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영국여행 중 가장 많은 사진으로 남긴 것은 바로 건물 지붕에 있는 굴뚝이다
춥고 습한 영국에선 이 굴뚝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이 굴뚝이 없으며 습한 공기로 인한 눅눅함을 지울 수가 없다고 한다
전통을 중시하는 영국인들은 현대적 건물을 새로 올리는 것을 기피하고
전통 가옥에서 사는 걸 고수한다고 하는데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지켜내려 하는 마음속엔 자부심과 자만심이 가득한 것 아닐까 한다
난 거리를 걸을 때나 차창으로 보이는 건물에서 늘 다양한 굴뚝을 보는 재미를 느끼곤 했다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래퍼드 어폰 에이본은 그야말로 에이본 강가에 있는 아름다운 도시다
이 도시에 들어서면 목조건물들이 죽 늘어서 있는데 곳곳에 셰익스피어의 흔적으로 가득하다
아마, 셰익스피어 한 사람이 이 마을 전체를 먹여 살리는 것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모든 상가나 카페 음식점 등이 셰익스피어와 연관을 갖고 있는 듯하다
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겠다고 했다는 대 문호 셰익스피어를 얼마나 자랑스러워하는지
거리를 걷다 보면 금방 알 수 있다
이 거리에 어릿광대 동상이 있는데
셰익스피어의 희곡 <십이야>에 등장하는 인물이라고 한다
나는 이 희곡을 읽은 기억이 없다
"오 바보야! 바보는 자신이 현명하다고 생각하지만 현명한 사람은 자신이 바보라는 걸 안다"
라는 글귀가 적혀있다
셰익스피어와 만나 반가움에 사진을 찍자고 하니 자연스레 응해주시는군요
너무 높은 곳에 있으니 나는 그저 셰익스피어의 발아래에 서 있을 뿐
셰익스피어의 생가에 들어가 봤다
목재로 지어진 건물인데 비교적 부유한 집안에 태어난 셰익스피어가 어린 시절과 청년시절을 보낸 곳이라고 한다
중산층 계급의 생활상을 볼 수 있는데
셰익스피어의 유품, 책, 가구, 생활용품 등이 잘 보존되어 지금은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스트래퍼드 어폰 에이본 지역 자체가 튜더 왕조시대의 고딕건축으로 가득하다
변화를 그다지 중시하지 않는 영국인들이 그대로 보존해 아직도 그 시대에 머물고 있는 듯해
이 거리를 거닐면 중세의 도시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많은 조각 장식이 중후만 멋을 물씬 풍긴다
이 거리를 헨리 거리라고 부르는데
이곳의 거리에서 기념품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면서 여유를 부렸다
오래전 세상을 떠난 작가 한 사람이 이곳 사람들을 풍요롭게 먹여 살리고 있다
에이본 강가를 걸어 헨리거리로 올라왔는데 강이 아름답고 강바람이 시원하게 불었다
작년에 다시 읽은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을 다시 읽어보고 싶어진다
햄릿, 리어왕, 멕베스, 오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