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12월 31일, 수원~한대앞 구간의 협궤열차 운행이 종료된 이후 수인선은 13년 이상 영업중지-폐선으로 대부분 알고 있으나 아직까지 수인선은 수원~한대앞 구간이 영업중지 상태로 영업거리표상에 등재되어 있다-상태에 놓여있었다. 그 동안 수인선이었던 선로들은 개발 및 주민들의 생활공간 등으로 활용되면서 점차 그 흔적이 사라져갔고, 역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그곳을 필자는 역을 중심으로 돌아보았다. 이 글에서는 수원~한대앞 구간의 변화를 역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다만, 야목역의 경우 필자가 방문하지 못한관계로 제외한다.
Part 2 어천역
수원역 입구에서 북쪽방향에 위치한 정류장에서 어천으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다. 약 10여분간을 기다린 끝에 어천으로 향하는-야목방면으로 가려면 야목행 마을버스를 타야 함-버스를 탈 수 있었다. 수원~어천 사이에 있었다는 고색역이 있는 고색동을 거쳐 화성시 매송면 소재지인 어천에 도착했다. 수원과 매송면은 불과 20여분 거리에 불과했지만 그 발전도는 하늘과 땅차이에 가까웠다. 아직까지 어천일대는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는듯 퇴락한 풍경을 보여주고 있었다.
정류장 인근 길가에 서있는 건널목 신호기가 이곳에 수인선 선로가 지났음을 홀로 말해주고 있었다. 신호기는 남아있되 필요로할 선로도, 열차도 이제는 없다. 이러한 '유물'이 어찌 철거되지 않고 아직까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는지는 알길이 없지만 필자에겐 제대로 찾아왔음을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어주고 있었다.
신호기가 서 있는 쪽으로 넓은 공터, 그리고 역이 있는 곳이면 흔히 볼 수 있는 측백나무군락이 보이고 있다. 이제 바로 발길을 옮기면 어천역을 볼 수 있다.
어천역사는 다행히도 현존하고 있었다. 일단 역사사진은 잠시후에 보기로 하고 플랫폼이 있던 자리를 살펴보자. 이미 플랫폼이 있었을 법한 자리는 다 파헤쳐버린 것인지 그 흔적이 남아있지 않다. 대신 그자리를 텃밭이 차지하고 있다. 역사본체가 민가로 변했기 때문에 이는 예상된 수순이었는지도 모르겠다.
플랫폼 방향에서 본 어천역사다. 이미 가정집으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곳곳에 가재도구들을 볼 수 있었다. 역사 상단에는 과거 역명판을 붙인 흔적이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내부는 들여다 볼 수는 없었지만 외관으로 봤을 때엔 건물상태가 그다지 좋아보이지는 않았고 영업중지 당시의 외관을 어느정도는 유지하고 있는듯 했다. 물론 영업당시 역앞에 서있던 향나무는 사라졌지만.
어천역앞 어천마을의 모습.
고색역편...
고색역 방문은 사실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본래는 어천에서 '걸어서' 야목까지 가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부산에서 출발시각이 너무 늦어진 까닭에 결국 계획을 변경하여 바로 수원으로 갈 요량이었다. 그러다가 고색동을 지날즈음에 이곳에 다시 올일이 별로 없을 듯 싶어 충동적으로 고색초등학교 정류장에서 내렸다. 일단 정류장에서 내리긴 했지만 사실 고색역이 어디에 있는지는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다. 다만 내리기전에 차창에서 본 수인선 철길흔적만 확인했을 뿐. 철길이 있는 곳을 향해 골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운이 좋았던 것일까. 골목을 들어서자 마자 곧바로 수인선 협궤선로를 목격할 수 있었다. 그리고 텃밭사이로 보이는 신호기박스, 아무래도 이곳이 고색역이 있던곳이 분명하다 싶어서 선로를 따라 플랫폼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생각보다 플랫폼 흔적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마침 텃밭부근에서 깨를 털고 있던 어르신들을 볼 수 있었다. 그분들께 가서 직접 물어보기로 했다.
필자: "어르신 여쭤볼게 있는데요. 이전에 이곳에 고색역이 있었었나요?"
어르신: "맞어. 이곳에 고색역이라고 있었지."
필자: "혹시 정확하게 어느곳에 역터가 위치해 있었나요?"
어르신: 저쪽 새마을금고 있는데 보이지? 그 부근에 역이 있었어.
그 말을 듣고 새마을 금고건물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아스팔트 길 사이에 협궤선로 흔적이 진하게 나있다.
새마을 금고 부근에서 촬영한사진. 협궤선로를 따라서 무우를 심어놓았다. 플랫폼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
고색역은 사실 폐역된지 35년이 넘었고 영업당시에도 무인역으로 운영되었던 곳이라 플랫폼 흔적을 찾는게 쉬울 것 같지는 않았는데, 결과적으로는 예상한대로였다. 또한 역이 있던 자리로 추정되는 곳은 모두 텃밭으로 뒤덮여버려서 겨울철이 아닌이상 그 흔적을 제대로 찾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였다. 결국 플랫폼 찾기를 포기하고 그곳을 떠났다.
수원역앞에 도착하여 곧바로 안산으로 향하는 급행버스에 몸을 실었다.
-다음에 계속-
첫댓글 비오던 여름날 갔던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 ^ 그때는 한참 쭈볏쭈볏 자라던 쌀나무들이 지금은 저렇게 가득 있었네요
어천역 향나무는 아마 반대편에 아직 건재할 겁니다. 역사보다 오래 남는 게 역목이라지요 ^^;;; 옛 어른들이 부정탄다고 잘 베지 않으시더군요^^
실제로도 건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어천역이 이렇게라도 살아 있으니 다행입니다, 사진 잘 보고 갑니다.
잘보고 갑니다
아직은 어색한 역이네요..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