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대기법문(對機法問)
붓다는 중생의 근기(根機)에 따라 법문을 설하셨다. 어떤 이에게는 공(空)을, 어떤이에게는 유전하는 인과를, 어떤 이에게는 만법(萬法)의 무자아를, 어떤 이에게는 유정. 무정의 뭇 삶들을 설하였다. 이렇게 근기와 상황에 따라 차등하여 방편법문을 설하신 것이 ‘대기법문(對機法問)’이다.
대기법문 중에 법을 직설한 말씀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근기가 수승한 이들에게 한 대기법문은 법을 직설한 법문이요, 근기가 낮은 이들에게 한 대기법문은 방편을 쓴 법문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붓다의 설법 중에서 법을 직설한 법문은 없다. 어떤 법도 없는 법에 직설할 법이 어디 있겠는가? 수행 제자 아난다의 질문에도 붓다는 “한 법도 설한 바가 없다”고 답하지 않았는가? 붓다의 설법은 모두가 '방편법문'이다.
대기법문 중에 방편법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방편법문 중에 대기법문이 있는 것이다. 《금강경》 구절들은 붓다의 법문이 이름을 가설한 방편법문임을 제자들이 깨우치도록 배려하신 설법들이다.
○ 방편 법문을 설명하는 《금강경》
“법상(法相)에도 걸리지 말고 비법상(非法相)에도 걸리지 말아야 하나니,
그러기에 여래가 항상 말하기를 ‘너희는 나의 말을 뗏목과 같이 여기라’ 하였느니라.”
붓다께서 수보리에게 물으셨다. “수보리야, 여래가 설한 법이 있느냐?”
수보리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법을 설하신 것이 없습니다.”
<신용국 저 - ‘인식이란 무엇인가’>中에서
♣ 대기설법(對機說法) : 불교에서 듣는 사람의 이해능력(根機)에 맞추어 진리(법)를 해설하는 것. 수기설법(隨機說法) 또는 환자에 따라 병에 적합한 약을 주는 것에 비유해 응병여약(應病與藥)이라고도 한다. 붓다의 교설은 어떤 면에서는 서로 모순되는 점이 있는데, 그것은 중생의 근기에 따라 그때그때 적절한 내용(처방)으로 해설했기 때문이다.
[출처] 붓다의 대기법문(對機法問)|작성자 일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