하지만 그래도 다행이다 무령고개에는 약수터가 있다.
범인은 조금 있다가 색출하기로 하고 일단 차거운 약수물에 맨손으로 배낭을 빤다. 냄새가 쉽게 없어지지 않아서 아예 잠수시켜 한참을 주물렀더니 내손이 벌겋게 변했다. 4차 때는 막걸리에 목욕을 했는데 오늘은 보약으로 목욕을 시켰다. 배낭말고 나 좀 막걸리나 보약으로목욕시켜 주시지. 나 요즘 무척 힘들다. 젊은 해병 체육관으로 운동하러 가는데 한마디로 발발 거린다. 발바리도 아닌데..
배낭 빠는데 회원님 몇 분이서 웃고 계신다. 남의 속도 모르고 “쟤는 왜 산에 와서 배낭을 빠나” 이런 눈치다. 어휴 환장 하시겠네.. 약수터에서 차가운 물로 배낭을 씻고 또 씻기를 몇 번 .. 냄새는 빠진 것 같은데 배낭이 완전히 축 늘어진 물오징어다..
범은 색출하는데 딱 10분 걸렸다. 무령고개에서 영취산 올라가는데 그 냄새 잊을 수 없는 .. 새로오신 회원님. 대장님께서 대전 시내에 있는 몇 안 되시는 산악인 이라신다. 아마도 그 회원님 산행하시다 목 마르시면 드시려고 특별히 준비하셨는데 공덕 쌓으시느라 다른 회원님들 배낭에 헌상하셨다.
영취산에 오르는데 부산에서 오신 “낙동산악회” 남자 회원님에게 북진하느냐, 남진하느냐고 물으니 북진하신단다. 바로 그 옆에 계신 관록 있게 보이시는 여자 회원님 “우린 남진 합니다.” 우.. 창피해. 그 남자회원님.. 고개를 못든다. 아마도 생초짜 임에 틀림없다.
9시 25분 영취산을 떠나 덕운봉 쪽으로 내려가는데 좌우로 조망이 너무 좋다. 오늘은 최대한 천천히 가기로 했다. 하산하면 누님들이 젊은 해병만 좋아한다. 나.. 나는 술도 잘 못마시는데 빨리 취하라고 엄청 술만 준다.. 30분 정도 가서 오르막길에 앉아서 간식을 먹는다.
젊은 해병이 꿀물을 타고 있는데 둔산에 사시는 동갑내기 친구분 두분과 여자 회원님 3분이서 다정하게 오신다. 잠깐 쉬었다 가시지요. 오늘 산행거리도 짧은데 너무 빨리가면 아쉽잖아요. 우리의 권유에 앉아서 밤, 바나나, 쑥떡, 오렌지 정말 없는게 없다. 산에 와서 몸 보신한다. 한 15분 쉬고 20분쯤 올라가니 함양군 서상면 쪽에 조망이 확 트였다. 에이 이럴줄 알았으면 조금 더 올라와서 쉴걸.. 아쉽다.
덕운봉을 왼쪽으로 돌아 20분쯤 가니 장수군 계남면 쪽에 경관이 정말 장관이다. 엄청난 바위에 멀리 대곡호에서 시작하여 밑에서 올라오는 바람이 세차다. 사진을 몇장 찍는데 혹시나 안전사고를 의식하여 양손에 스틱을 집고 바위위에 올라섰다. 정말 이런 때 스틱이 요긴하다.
4차 산행때도 산죽 이야기를 좀 했는데 젊은해병과 까궁팀 서대장님. 무령고개에서부터 반팔로 산행을 시작했다. 드디어 제대로 임자 만났다. 계속되는 산죽밭 .. 속으로 킥킥킥.. 고생좀 해봐라. 젊은해병 아예 만세를 부르고 간다. 나, “팔 안쓰라리냐.” 젊은 해병 “그래서 손들고 가잖아요.”
11시 20분 쯤 되어 민령에서 이정표를 보니 누워있다. 힘들어서 누워 있는 것 같진 않고 아마도 솜씨 없는 어떤 무식한 산 강아지가 물어 뜯었나 보다. 인천에서 육십령까지 가는 다른 나이 드신 산악회원님 혀를 끌끌 찬다.. 그곳에서 왼쪽으로 내려가면 그 유명한 청사에 길이 빛날 논개 생가지가 있다. 언제 기회 있으면 가보면 좋겠다는 생각만 한다.
오늘 산행거리가 좀 짧은 관계로 점심을 일찍 시작했다. 김대장님, 젊은해병, 산다람쥐님, 산조아님, 다정한 친구 두분 등 여럿이서 양지바른 곳에 배낭을 풀렀다. 오면서 계속 궁금하게 생각한 것이 부강농부님이 어디쯤 가고 계실까 라는 명제가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에이 어디서 점심 맛있게 드시겠지.
밥에 김치, 쑥국, 장아찌, 고추절임, 라면, 약밥 정말 산에 와서 살 불까봐 걱정된다.
12시 7분 정도 출발하여 조금 내려가니 이정표가 서 있다. 백운산 6.7km, 깃대봉 1.3km 그럼 얼마 안남았잖아.. 우.. 육십령 터널위를 걸으면서 대진 고속도로를 보니 새삼스럽게 우리의 토목기술이 뛰어나다는 것을 느낀다. 산세를 해치지 않고 부드러운 곡선으로 처리하여 시야에 부담이 전혀 없다. 기념사진을 고속도로를 배경으로 남긴다.
1시쯤 깃대봉에 오르니 장수 덕유산, 남덕유산, 할미봉이 손짓한다. 젊은 해병 “산세가 장난이 아닌데요.” 나, “올라가려면 고생 좀 할 꺼다. 아마도 3~4시간을 걸릴 꺼야.” 깃대봉이 왜 깃대봉인가 했더니 깃대가 3개 있다. 김대장님 뽑아가자고 하신다. 나, 뽑는것은 문제가 아닌데 어떻게 들고 가지요. 아쉽지만 운반수단이 만만치 않아 그냥가기로 한다.
아 그런데 멀지 않은 헬리포트를 보니 야외 운동회가 벌어졌다. 까꿍팀 형님, 누님들 닭싸움 하고 계신다. 힘이 남아 있으신가 보다. 젊은 해병과 나 다시 한번 다짐한다. 늦게 내려가자. 빨리 가면 술 마셔야 된다. 응.. 까꿍팀 떠나고 헬리포트에 가니 회원님 세분 늦은 식사를 하고 계신다. 앗, 우리팀 최고 열심히 산행하시는 “꽃을 든 남자”께서 거기에 계셨다.
앉아서 마지막 꿀물 한잔 마시고 20분 쯤 가니 그 유명한 깃대봉 샘터가 있다. 우와 이 높은 곳에 물이 나오네 배낭을 풀러 보온병(1.2L)과 서독에서 만든 알루미늄 수통(0.75L)에 물을 담든다. 알루미늄 수통으로 말하자면 김대장님 바위산장에서 최근에 구입한 것으로 내가 알기론 대한민국에 거기 빼고는 없는 정말 좋은 제품이다. 올드 산악인들에게는 필수품이지만 지금 산악인들은 프라스틱 수통을 많이 쓴다. 나도 미제 프라스틱 수통 써 보았지만 몇 년 지나니 약간 냄새나는 기분이 들어 향수도 느낄 겸 하나 구입했다.
“사랑하나 풀어던진 약수물에는 바람으로 일렁이는 그대 넋두리가 한가닥 그리움으로 솟아나고...” - 깃대봉 약수터를 사랑하는 사람들 -
너무 가슴에 와 닿은 말이라 적어 왔다. 우리 모두 지나온 시절은 아름답고 아쉽다. 언제 다시 깃대봉 샘터를 오려나 하는 생각을 하니 가슴 한켠이 찌릿하다.
샘터를 뒤로 하고 내려오는 길은 맨발로 산책을 해도 좋을 길이다. 두사람이 함께 걸어도 될 넓이에 양쪽에는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나무를 박아 놓았다. 하지만 이런 좋은 능선을 사람이 편리하기 위하여 이런 인공구조물을 설치하는 것은 한번 생각해 볼일이다.
40분 정도 내려와 육십령을 보니 우리의 세븐스타가 늠름하게 서있다. 휴 오늘도 무사히 내려왔구나. 산에 가자님을 비롯하여 이사벨아작네님등 많은 분들이 정말로 즐겁게 하산주를 즐기고 계셨다. 빨리 오라는 독촉에 배낭을 차에 놓고 세수하려도 코가 막힌 것 같아 손으로 좀.. 악.. 웬 코피.. 이 지면을 빌어서 그때의 코피는 약 20년전 쯤에 본인이 형한테 개기다가 반 죽도록 맞아서 왼쪽 코가 약함을 밝힌다.
부강농부님 드디어 만났다. “ 나 오늘 죽는줄 알았어 , 먼저간 줄 알고 쫒아 왔드니 없대.. 이건 배신이여,, 배반,,” 단단히 화가 나셨나 보다. 그리고 까꿍팀 누님들 젊은 해병만 좋아한다. 나는 술만 빨리 마시라고 성화다. 늦게 내려오길 잘했지 . 세잔 마시니 떠나는 분위기다. 휴.. 안도.. 2시 45분 대전으로 향한다.
대전에서 도착하여 목동 바위산장 옆 대짜배기 감자탕에서 소주와 맥주, 정말 기분좋게 마시고 8차 백두대간 종주대의 화합과 무사하게 설악산 까지 산행을 다짐하는 좋은 자리가 되었다. 그리고 산에가자님 정말 오리 맛있었습니다. 다음에도. 헤헤헤..
첫댓글 이거 산행후기 무진장 재미있네? 감사드립니다,
글 잘쓰누만. 매주 빼먹지말고 써야돼! 글구 2~3회차 기억을 더듬어서 쫘악 써서 제출해 알았지?ㅋㅋㅋ
잘읽고 갑니다..며칠을 머리 싸매고 고민했을게 빤하구만~`고생했어요 그러는의미에서 낭중에 술한잔 더주지이~~ㅋㅋ
근디 계명일주님은 산행일기 보다 소설쓰시는게 더 조켔씨유. 글 쏨씨가 워낙 뛰어 나서리 .... 재미있게 읽었슴다.
잘보고 갑니다 언제읽어도 정겨운 이야기로 쓰는 산이야기 항상 그날을 상기시켜 주는군요 감사합니다^^
어쩜 이렇게 잼나게 아주 실감나게 쓰실주 있지요 우리 오뚜기조도 등장시켜주시고 감삼당~~^^* 게명일주님 꿀물 밤 넘 맛있어습니다 담에또 주세용 ㅎㅎㅎ~홧팅
^^ 계속 읽고 있는 데, 재미있습ㅁ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