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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04
씬1. 강남역 부근.
장어, 세미의 다리 한쪽을 붙들고 울고 있고,
동진, 세미 서로 팽팽하게 보고 있다.
장어 : (울면서) 싸우지마. 싸우지마. 형, 집에 가. 형, 형네 집에 가라. 염병, 집에 가....
동진 : (무섭게 가라앉은) 니들, 무슨 일을 저지른 거야?
세미 : (동진, 뚫어져라 본다, 비참한 기분에 아무런 말도 하고 싶지 않다) ...가세요.
동진 : 너, 네시에 어딨었어? 다섯시에, 어딧었어?
세미 : (참담한 기분에 비아냥) 왜요? 또 무슨 사건 났어요?
동진 : 말해.
세미 : (동진에게서 눈길 안 피하고, 주머니에서 명함 꺼내 보이며, 또박또박) 네 시엔, 이 아래, 서브랜드에서 놀았어요.
거기서 삼만원 벌었구....다섯시엔.. 방금 그 손님이랑, (턱짓으로 디스코텍 가리키며) 저기서, 놀려다가 틀어 져서,
지금, 여깃어요. (비아냥) 이제 됐어, 기자나리?
동진 : (고삐 안 늦추고) 어제 삼보 여관에 갔어, 안갔어?
장어 : (여전히, 울면서) 형, 집에 가라. 형, 집에 가.
세미 : (장어 내려다 보고, 동진 보는데, 처량맞은 생각에 눈물이 그렁해지는 것 참으며) 나, 그사람 안죽였어,
모르나본데, 범인 아까 잡혔어.
동진 : (안도의 한숨 쉬고) 당분간, 이 근처 얼씬 거리지마. 괜히, 다치지 말고. 행려자 일대 단속있어.
(한심스레 장어 세미 보고, 돌아서고)
세미 : (그런 동진 보고, 화나, 눈가 그렁해지며) 야.
동진 : (돌아보면, 기분 나쁜) ?
세미 : 니가 뭐야? (버럭) 니가 뭔데 날 그렇게 봐!
동진 : (한 대 치고 싶다) ?
장어 : 세미야.. 그러지마, 소리치지마.
세미 : (눈가 그렁한) 니가 뭔데, 날 버러지, 쓰레기 보듯해? 내가 너한테 돈을 달랬어, 밥을 먹여 달랬어?!
동진 : (한심하게 본다, 열받아 대꾸하기도 싫다) .....
세미 : (눈물나는, 악에 받친) 우리가 이렇게 사는데, 니가 뭐 보태준거 있어? 너 잘산다고, 너, 잘났다고 재는 거야, 뭐야?
우리도 부모 잘 만났으면 이러고 안살어. 우리라고 이러고 살고 싶어, 사는 줄 알어?
동진 : (세미 바로 보고)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그럼 안살면 되잖아. 부모를 잘못만나, 그래?
부모 잘못 만난 사람들은 다, 너 처럼 사니? 그게 이렇게 사는, 변명이야?!
세미 : (눈물이 머리끝까지 찬다) 그래, 변명이야. 한가지 물어요. 아저씨는, 아저씨 형제가 죽어가면,
약이 없어, 약값이 없어 죽어가면....어쩔래요?
동진 : ?
세미 : (악받치는) 나처럼, 얼굴이라도 팔아서, 아니...몸이라도 팔아서, 살리고 싶지 않겠어?!
동진 : !.....
세미 : (크게 한숨 쉬고, 머리 쓸어올리며) 더이상, 구차해서 말하기 싫어. 전번에 준 오만원, 잘썼어요. 다신 길거리에서 부딪혀도
우리 아는 척하지마. 여기까진 한두번 본 안면 때문에 대꾸해 준 거예요. 하지만, 다음부턴 안면이고 뭐고 없어.
동진 : (세미가 한 말 무슨 말인지 몰라, 상관하기 싫어, 돌아서려는데)
세미 : 장어야!
동진 : (돌아보고)
세미, 자신의 다리 잡고 있던 장어(다리 잡고, 땀흘리며 기절한)을 부둥켜 안고 흔들며 소리친다.
세미 : (하고, 장어에게) 장어야, 너, 왜 그래, 정신 차려! 정신 차려!
동진 : (어느새 세미 옆으로와, 장어 보고, 세미 보며) 얘 왜이래! 왜 그런거야!
세미 : (장어 안고, 동진에게 울며 소리치는) 저리가!
동진 : !
씬2. 성우의 사무실, 전경
씬3. 사무실, 안.
성우 : (눈만 빼꼼히 들어, 준희 보는) 너... 지금 뭐라 그랬어?
준희 : (괜히 얼굴 긁으며, 긁는 손 조금 떠는, 어색한 웃음 지으며) 그냥요.. 선배 생각이 난다구요.
(성우 안보며, 어이없는 웃음) 선배 닮은 사람 보고, 말을 걸었는데, 챙피 당했어요.
(편하게, 성우 보며) 선배가 좋은 가 봐요, 선배 생각이 자꾸 나는 거....보니까.....
성우 : (입가에 웃음지으며, 동생한테 대하듯) 얘봐라, 야, 나 좋아해서 뭐할려구.....
준희 : (성우 보며) 선배로서 좋다구요. 오해하지 마세요.
성우 : (조금 장난끼 있는) 물론 선배로서겠지, 설마 여자로서겠니? 하지만, 난, 너 별로야. 그리고 특히, 난, 유부남은 아주 별로야.
왜냐? 심하게 당한 경험이 있거든. (그러다, 갑자기 이교수 생각이 나서 입안이 쓰다, 작게 한숨)
준희 : (성우 보고, 걱정스런) 낮에, 온 사람이예요?
성우 : (애써 웃음 띄우려하며) 둔하게 봤더니 눈치가 있네. 없친데 덮친다는 말 있지? 세상일이 정말 그렇다.
으른들 말씀 틀린게 없어. 아주, 오래된 일인데...하두, 하두, 안 부딪히길래 죽은 줄 알았었는데...
평생 안보게 될 줄 알았었는데....
준희 : (할말없어, 말꼬리 돌리는) 저녁 안먹었죠, 라면 먹을래요?
성우 : (멋적게 웃고, 장난기 가득한) 또 데이트 하자구? 우리 애지간히 서로 붙어다니자. 보면 정들고, 정들면 큰일나.
(협박하듯, 웃으며) 난 한번 사랑 하면 목숨 걸고 사랑하거든.
준희 : (성우 그말에, 편하게 웃고, 자리에서 일어나 갈 준비하고, 성우 본다) 우유라도 한잔 드시고 일하세요.
성우 : (편하게) 그래. 참, 너, 공예작가, 메탈쪽으로 아는 사람있니? 한번 알아봐. 세검정, 이효진여사가, 양수리쪽에 샵을 내는데,
느낌을 그쪽으로 잡더라. 있어?
준희 : 한사람 밖에 모르는데....
성우 : 누구?
준희 : 은수가 메탈해요.
성우 : 낼 회사로 들어올 수 있니?
준희 : (멋적은 웃음) 걔 좀, 비싼데...
성우 : (웃으며) 얘 정말 웃긴 애네. (장난기) 명령이야. 칠대 삼으로 뽑아. (일하고)
준희 : 성우 선배.
성우 : (고개 들어 보면)
준희 : (어렵게) 선배가 전에 그랬죠? 사랑 같은 건 없다고.
성우 : ?
준희 : (말하기 쑥스럽고, 어렵다) 내가 한말 기억하는지 모르겠어요. 나한테 사랑은 그 사람 땜에 잠 못자고, 가슴 설레고,
참 많이 아픈 거라고 했던 거... (성우 보며) 성우 선밸 보면, 이상하게 내 맘이 참 (어렵게) 아퍼요.
성우 :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
준희 : (성우, 눈길 피하며, 웃으려하지만 잘 안된다) 사랑이 뭔지 나도 잘모르 겠지만, 경험도 별로 없고, 그래서 성우 선배처럼
단정적으로 자신 있게 말할 자신은 없지만 그래도 내 생각에는요.
성우 : (가라앉은) 니 생각에는?
준희 : 내 (생각하는) 생각에는... (단호한) 사랑은 있어요.
성우 : (준희, 보는)
씬4. 복도.
준희, 사무실 나와 걸어가다가 문득, 다시 사무실쪽 보는.
씬5. 사무실 안.
성우, 성우 낮에 준희가 준 사탕을 이리저리 보며, 생각많은, 그러다, 출입구쪽으로 시선가고.
씬6. 은수의 갤러리 안.
은수와 인정, 인부 서넛 지방으로 갈건지, 작품들을 포장하느라 분주하다.
인정, 은수 한쪽에서(창가쪽) 땀방울이 송글송글하게 맺혀 일하고 있다.
인정 : (힘든, 은수에게) 너무 힘들다. 선생님, 이거 저 아저씨들 보고 다하라 그러면 안되요?
은수 : (인정 보고)
인정 : 우리 토껴요? 잠시쉬어요. 목욕가요, 네?
은수 : (말 같지도 않다) 인정아.
인정 : (반갑게) 네?
은수 : 너, 짤리고 싶니?
인정 : (얼버무리듯 웃으며) 아뇨. 선생님 우리 일해요? (하고, 다시 일하고)
은수, 웃는데, 유리문 노크 하는 소리 들린다.
은수, 보면.
준희, 손흔들며 유리문 밖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씬7. 여관 전경. 밤.
씬8. 여관 안내실.
동진, 돈 계산을 하며, 방쪽을 물끄러미 본다.
씬9. 여관 방안.
세미, 벽에 기대 넋놓고 앉아있고,
장어, 죽은듯 모로 누워있다.
잠시후, 문 열리고 동진 방안으로 들어와 앉아, 담배 피워문다.
세미 : (동진 안보고) 고마워요. 방값은 나중에 돈 벌어 갚아 드릴께요.
동진 : (담배만 피우고)
세미 : 가세요.
동진 : 쟤 왜 저런거야?
세미 : (건성) 몰라요.
동진 : (세미 맘에 안드는) ?
세미 : 아파서 그렇겠죠, 뭐.
동진 : 좀, 진지하게 말 못해?
세미 : (동진 보며, 비아냥조) 진지하게 말하면, 뭐가 달라져요?
동진 : (세미 보고, 가라앉은) 쟤 어디가, 어떻게 아픈거야?
세미 : 맘이요. 맘이 아프대요.
동진 : ?
세미 : (동진 안보고, 건성으로) 옛날에...날 아주 이뻐한 사람이 있었어요. 돈 많은 아저씨였는데,
맨날 맨날 나한테 잘보일려고 무던히 애를 썼어요. 밥 두 맛난것만 사주고, 용돈두 많이 주고, 그리고도 모자라
맨날 넌 뭘 갖고 싶니? 넌 소원이 뭐야? 그랬어요.
동진 : ....
세미 : (쓴웃음지으며) 그래서, 어느 날 말했죠. 난 장어가 병 낫는게 소원이다. 제발 좀 고쳐달라. 순순히 그러마 그러대요.
그리곤, 무슨 병이냐고 묻더라구요. 말했죠. 쟨 맘이 아퍼요. 심장병이죠.
동진 : ?!
세미 : (대수롭지 않게) 그 다음부터, 그 아저씬 날 찾지 않았어요. (동진 보며, 비아냥) 아마 그 사람은 내가 무좀 같은 걸로
고민하고 있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동진 : (착잡한, 등돌려 자는 장어 보며 담배 피우는)
세미 : (동진 보며) 어떻게 해줄 것도 아니면서, 그렇게 슬픈척 하지마세요, 역겨우니까.
동진 : (고개 돌려 조금은 짜증스레, 세미 본다)
세미 : (니가 보면 어쩔거야, 하는 눈빛으로 동진을 본다)
동진 : (기분 가라앉히고, 설명하듯) 세상사람들은 니가 생각하는것 만큼 돈이 많질 않아. 도와 줄수 없다고, 걱정도 해선 안되니?
말로라도 걱정해주고, 위로해주고, 그러는게 사람들간의 정이고, 도리야.
세미 : (비아냥) 그래서 걱정했다, (비웃음) 감사해요.
동진 : (말이 안통한다 싶은지, 한숨 쉬고, 담배 끄고, 주머니에서 지갑 빼, 돈을 꺼내 몇 만원 바닥에 놔주고, 세미 보며)
약값에 보태라. 미안하다. (한숨 쉬고) 니들도 나 보고 싶지 않겠지만, 나도 진짜, 다신 니들 안봤으면 좋겠다. (일어선다)
세미 : (따라 일어난다)
동진 : (보면)
세미 : 마지막, 보는 건데, 배웅 정도는 해야죠.
동진, 씁쓸하게 문쪽으로 가서 문 여는데, 세미 그 사이에 동진 웃옷 주머니에서 지갑을 슬쩍한다.
동진, 그것 모르고 세미 한번 쓰게 보고 문 닫고 가고.
세미, '안녕히 가세요' 하고 문닫고, 지갑을 열어, 카드 하나를 빼고, 자기한테 있던 다른 카드를 끼워넣는다.
그리고는 지갑 접다가, 다시 열어 동진의 명함 하나를 꺼내 주머니에 넣고, 문 연다.
씬10. 여관 복도.
동진, 허탈하게 걸어가는데.
세미, 방문 열고 얼굴만 내밀고 소리친다.
세미 : 기자 아저씨!
동진 : (돌아보면)
세미 : (웃으며, 지갑 흔들며) 이걸 두고 가셨네.
하고는 던지고, 동진 얼결에 그것 받고.
세미, 동진보고 씩 웃으며, 문닫고
동진, 닫힌 문 보고 주머니에 넣고, 가고.
씬11. 여관방 현관.
세미, 주머니에서 지갑 꺼내, 다른 카드 하나를 꺼내 내버리고, 동진의 카드를 넣고, 동진의 명함을 보며, 회심의 미소 짓는.
씬12. 갤러리 앞.
인정, 가방 매고 나오고, 은수 마중하고 있다.
은수 : 괜히 택시타지말고, 전철 타. 밤길 위험하니까.
인정 : 택시 탈 돈도 없어요. 갈께요. (가고)
은수 : 그래, 잘가. (하고는 갤러리로 들어간다)
씬13. 갤러리안.
준희, 은수 떡볶이를 먹고 있다.
은수 : 순대는 왜 안사왔어?
준희 : 다 떨어졌대.
은수 : (먹으며) 응.... (갑자기 웃으며) 야, 너 기억나니? 우리 뉴욕에 있을 때, 내가 순대 먹고 싶다니까,
니가 아시안 골목 전부다뒤져서, 사다준거?
준희 : 응.
은수 : 그때 그거 너무 맛있었는데... 내가 그때 결심했잖아. 아, 이 사람이랑 살아야지.
준희 : (웃으며) 그랬어. 참, 낼 성우 선배가 너 좀 보자드라.
은수 : 왜, 너 사고쳤니?
준희 : (웃으며) 내가 어린애야, 사고치고 부모님 모셔가듯 널 데려가게?
은수 : 그럼, 왜 날 보쟤?
준희 : 거래처에서 금속공예 쪽을 원하나봐. 나 보고 추천하라는데, 그쪽은 내가 너밖에 모르잖아.
자세한 얘긴 성우 선배한테 들어. 괜찮은 사람이야.
은수 : (무심히) 별로 안 괜찮던 여자가 왜 갑자기 괜찮아졌어?
준희 : (웃음, 물먹고)
은수 : (떠보듯) 웃는게 수상하다, 혹시 좋아하는 거 아냐? 좋아해?
준희 : (웃는다) 그냥, 재밋어.
은수 : (철렁한다) 재밋어? (눈치보며) 너 맨처음 나 만날때도, 재밋다 그랬는데....재, 밋, 어?
준희 : (무심히) 응.
은수 : (물 마시며, 떠보는) 그 여자 이쁘니?
준희 : (편하게 웃고)
은수 : (눈치 살피며) 낼 몇시에 가면 돼?
준희 : 퇴근 무렵에 와. 같이 퇴근하자.
은수 : 그래. (하며, 물마시며, 준희 보고)
씬14. 갤러리 앞.
은수, 옆에 서 있고, 준희 샷터를 내리고 있다.
은수 : 신랑 있으니까, 엄청 좋다. 손하나 까닥 안하고.
준희 : (손바닥 부딪혀 탁탁 털며) 나 땜에 일 너무 빨리 접은 거 아니니?
은수 : 아니야. 다른 건, 모레 아침까지만 발송하면돼. 빨리 가자.
준희 : 내가 해줄까? 다 하고 가자. 아까 보니까, 박스가 무겁던데. (하고, 다시 샷터 열려하면)
은수 : (말리며) 안돼. 우리 아들 찾으러 가야돼.
준희 : ?
은수 : 벌써 잊었어? ....개야.
준희 : ?
은수 : 병원에 맡겼잖아. 문 닫기 전에 찾으러 가야지.
준희 : 개... 키우기로 한거야?
은수 : 어떻게 버릴 수도 없고. 별 수 없이 키워야지. (준희 보고, 웃으며) 근데, 되게 보고 싶다,
너두 그렇지? 꼭 애들 놀이방에 맡겼다 찾으러 가는 기분 같지, 않니?
준희 : (은수 보고, 편하게 웃는) ...
은수 : 뭘봐?
준희 : 넌 천성이 맑은 거 같애. 니가, 좋아.
은수 : (그 말에 서글퍼 지는, 괜히 머리 쓸어올리며, 쓰게 웃고) 고마워, 좋아해 줘서. (하고는 차로 가서, 문 따고)
준희 : (그런 은수, 짠한 마음으로 웃음 지으며 보고)
성우, 웃음 소리 이펙트.
씬15. 성우의 집, 주방.
성우, 영희 식탁에 신문 펴놓고 앉아 마늘 다듬고 있다.
성우 : (뭐가 웃긴지, 안웃으려고 애쓰면서도 웃음을 못참고, 킥킥대고 마늘을 까는데도 웃음 나고)
영희 : (그런 성우 물끄러미 보며, 마늘 까며) 배꼽 빠지네, 배꼽 빠져? 뭐가...웃겨?
성우 : (그래도 웃음 못참고, 눈물이 나게 웃고)
영희 : (기막히다) 어, 어... 얘봐, 얘봐... 너, 뭐해, 마늘 껍데기 날리게...성우야, 그만 웃어.
성우 : (웃음 멈추려 애쓰며) 알았어, 알았어, 그만 웃을께. (영희 보며) 엄마, 이제 어떡할거야?
영희 : (시큰둥하게 마늘까며) 뭘?
성우 : (웃음기 밴) 그 아저씨, 아니, 현철 오빠, 이제 어떻게 볼꺼야?
영희 : (답답한) 몰라.
성우 : 그러니까, 거짓말을 왜 해요? 사람 사는데, 진실 만큼 커다란 무기는 없는 거야. 그게 영원히 안 들킬 거라고 생각했어?
영희 : (마늘 까며, 답답한) 그냥... 그게...그냥.... 얼결에.... (성우 보며) 내 머리로 무슨 계획이나 짤 줄은 알고?
이 누무 주둥아리가... 지 혼자...모르겠다.
성우 : (아이 보고 웃듯) 그래서, 이제 어쩔거예요?
영희 : 강의... 안나갈 거야.
성우 : (안웃고) 돈 선불 한거 아니었어?
영희 : (마늘까며, 답답한) 지금 돈이 문제냐? 니 엄마, 생각보다 얼굴 그렇게 안 두꺼.
(마늘 놓고, 한숨 쉬며) 살다살다 이렇게 시쳇말로 쪽 팔리긴, 난생 첨이네.
성우 : (달래는) 괜찮아요. 사람이 살다 보면 그럴수도 있지? (하다가, 영희 관 찰하듯 보며) 혹시 엄마, 그 아저씨 맘에, 있어요?
영희 : 맘에 있긴 뭐가 맘에 있어, 없어. (무표정하게 넋놓고 가만 있다가) 엄마, 담배 한대 피우자.
성우 : (웃지 않고, 가만 보는)
영희 : (성우 안보고) 오늘은 니가 허락 안해도 담배 한 대 피워야 겠다. 말리지 말어. (하고, 일어나, 찬창으로 가서
담배, 라이터 꺼내 한대 피워물고, 재털이 가지고 다시 자리로 와 앉는다)
성우 : (영희 눈치 보며, 마늘 까고)
영희 : (담배 깊숙히 빨고, 안보고) 마음이 답답하다. 단순히.. 얼굴 팔려서는 아니고... 뭐랄까, 내가 그렇게 처량 맞을수가 없더라.
그 오빠한테, 남편 있어. 그렇게 거짓말하면서 (서글픈 웃음) 순간, 엄마...기분 괜찮았다. 당당했다고 할까...
혼자 있다는게 부끄러울 것도 없는데, 인명은 재천인데, 내가 죽인 것도 아니고, 남편 없는게 뭐 어떻다고.
(담배 피우며, 성우 보며) 성우야, 너 엄마 담배 언제 배웠는 줄 알어?
성우 : (편안하게, 마늘까며) 글쎄...우리 한옥 살때, 어느날, 학교에서 돌아오니 까 툇마루에서 엄마가 담배 피고 있더라.
(영희 보며) 언제 배웠어?
영희 : (생각하듯) 니 아버지 죽고 나서....멀쩡한 줄만 알았던 사람이...한줌 재로 돌아오고....유서라고 건내 받은 게...
(쓴웃음) 니 아버지가 다른 여자한테 쓴 연애 편지였어. 사랑한다. 보고 싶다. 거기 까지 읽었을 때, 내 맘이 어땠는 줄 알어.
나 버려두고, 바다만 좋다더니 아니었네. 20년 설움이 봄 눈 녹듯 스르르...그런데 맨 마지막 줄에...숙정에게. (차라리 웃는)
성우 : (영희 보는)
영희 : 그렇게 간 사람인데도 불쑥 불쑥 생각이 나더라. 한번 생각이 나면, 죽어서 만나고 싶을 정도로... 그때 배웠어.
니 아버지, 담배 좋아했잖아. 담배 피고 있으면, 니 아버지랑 얘기하는 기분이... (말못잇고, 서글프게 웃으며)
헌데 이젠 담밴 담배일 뿐야. (담배 피우고) 그래도 오늘은, 니 아버지다.
성우 : (안됐게 보는)
영희 : 넌 담배 배우지마. (하고, 끄며) 몸 상해.
성우 : 몸 상하는 줄 알면서... 엄마두 그만 펴.
영희 : 난 필란다. 가끔은, 위로가, 되거든.
성우 : 위, 로?
씬16. 성우집, 거실. 어두운
사이, 성우 문 열고 물 마시러 잔들고 방에서 거실로 나온다.
씬17. 주방.
성우, 냉장고에서 물 따르려다가, 문득 담배 있는 찬장에 눈길이 간다.
성우, 냉장고 문 닫고, 다시 방으로 가려다가, 뒤돌아 잠시 생각하더니 물잔, 식탁에 놓고 찬장으로 가서 담배 꺼내 하나 물고,
머리 끄슬리지 않게 손으로 잡고 가스렌지에 불 붙인다.
씬18. 베란다.
성우, 베란다 문 열어놓고, 쪼그리고 앉아 담배를 넋놓고, 한모금 깊게 빤다. 콜록이지 않는다.
다시 한모금 빨고 생각하는.....그러다, 입맛다시며 재털이에 비벼 끄며 혼잣말.
성우 : 거짓말... 이게 무슨 위로가 돼.
씬19. 준희네 거실.
은수, 준희 침대에 잠옷바람으로 앉아 강아지 가지고 놀고 있다.
은수 : (강아지에게) 손! (하면, 개 발 주고) 아이구, 이뻐라. (하고, 입맞춰 주고, 개 준희 주며) 자기두 해봐.
준희 : (개 앞에 손 내밀며) 손! (개 손 안주고) 손! (여전히 안주고, 이상하다는 듯 고개 갸웃하고, 은수에게) 야, 이거 똥갠 가봐.
(하곤, 개 머리통을 툭 치며, 장난) 너, 똥개지?
은수 : 왜 때려? 아직 아긴데. (하며, 강아지 품에 안고 머리 쓰다듬어 주며 준희에게 눈흘기며) 보기 보다 성질 못됐어, 아주.
애 났으면, 뻑하면 때렸을 거야. 운다고 때리고, 말 안듣는다고 때리고, 어쩐다고 때리고....
준희 : (웃으며) 쟤가 니말만 듣잖아. 남자라고, 여자만 밝히고.
은수 : (눈흘기며) 그런다고 때려, 애를? (강아지에게) 애는 그렇게 다루면 안되지-?...그럼 더 말 안듣지-?
(하고, 개 쓸어주며, 준희 보고) 나...애 낳으면, 정말 잘 키울 것 같지?
준희 : (은수 보며 따뜻하게) 그래.
씬20. 침실.
은수, 준희의 팔배고 누워자고 있다.
은수 : 나, 낼 몇시에 가?
준희 : 언제 편한데?
은수 : 5시쯤?
준희 : 그래. (하고는, 은수 팔배게해주고, 눈 감는다)
은수 : (생각하는 눈빛, 준희 안보고) 준희야....
준희 : (눈감고) 응.
은수 : 너 주실장한테 왜 실장님이라고 안하고 선배라고 불러?
준희 : 선배가, 선배라고 부르래. (하며, 은수 쪽으로 살짝 모돌려 눕고, 자는)
은수 : (생각하는듯한) 그 여자.. 똑똑하니?
준희 : (졸린) 응.
은수 : 섹시하니?
준희 : (졸린, 눈감고 웃는) 몰라....
은수 : 그 여자 결혼, 왜 안했대? 나이가 몇이야....
준희 : 많어....
은수 : 사귀는 사람있대, 없대?
준희 : 그만, 재워줘라. 졸려. 은수, 안녕... (하고, 은수 팔로 안고, 잠들고)
은수 : 그래, 자. (하고, 다시 성우 생각하고)
씬21. 성우의 집, 아침 전경.
씬22. 현관앞.
성우, 방에서 나와 '갈께요'하며 슬리퍼 벗고 신발 찾아 신고 있다.
영희, 성우 관찰하듯 보고 서 있다.
성우 : (신 신으며, 무심히) 엄마, 왜 그래? 아침내내 한마디도 안하고?
영희 : (건조하게) 너, 힘든 일 있어?
성우 : 아니. (무심히, 신 신으며)
영희 : 힘든 일도 없으면서, 왜 담밸 펴? 베란다에 재떨어져 있더라.
성우 : (신 신다가, 고개 들고 보고, 멋적다, 괜히 머리나 만지고)
영희 : (단호한) 담배 피지마.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데, 의지하는거 아냐. 특히 처녀가. 청승 맞고, 볼상 사납게. 너, 맘에 안들어.
한번 더, 그런 모습 보여. 엄마가 아주 혼줄을 내줄테니까. 가. 오늘 화나서 배웅안해. (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성우 : (영희 들어간 방, 미안한 맘으로 보고)
씬23. 달리는 성우의 차.
성우, 운전해 가다 콘솔박스에 손넣어 구취제 꺼내 입안에 뿌리고는 다시 넣고, 대수롭지 않게 혼잣말.
성우 : (좌회전해 가며, 혹은 우회전해 가며) 그래, 그래. 주성우, 그런데 의지하지 말자, 그런건 아무런 도움이 안돼. 하지말자...
씬24. 성우네 거실.
영희, 거실바닥 쪼그려 앉아 걸레질하며 무선전화받고 있다.
영희 : 안나가.
유란 : (E) 왜?
영희 : (걸레질 멈추고) 몰라 물어?
유란 : (E) 나가. 그깟일로, 공부까지.... 사람이 경우에 따라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지, 그걸 가지고 뭘 그래?
선주가 너 안나가는 거 알아봐라, 또 그 수다스런 애 난리난다, 난리나. 이러쿵 저러쿵 없는 말도 지어내서,
주선생한테 전하고. 그럼, 너만 더 우습게 된다고.
영희 : 안 보면, 그 뿐이지, 뭐가 대수야.
유란 : (E) 나두, 너두 만나 수다 떠는 게 유일한 낙인 사람들인데.... 거기라도 안가면, 생전가도 만나게 되니?
(사이) 집에 있음 뭐해? 먼지 하나 없는 집, 걸레질 밖에 더해?
영희 : (걸레 내려놓고, 답답한) 생각해 볼께.
유란 : (E) 생각해 보긴... 지금 당장, 준비하고 가. 선주 며느리감 본다고, 센타 못간다드라.
나두, 영감이 오랜만에 친정가자고 맘을 내서, 거기 가야돼. 우리 없을 때, 두사람이 깨끗이 해결봐.
영희 : 내가 알아서 할께. 끊어. (사이) 그래, 끊자. (하고, 전화 끊어 옆에 내려 놓고, 걸레 집어 닦으면서, 생각하는)
씬25. 성우 사무실, 큰 테이블.
하숙, 성우, 준희, 현주, 재석, 미선, 작업복 입은 젊은 사원 두엇 커피 앞에 두고 회의하고 있다.
하숙 : (서류보며) 지난달, 총 수입이, 3억 9천만, 6백 4십이었어. 수입좋지? (커 피 마시고) 문젠 지출이야.
전달이 보너스 달인 걸 감안해도, 지출이 너무 엄청나. 2억 8천 5백 8십. 결국 이번달에도 흑자경영은 어렵단 얘기야.
현주 : 그건 아니죠.
재석 : (말하지 말라고, 현주 툭 치는)
현주 : (아랑곳 않고) 들어온게 3억 9천이고, 나간게 2억 8천이면, 1억 이상 번거 잖아요.
하숙 : (성우에게) 주실장, 쟤 좀, 내보내라.
재석 : (현주에게 눈치 주며) 끼지마.
현주 : (민망하고)
하숙 : (성우에게) 자꾸, 이렇게 되는 문제가 뭘까, 주실장?
재석 : 제 생각엔 결재방법보단 우리 주거래선이 더 문젠 거 같아요. 회사일 보다 개인일이 많은게...
성우 : (재석 보며) 난 그 반대야. 지금은 회사쪽 보단, 개인을 상대로 거래하는 게 낫다고봐.
첫번째 이윤, 현찰이 잘돌고, 두번째 이윤, 덩치에 비해 이윤이 높단 거야. (하숙 보며) 현재까지, 우리 회사의 대외 이미지는
단순한 인테리어에 국한 돼 있는데, 그걸, 말그대로 토탈 인테리어로 심어주 는 일이 시급하다고 봐요.
하숙 : 좋아, 좋아. 우리 한번 다시 고민해 보자구. 그리고 이달 말 부턴, 다른데서 받아논 어음 싸놓지 말고, 그걸로 결재해.
(성우에게) 참, 세검정 건 어떻게 진행되고 있어?
성우 : 인테리어쪽은 현주씨랑, 김대리랑 뛰고 있고, 작가건은 서준희씨가 섭외 하고 있어요.
하숙 : (차마시며, 준희 보며) 섭외할게 뭐있어? 메탈이면, 뉴욕에서도 둘째가라면 서러워했던 은수 있는데.
준희 : (웃으며) 그렇잖아도, 오늘 들어오기로 했어요.
성우 : (준희 보고)
하숙 : 몇시쯤?
준희 : (하숙 보고, 성우 보며) 5시쯤으로 했는데, 어떠세요?
하숙 : (서류 챙기며) 난 봐봤자지, 뭐. 주실장이 만나. 난 우리 애 사고쳐서 학교 들어가 봐야돼.
(성우 보며) 요즘 우리 애 사춘기야. 난 오춘긴데, 아주 감당이 무감당이다.
성우,준희 : (서류 챙기며, 웃고)
시간경과-성우, 일하는 모습부터 훑어서 현주 재석까지 오는.
현주(입술 부르튼), 도면 보고 있는데, (현주 양 옆으로 준희, 미선 앉아 일하고)
재석, 현주 책상에 걸터 앉아 말 걸고 있다.
재석 : (비아냥) 야, 심현주 너 회사 생활 몇년인데, 아직 경상수지란 말도 모르냐, 챙피한 줄 알어라.
모르면 물어나 보지, 사장님 앞에서, (준희에게) 서 준희씨, 얘 (목배는 시늉) 이래 버릴까?
준희 : (웃고)
현주 : (일만하고)
재석 : (현주 보고, 혀 차는) 쯔쯔쯧, 한심지경이다, 증말. 어쩌면 몰라도 그렇게 모르냐?
현주 : (너무 한다싶어, 재석 눈만 들어 보고)
재석 : 기분 나쁘냐? 그럼 사표써, 당장에 수리해 줄게.
현주 : 수리할 능력이나 되고? 나 없으면, 결재서류 하나 못 만들면서.... (일하고)
재석 : (주위 눈치 보고, 현주 툭친다, 작게, 떠보듯) 우리 다시 만날래?
현주 : 누구 맘대로?
재석 : 다시 만나자. 결혼은 너나 나나 별로 안 어울리는 거 같고, 심심풀이로, 어때?
현주 : (그말에 주변 눈치 본다, 준희, 미선 모두 일하고 있다, 작게) 입 닥치고, 가셔.
재석 : 뭘 눈칠 보냐, 우리 둘 애지간한 사인건, 세상이 다 아는데.
현주 : (짜증난다) .....나한테서 갈때는 그대 맘이었지만, (억지 웃음) 다시 올땐, 아니지. 난 한번 아니면, 죽어도 아냐.
업무 태만으로 고소하기 전에 가셔.
재석 : 너 그새 누구 만났니? 입술이 왜 그래? (뽀뽀하는 시늉) 했냐?
현주 : (짜증) 했음, 어쩔건데.
성우 : (컴퓨터 보다, 고개 들어, 웃지 않고) 그만 안해. 회사가, 놀이터야. 노처녀 히스테리 부리기전에, 그만해. (일하고)
현주 : (재석 눈치주고)
재석 : (일어나며, 그래도 현주에게 농짓거리) 그 자식, 누군지 힘 되게 쎈가부다..... 근데, 너무 서툴지 않냐?
현주 : (열받고)
재석 : (성우에게 굽신 거리며) 외근나갔다 오겠습니다. (하고, 나가고)
현주 : (준희 팔로 툭치고)
준희 : (웃으며, 보면)
현주 : 저 자식, 망치 있으면, 아주 쳐주고 싶지 않아요?
준희 : (웃으며) 난, 몰라요, 묻지마세요. (하고는 자료들고, 성우에게로 가서는) 사인 좀 해주세요. 작가료 결잽니다.
성우 : (사인하며) 오후에 미건화랑 들렀다, 늦지말고 와.
준희 : 네.
성우 : (결재서류 준다)
준희, 결재 서류 받으려다가, 우연히 성우의 손 잡고,
성우, 보면. 준희, 잠시 머뭇대다 서류 받아, 목인사하고 자리로 가서 안고.
성우, 작게 웃으며 그런 준희 보다가, 컴퓨터 치다가, 자기도 모르게 다시 준희 일하는 것 보는.
씬26. 문화센터, 전경.
벨 울리는.
씬27. 문화센터 강의실, 복도.
주부들, 우르르 나온다.
씬28. 강의실안.
영희, 일어서서 노트를 가방에 넣다가, 필통을 잘못 쳐서 펜들 우르르 쏟아진다.
영희, 난감한 얼굴로, 다시 펜들을 줍는다.
현철, 그런 영희 눈치 보며, 칠판을 지우고 있다.
영희, 쭈그려 앉아 펜들을 줏어 필통에 담고, 가방에 넣으려는데, 어느새 현철 그 앞에 주위 둘러 보며 멋적은 얼굴로 서 있다.
영희 : (보고) ......
현철 : 저, 영희야. 너, 나랑 차 한잔 하자.
영희 : (가방에 필통 넣으며, 현철 안보고) 나, 오늘 바뻐.
현철 : (답답한) 그러지 말고. 차 한잔 하자.
영희 : (가방 챙기다, 그말에 기분 상해, 현철 보는, 서운한 맘에 입술이 다 떨리는) 그러지..말고? 오빠, 지금 그 말투, 그게 뭐야?
현철 : ?
영희 : (서운한, 화난) 과부 주제에, 빼지 마라, 그 소리야? 남편두 없으면서, 집에 가서 할 일도 없으면서?
(서운한 웃음) 남편 없는 여자한텐, 이렇게 언제나 함부로 해?
현철 : (답답한) 영희야.
영희 : (화나는 것, 참느라 눈물이 다 날 것 같다) 나, 여기 오빠한테..거짓말 한 게 면죽스러워서, 사실 안 올라 그랬어.
그랬는데, 생각해 보니까, 그럴 필요 없겠더라. 누구나 한번쯤은, 거짓말 같은 거 할 수 있는 거 아냐?
(가방 지퍼 닫으며) 강의료도 아깝고.....그래 온거니까, 다신 아는 척 하지마.
현철 : 너 별 것도 아닌것 같고...예민하게.. 정말 왜 그러냐?
영희 : (현철 보며, 서운한) 별게 아냐?
현철 : ....
영희 : 오빤 뭐든, 별게 아니지? 과거에, 내가 오빠 좋아 죽는다고, 약 먹었을 때도...
오빠, 울엄마한테 별거 아니니까, 놔두세요. 그랬지?
현철 : (버버대는) 그거야, 니가 그땐, 어리, 어려서.....
영희 : 됐어. (가방매고, 착찹해져) 오빠말처럼, 세월이 흐르니까, 다 별게 아니드라. 이번일도 시간 가면 별거 아니겠지.
하지만, (현철 똑바로 보며) 내 나이 쉰셋이야....어려서는 어려서라고 쳐도, 이 나이에 들키고 싶지 않은 모습 틀켰어.
나한테 이 일이, 아무 것도 아닌일, 별것도 아닌 일 아냐, 비켜. (하고, 현철 밀치고 가려하면)
현철 : (팔 잡는다)
영희 : (보면)
현철 : (팔 멋적게 내려놓고, 답답하단 얼굴로) 야....영희야....옛친구, 오빠 동생 좋다는 게 뭐냐? 약한 모습, 들키면 좀 어때?
그 작자 먼저 간게, 니 탓은 아니잖냐? 먼저 간 자식이..나쁘지, 남은 니가 무슨 죄야?
영희 : 그 작자? 자식?
현철 : ?
영희 : 무슨 표현이 그래? 오빠가 우리 그 사람 언제 봤다고, 막말이야?
현철 : (불똥이 왜 그리 튀나 싶어, 입이 다 벌어진다)
영희 : 그 사람, 죽었어도...내 남편이야.. 그리고, 내 기억에 분명히 오빠 보다 한 살 많어.
자기보다 위인 사람한테, 그 작자? 그 자식?
현철 : (답답한) 야, 그건...
영희 : (말꼬리 자르며) 내가 오빠 부인보고, 그여자 저여자 그러면, 오빤 기분 어떻겠어? 좋겠어? (눈물 그렁해지며)
죽은 사람이지만, 그렇게 막 상스럽게, 불릴 사람 아니야. 이제부턴, 정말 아는 척도 하지마. 아는 척하면, 나 강의 들으러
여기 안와. (속상하다) 성질이 별스러워서, 노인대학 도 못나가고, 동네 친구 하나 만들지 못했어. 여기 나와서,
하루 서너시간 친구들 만나 수다떠는게 내 유일한 소일거리고, 낙이야. 아는척 말아줬으면 좋겠어. (하고, 나가버리고)
현철 : (답답한, 한숨 쉬고) 정말...그 자식...말도 많네. 어떻게 사람한테 말할 기횔 안줘. 나, 참...
사람이 안변해도, 어쩌면 저렇게 안 변하나, 그래. (한숨 쉬고, 문쪽 보고)
씬29. 길거리.
영희, 눈가 그렁해 터덜터덜 가고 있다. 그러다, 토큰가게 스쳐지나가고,
문득 멈춰서서, 다시 뒤돌아 토큰가게 길게 줄서 있는 사람들 뒤쪽에 가 선다.
가방에서 손수건 꺼내 코 한번 풀고는, 다시 넋이 나간듯 서있다.
씬30. 신문사 현관+신문사 앞.
현철, 서둘러 나와 사방을 두리번 거리며, 영희를 찾지만 영희 없다.
현철, 난감한 얼굴이다.
씬31. 토큰 가게 창구.
영희, 앞사람 토큰 사서 가고. 영희 작은 동전지갑에서 꼬깃꼬깃한 만원권, 천원권지폐며, 백원짜리 동전 세고 있다.
카메라, 위로 가면, 현철 고개 숙이고, 주머니에 손 찌르고 터덜터덜 걸어오고 있다,
두사람 다, 서로를 보지 못한다.
영희, 창구에 돈 넣고 말한다.
영희 : 토큰 열개랑, 좌석표 열개 주세요.
창구 : (토큰과 좌석표 주고)
영희 : (토큰 받아들고, 동전 지갑에 넣고 돌아서는 순간) !
현철 : (영흰 줄 모르고, 돈내며, 토큰 가게에 대고 말한다) 토큰 두개만 줘요.
그러다, 뭔가 이상해 고개 들면 영희다.
현철, 굳은 채 서서 아무말 못하고.
창구 : 토큰 다 떨어졌는데요.
영희, 현철 동시에 창구쪽 보고.
영희, 현철 보고.
현철, 멋적어, 영희 못보는데.
영희 : (현철 보는, 비아냥은 아니다) ....왜-애?... 차 있다며?
현철 : (쓴 입맛 다시고)
영희 : (지갑에서 토큰 두개 꺼내 내밀며, 현철 보고) 이거면 돼? 버스 어디서 타?
현철 : (고개만 들어 영희보는) ?
씬32. 현철이 탄 버스 안.
현철, 서서 무표정하게 가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이 참 많은 얼굴이다.
씬33. 영희가 탄 버스 안.
영희, 버스에 앉아, 창밖을 물끄러미 내다 보고 앉아있다.
씬34. 현철이 탄 버스.
현철, 빈 좌석이 나자 앉아서, 이런저런 생각하다가 소매 끝을 본다, 와이셔츠 단추가 떨어질 듯 말듯하다.
현철, 그걸 이리저리 보더니, 심란한 얼굴로, 머리 한번 긁고, 팔짱 끼고 눈을 감아버린다. 답답한 마음이다.
씬35. 영희가 탄 버스.
영희, 창가를 물끄러미 보며, 생각없이 손톱을 물어 뜯고 있다가.....이내 손내리고 다시 무표정해지다가....
눈가 그렁해지며, 애써 웃으려하며 혼잣말.
영희 : 사, 는게.. 왜 이렇게....구차스럽니......
씬36. 성우의 사무실 복도.
사이, 사무실 문 열리고 준희, 먼저 나와 문을 열고 서 있다.
성우(서류 든) 웃으며 나오면서, '매너 좋다'하며 나온다.
준희 웃고, 성우 웃으며 걸어가다가, 뭔가 이상한지 멈춰선다.
준희 보면.
성우 : (고개 약간 갸웃하더니) 너, 잠깐 저리가서 앞만 보고 서 있어.
준희 : ?
성우 : 빨리.
준희 : (왜 그런가 싶지만, 묻지 않고 걸어가 앞 보고 서 있다)
성우 : (준희에게, 말하며, 살짝 스타킹 올린다) 뒤돌지마.
준희 : .....
성우 : (스타킹 다 올리고, 옆에 와 걸어가며) 가자.
준희 : 뭐했어요?
성우 : (웃음 밴) 할짓했어. 묻지마.
준희 : (웃고)
성우 : (멈춰서서, 고개 갸웃갸웃한다)
준희 : (두서너걸음 가다가, 뒤돌아 성우 본다) 왜 그래요?
성우 : (자기도 모르게 슬몃 웃음나는) 이거, 이상하다. 니 부인 오는데, 내 신랑 오는 것처럼, 왜 이렇게 가슴이 설레니?
오랜만에, 정말, 가슴이 쿵탁쿵탁 (고개 갸웃하며) 이상하다, 야.
준희 : (환하게 웃고)
성우 : 왜 웃어?
준희 : 웃겨서요.
성우 : 너, 웃지마라. 처녀 가슴 설레게...
준희 : 왜 설래요?
성우 : (무표정해지며) 글쎄. (다시 웃으며, 준희 옆으로 와 가며) 부인 이름이 은수랬지?
준희 : (가며) 네.
성우 : (가며) 무슨 은수?
준희 : (걸어가며) 정은수요.
성우 : (가며) 정은수?
씬37. 전시실, 테이블 앞.
은수, 성우 물잔 앞에 놓고 앉아 얘기하고 있다.
성우 : (편하게 웃는) 말씀 많이 들었어요. 서준희씨가 부인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더라구요.
제 얘기도 많이 하죠? 악랄한 상관이라고?
은수 : (편한 웃음 띤) 네. 쪼금요.
성우 : (고개 갸웃하며, 서글서글한) 아닐텐데, 많이 할 것 같은데...
은수 : (웃으며) 준희, 아니 준희씨 좀 잘봐주세요. 사회경험이 부족해서 처세를 몰라요. 워낙, 그림만 하다가...다루기 힘드시죠?
(작게, 흉보는) 꼴통 같은데가 있거든요.
성우 : (주위 둘러보고, 작게 장난스레 흉보는) 아세요? 아주-, 꼴통 같은데가, 없진 않거든요.
은수 : (크게 웃다가, 웃음 가신) 아셨구나, 벌써.
성우 : (크게 웃으며, 물잔 들고) 우리 이 얘기, 절대, 절대 비밀로 해요, 은수씨.
부하직원 욕하는 것도, 이 회사에선 징벌 사유가 되거든요. 사장도 꼴통 이거든. (하고, 웃으며, 물마시는)
은수 : (웃음 띄웠지만, 물 먹는 성우의 손, 놓치지 않고 보며, 참 이쁘고, 부럽다는 생각하다, 괜히 제손을 잠깐 보고,
탁자 아래로 숨기며, 둘레 보며, 웃음 띤) 인테리어가 참 좋아요. 치장도 별로 안했는데, 심플하고.
성우 : (말하는 은수, 머리며, 귓볼이며, 목걸이, 웃음들을 놓치지 않고 보며, 참 부럽다는 생각이 들어, 서글픈 웃음진다,
그러다, 기분 바꿔 편하게) 이제 일 얘기 본격적으로 해볼까요?
은수 : (밝게 웃으며) 그럴까요? (하며, 가방 열어 포트폴리오 꺼내는데)
성우 : (은수를 부럽다는듯, 대견(?)스러운 동생 보듯 물끄러미 따뜻한 시선으로 본다)
은수 : (포트 폴리오, 꺼내놓고, 고개 들어, 성우 보고, 느낌이 이상하다) 왜.. 그러세요?
성우 : (들켰다 싶어, 어색하게 웃으며) 아...마담이..... (웃으며) 차를 안가져 오네요.
그때, 준희 커피(조금 떠는, 애써 안 떨려고 하는) 들고 자리로 와 앉는다.
준희 : 전시실에 커피포트가 안돼서, 사무실에서 가져오느라.
은수 : (찻잔 내려놓으며, 준희 손 떠는 것보고 걱정) 팔 아프겠다, 커피 좀 흘리면 어떻다고...
성우 : (그제야 생각나서, 은수에게 조금 황당한, 미안한) 어머..미안해요. 손 아픈걸, 잠깐 잊었어요.
준희 : 손, 안아퍼요. 조금 떨리는것 뿐이지.. (하며, 작게 웃으며, 자리에 앉고)
은수 : (웃으며, 밝게) 죄송하지만, 조금만 부려 먹어 주세요. 실은 이사람 저도, 너무 아까워서 잘 안부려 먹거든요.
(하며, 커피 마시고는, 준희보며, 웃음 밴, 일상적으로) 니가 타서 그런지, 너무 맛있다. (하며, 커피 더 먹고)
준희 : (은수 편하게 웃으며 보며, 커피 마시고)
성우 : (두사람 눈빛 주고 받는 것보며, 이쁘기도하고, 부럽기도 하고, 편하게 웃으며 보고)
씬38. 전시실 밖.
은수, 성우에게 포트폴리오 보이며 뭔가 열심히 설명하는.
준희, 그 옆에서 두사람 얘기 듣는. 셋이 아주 친해 보이는.
씬39. 전시실 안.
은수, 성우에게 포트폴리오 설명하는.
은수 : 요즘은 이 작품처럼 안티 모던쪽이 유행이예요. 유행이라곤 하지만, 쉽게 질리지 않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정이 가죠.
앞에 보신 것보단, 이 느낌을 권하고 싶은데, (옆으로 고개 돌려, 성우에게) 어떠세요?
성우 : (고개 끄덕이며, 웃음 밴) 괜찮네요.
은수 : (성우 보며, 열심히 설명하는) 큰 작품을 설치하려는게 아니면, 벽에 안각을 넣거나, 조명으로 작품을 살리는게 좋아요.
(차 마시며) 참, 그 샵 실평수가 어떻게 되요? 전, 큰 작품보다는 소품에 강한데.
성우 : (은수 보며, 따뜻하게) 80평 정도? 평수로 봐서, 소품 쪽인 것 같던데. 언제 한번 이사장하고, 서준씨랑
자리 마련해서 만나봐요, 은수씨 편한 시간으로.
은수 : 실장님은요?
성우 : 전 그쪽 담당 아니예요, (손짓하며, 웃으며) 이번 일은 싸인만 할거예요.
은수 : 결재, 실장님이 하세요? 그럼 잘 보여야 겠다, (물 마시는) 저, 좀 비싸거든요.
성우, 웃고, 고개숙여 포트폴리오 다시 한번 보는데.
은수, '어머'하는 소리 나고, 성우 그 소리에 고개 들면,
은수, 자기 손에 물을 살짝 쏟았다. 은수, 손바닥에 묻은 물을 이크하며 살짝 핥다 먹고, 준희, '또 덤벙댄다'하며 웃고.
성우, 그런 두사람 따뜻하게 보며, 커피 마시고.
씬40. 주차장.
성우, 가방 매고 앞서 걷고 있다.
준희 사는 모습을 본 때문인지, 입가에 참 묘한 서글픔이 밴, 부러움이 밴 웃음 지으며 걸어가고 있다.
그 뒤에 준희, 은수 손 잡고 얘기하며 걷고 있다.
은수 : 니차 놔두고 내 차 타고 가자.
준희 : (웃음 밴) 그래.
은수 : 니 차 팔까? 내가 출퇴근 시켜주면 되잖아?
준희 : (아이한테 하듯, 편한 웃음 지으며) 니가 나보다 항상 늦으면서....퇴근을 어떻게 시켜줘. 거래처 들를 일도 많고 안돼.
은수 : 나, 가게 때려치고, 여기 취직할까?
준희 : 그럼 좋지. 할래?
은수 : (성우 의식해 멈춰선다)
준희 : (보면) ?
은수 : (작게) 니가 우리 가게 올래?
준희 : (웃는) 말되는 소릴해라. 내가 임마 거기 가서 무슨 일을 해?
성우, 어느새 자기 차 앞에서 멈춰선다.
준희, 은수 그 옆에 와 서고.
성우, 두사람 보고 편하게 웃음 밴.
성우 : (은수에게) 다음에 또 뵈요?
은수 : 네, 들어가세요.
준희 : 낼 뵈요.
성우 : (너그러이 웃으며) 그래, 낼 보자. 어서 가.
은수 : (목인사하고) 조심해가세요.
성우 : (목인사 하고, 차 키 열며 얼핏 고개 돌려 준희 보는)
준희, 은수 차(은수의 차)로 가서 은수가 탈 수 있게 차문 열어주고, 은수 타면 닫아주고,
자기 자리로 와 차 타고, 출발해 성우의 차 앞을 스쳐지나간다.
성우, 차 안에서 그런 두사람 보며, 목인사 해서 보내고,
시동 걸고, 음악 틀고, 서글픈(부러운) 웃음 입가에 작게 지으며 차 출발해 간다.
씬41. 성우의 차안. 저녁.
성우, 음악 들으며, 준희와 은수 생각하는지, 가끔 슬몃슬몃 웃음을 짓는데, 그 웃음이 몹시 외로워 보인다,
생각을 바꾸려는 마음에 창문을 내리고 바람 맞으며 가고.
씬42. 준희의 차안.
준희, 편하게 운전해 가고 있고, 은수, 준희 보고 밝게 수다떠는.
은수 : 나, 아무래도 땡잡은 거 같애? 로비두 안하고, 열점씩이나.... 너, 우리 메탈쪽은 큰 거보다, 작은 거 하는게
돈 더 많이 버는 거 모르지? 난, 아까 주실장님이 샵에 이미, 안각도 계산했다는 말에, 마음이 붕 떴다.
큰 작품은 만들어봐야, 재료비 땜에 본전 건지기도 힘들거든. 내가 만약, 가격 책정 잘 이뤄지면, 너 뭐사줄까?
형부 입는다는, 형광 빤스 사줄까? 아님, 용돈 듬뿍 줄까? 한, 삼만원정도, 어때? 굿? 베리,베리굿?
준희 : (웃으며) 좀, 입좀 가만 있어, 은수야. 운전하는데, 정신 하나도 없다.
은수 : (눈흘기며, 투덜) 운전을 몇년을 하는데, 여적 옆사람 말에 방해를 받냐?
준희 : (웃으며, 앞만 보며, 운전하고)
은수 : (조용히, 창가 보다가, 다시 준희 눈치보며) 너, 성우 선배 손 봤니?
준희 : (앞만 보며) 손? 글쎄....
은수 : (고개 돌려, 창가 보며, 생각하는듯한, 혼잣말처럼) 손이 참 이쁘드라. 길구 피아노했나?
하긴 다른데도 다 이쁘드라.. 키두 크구.....
준희 : (웃음 띤 채, 운전만하고)
은수 : (눈길만 돌려, 준희 살피는)
씬43. 도로, 신호등. 노란불에서 빨간불로 정지하는.
준희의 차, 정지선에 멈춰선다. 잠시후, 건너편에 성우의 차, 멈춰선다.
카메라, 준희차로 가면, 준희는 앞만 보고,
은수(무표정하게, 아주 일상적이고, 편하게)는 창가에 머리기대고 준희만 보고 있느라, 성우의 차 옆에 와 있는 줄을 모른다.
카메라, 성우차로 오면, 성우, 테잎 갈려다가, 준희차 보고, 가슴이 쿵한다.
잠시후, 신호등 바뀌고 정지선에서 준희의 차 출발하고.
성우, 준희의 차 보다 늦게 출발한다.
성우, 자기도 모르게 자꾸 준희의 차로 시선이 간다. 자기도 모르게 고개가 갸웃할 정도로 마음이 이상하다,
싱숭생숭하고, 착찹할 지경이다.
그렇게 한참을 가는데, 이번엔 준희차 그옆을 스쳐지나가고,
성우 스쳐지나가는 준희의 차 보고는 다시 가슴이 철렁한다.
성우, 숨 한번 크게 들이키고, 준희의 차 앞질러 달려서는 한쪽 도로변에 차 세운다.
성우, 차 세우고, 준희가 볼까 싶어, 고개 옆으로 돌리고 있고,
준희차, 그 옆 스쳐지나가 계속 달려가고.
성우, 가는 준희의 차 보며, 문득, 생각이 든다.
인써트1, 3부.
준희 : (작게 미소 지으며, 성우 못보고) 그냥 자다가...아니면 길을 걷다가...운전 하다가...자꾸....
성우 : ?
준희 : (고개 들고, 성우 보고, 담담하게) 자꾸.......선배가 보여요.
성우 : (준희 보는) ?!
준희 : (성우 보는) ......
현실.
성우, 가슴 답답해진다. 다시 생각하는.
인써트2, 4부.
성우 : (가라앉은) 니 생각에는?
준희 : 내 (생각하는) 생각에는...사랑은 있어요.
현실.
성우, 자기 마음을 자기도 모르겠다. 작게 한숨 쉬고, 머리 쓸어올리고, 다시 시동거는데, 시동 잘 안걸린다.
성우, 다시 시동 걸어보지만, 역시 잘 안걸린다.
성우, 한숨 쉬며, 의자에 몸을 기댄다. 다시, 준희 생각이 난다.
성우, 정신 차리려는듯 고개 강하게 한두번 젖고, 가만 생각하며 있다가. 힘주어, 혼잣말.
성우 : 주성우.. 너, 왜이래.......
씬44. 성우의 집 전경. 밤.
씬45. 성우네, 거실.
영희, 심드렁하게 앉아 빨래 개고 있다.
성우, 같이 빨래 개며.
성우 : 말해봐요. 하루죙일 집안에서 혼자, 입 꽉 닫고 계셨을 텐데, 그러다 입안에 곰팡이 생기면,
(약간 장난, 아이 달래듯) 난 책임 못지는데 말하지?
영희 : ......
성우 : (눈치 한껏 보며) 오늘, 강좌 갔었어? 현철아저씨, 만났어?
영희 : (안보고 일만 하며) 물론 만났지...만나서, 얼굴에 똥바가지 쓰고 왔지.
성우 : ?
영희 : (여전히, 안보고) 들통이 나려니까, 된통 나드라. 어젠, 남편, 오늘은 차.
성우 : 차? 차가 왜? 혹시...차두 있댔어?
영희 : 있다그런게 아니라....망신을 당할라니까. 혀가 꼬이드라. 있냐? 물어서, 나두 모르게
(고개 까닥거리며) 고개가 까닥까닥...이랬지, 뭐.
성우 : (아이처럼 보고 웃으며) 엄마, 차 사줄까?
영희 : (그제야 성우 보며) 돈 많다, 할일도 없는데, 차는...그리고 차살 돈이나 있어? 지두, 월부 사서 몰고 다니매. 관둬.
성우 : 차 사고 싶음 사요. 아버지 연금 받는거, 좀 모아 뒀다며? 모자르면 내가 좀 보태구.
영희 : 쓰러진, 자존심이 그깐 걸로, 세워지냐.
성우 : (안된) 자존심, 상했어?
영희 : (일하며) 아니. 내 나이에 무슨 자존심... 그냥 다 허세지, 허세.
성우 : (짐짓 밝게) 엄마, 우리 차 마실래?
씬46. 베란다. 창문 열린.
영희, 물끄러미 아래를 내다 보고 서 있다.
카메라, 주방쪽으로 가면, 성우 커피잔 양손에 들고 베란다 와서는 영희에게 하나 건내주며.
성우 : (짐짓 밝게) 커피맛 죽인다. (차마시며) 먹어봐, 진짜, 죽인다.
영희 : (웃으며) 말뽄새봐라. 이거 먹고 엄마 죽어.
성우 : (웃으며, 아이처럼 어리광섞인) 아니... 살어. 나랑 딱 백년만 더.
영희 : 아이고. 징그러. 백년? (고개 저으며, 웃음머금고, 창밖 보고)
카메라, 창밖에서 두사람 잡으면, 봄바람이 슬쩍 불어, 두 모녀의 머릿카락을 날린다.
성우 :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봄바람 좋다.... 맘이 싱숭생숭하네...엄마도 그렇지....
영희 : 아니. 난 싱숭생숭은커녕 찝찝하다. (차마시고)
성우 : (영희 보며) 봄되면 꽃 볼거라고... 엄마가 먼저, 좋아했으면서...
영희 : (앞만 보며, 서글픈 웃음 띤) 꽃? 그래, 꽃 이쁘지. 봄? 좋지. 하늘은 푸르고. 비오면 흙냄새도 풀풀, 아지랭이 피워대고....
솜털 달린, 나뭇잎이, 여기저기 쑥쑥나고..좋지, 좋아...그런데, 그런 걸 보다가, 잘못해서 말이다.
성우 : (영희보는) ?
영희 : 지나가는 길거리 유리창에 비친 내모습을 보게 되면말이다. 하-, 왜 그렇게 초라한지. 길거리 개나리한테도 시샘이 나고...
성우야, (차한모금 마시고) 엄마, 사는거, 정말 재미없다.
성우 : (가만 찻잔 만지며, 자기 생각에 빠져) 나두.
영희 : (성우 보는, 왜 그런가 싶다)
성우 : (창밖보며, 편안하게) 오늘 아주 이쁜 부부를 봤어. 난 결혼하는거, 나 아닌 다른사람 만나 사는거, 그거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정민이 사귈 때도 (어렵게) 엄마, 기억하기 싫겠지만, 이교수 만날 때도, 나, 한번도 좋았던 적이 없었잖아.
결혼한 친구들 보면서도 부럽기보단, 어떻게 비위맞추고 사나, 힘들겠다, 그랬었어. 엄마, 아버지 사이 안좋았었던 것도
영향이라면, 영향이고....
영희 : (성우 물끄러미 보는)
성우 : (영희 안보고, 입가에 부러운 웃음 지으며) 근데 정말 이쁘게 사는 부부도 있더라. 여자가 남자를 보는데
(생각에 푹 빠진, 여전히 부러운 웃음 진) 어쩜 진짜, 황홀하드라. (자기생각에 빠져 웃는)
영희 : (차마시며, 성우 보며) 그 남자가... 누군데...?
성우 : (영희 안보고, 찻잔만 보며) 남자?....친구? (다시, 생각하고 다짐하듯) ...그래, 친구.
영희 : (성우 놓치지 않고 보는, 무표정하게) ....
성우 : (제 생각에 빠져) 그 친구를 보는, 여자를 보면서, 오랜만에 부러운... 생각이 들었어.
나두, 누구한테 저런, 눈빛, 한번, 줄 수 있었으면.... (작게 한 숨) 나두 누구한테 저런 눈빛 한번 받아봤으면.....
(영희 안보고, 작게 웃음띤, 부끄러운, 짐짓 장난처럼) 엄마, 나.....사랑하고 싶다. (하고, 차마시는데)
영희 : (그런 성우 보는데, 가슴이 철렁한다) .........
성우 : (베란다 틀에 몸 수그리고, 아래 내다보는, 눈 뜨고, 꿈꾸는 사람 같다, 입가에 작고 선한 웃음 맑게 머금은 채)
영희 : (성우 넋놓고, 보는, E) 지금.... 이 아이한테.... 무슨 일이.. 있다.
카메라, 성우 모습, 영희 모습 번갈아 잡고, 다시 성우와 영희 한 화면에 잡히면서...엔딩 타이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