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사람
시각장애인 요리 유튜버 이금희 씨
- “칼질, 불 조절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세요”
‘흑백요리사’, ‘냉장고를 부탁해’ 등으로 요리는 대중의 관심이 되고 있지만,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여전히 높은 장벽이다. 주방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공간이고 조리 기구 또한 위험성 높은 도구이기 때문. 요리 유튜버로 활동 중인 시각장애인 이금희 씨는 “칼질이나 불 조절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며 “시행착오 과정을 공유하면서 시각장애인도 요리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Q.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시각장애인 요리 유튜버 이금희입니다. 저는 앞을 전혀 볼 수 없는 상태로, 현재 인천에 거주하고 있어요. 선천성 백내장으로 한쪽 눈이 실명된 채 태어났고 한쪽 눈으로 형태와 색상을 어렴풋이 가늠했어요. 출산 후 급성 녹내장을 앓아 실명했지요. 태어날 때부터 망막과 시신경 자체가 약했고, 류머티즘 관절염으로 스테로이드 성분이 함유된 약을 장기간 복용한 게 이유이지 않을까 해요. 유튜버라고 소개했지만 평범한 가정주부예요. 동화구연 자격증이 있어 종종 유치원과 점자도서관에서 아이들을 만납니다. 이따금 초등학교에 가서 점자 체험, 실명 예방 교육을 하면서 장애 인식 개선에도 노력하고 있어요.
Q. 유튜버로 활동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어요.
A. 2021년도에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유튜브 크리에이터 교육을 수강했어요. 그때 개설한 게 ‘살찐 강아지’라는 동화구연 채널이에요. 동화구연을 하면서 틈틈이 시각장애인으로서의 소소한 일상도 나누었는데요, 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게 쉽지는 않았어요. 나이가 들면서 타인의 시선에 무덤덤해지긴 했지만 대단한 용기가 필요했으니까요. 그러나 앞으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일주일에 1편씩 꾸준히 올렸어요. 조회수가 저조했으나 동화구연은 관심 있는 분야이기에 재개하고 싶어요.
Q. 요리 콘텐츠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A. 문득 ‘시각장애인을 위한 요리를 해보는 건 어떨까?’ 생각했어요. ‘살찐 강아지’에 처음 올렸는데, 전보다 관심이 커졌어요. 그래서 아예 ‘손끝 요리사 시각장애인 금희’라는 채널을 새로 개설했습니다. 저는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결코 아니에요. 젊은 시절, 아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해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도 매우 커요. 시각장애인들의 뜨거운 반응을 기대했는데, 의외로 비시각장애인들의 구독과 관심이 커요. 장애 인식 개선 차원에서도 꼭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예전부터 “시각장애인도 요리할 수 있나요? 칼이나 불을 사용할 수 있나요?”라는 질문을 종종 받았는데, 몸소 보여줄 수 있어 좋아요.
Q. 콘텐츠를 짤 때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계절이나 날씨, 또는 냉장고 속 재료에 따라 달라져요. 주부의 가장 큰 숙제인 ‘남은 재료 활용하기’가 주요 콘텐츠지요. 최근 유행하는 요리 레시피를 검색하기도 해요. 요리 주제와 재료 선택은 제가 하지만, 영상 촬영과 편집은 활동지원사께서 해주세요. 활동지원사 도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기에 이 자리를 통해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요리는 무엇보다도 안전이 가장 중요합니다. 칼질을 하거나 불을 다룰 때 힘들죠. 한 시각장애인은 요리하다가 손을 벤 이후 칼질이 두려워졌고 모든 요리를 활동지원사께 맡긴다고 하더라고요. 트라우마가 될 수 있으므로 안전 사항, 주의 사항을 우선시해요. 맛을 잘 내는 것보다 더 중요하죠.
Q.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아요.
A. 눈이 보이지 않다 보니 실수를 종종 해요. 가령 통도라지를 구입해 껍질을 벗기려는데 껍질을 깐 것과 안 깐 것이 구별이 잘 안 되기도 해요. 삶은 재료를 소쿠리에 담을 때 위치 조절이 어려워 소쿠리 밖으로 빠져나가기도 해요. 시각장애인의 요리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모습이기에 무편집으로 올립니다.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맛있는 소리가 들린다’는 긍정적인 반응과 댓글이 달리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들이 맛있게 먹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현재 대전에 거주해서 자주 만나진 못하는데요, 제가 차려준 밥을 먹으면서 “엄마 요리 솜씨가 굉장히 좋아졌어”라고 말해서 뿌듯해요.
Q. 요리 도구를 사용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A. 집에서 사용하는 도구는 익숙하기에 따로 점자 라벨지 부착 등은 하지 않아요. 요리할 땐 익숙한 공간에서 익숙한 도구를 활용하는 게 좋아요. 낯선 장소에서 낯선 도구들을 사용하면 아무래도 긴장감이 높아져요. 시각장애인에게는 가스레인지 사용을 추천해요. 모양이 다른 양념통에 양념을 담아두면 편해요. 저는 전을 부치는 게 여전히 어려워요. 프라이팬에 반죽을 올린 뒤 고르게 펴고 다시 뒤집는 과정이 힘들어요. 실수해도 자꾸 해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기니까요.
Q. 요리 외 취미 활동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A. 우선 저는 열세 살 때 류머티즘성 관절염으로 학업을 중단했어요. 특수학교에서 안마 기술을 배웠지만 관절염이 있다 보니 그것마저 제대로 할 수 없었어요. 아들이 일곱 살 되던 해 침술원을 운영하던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고, 아들이 장성한 뒤 자기계발을 위해 유튜브를 시작했어요. 저는 시각장애인으로 구성된 라파엘코러스 합창단에서 활동 중이에요. 노래를 통해 마음이 다친 사람들을 치유하는 게 꿈입니다.
Q.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A. 요리 콘텐츠를 꾸준히 업로드하고 싶어요. 활동지원사께 의존하는 부분이 많다 보니 그 점이 죄송스럽긴 해요. 채널이 더 알려져 다른 시각장애인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최근 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 대상으로 하는 요리 강의를 제안해 주셨어요. 초보자 입장에서 쉬운 요리를 강의해 달라는 요청이었는데, 유튜브를 통해 기회가 이어진 것 같아 감사했어요. 저는 유튜버를 희망하는 분들께 “여건이 마련된다면 바로 시작하세요”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촬영과 편집이 가능하다면 최대한 빨리 시작해 꾸준히 해보라고 말씀드려요. 콘텐츠를 업로드하면서 스스로 성장하고 발전하는 걸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저는 앞으로도 작은 일을 꾸준히 실천하는, 움직이는 삶을 살 겁니다.
<박스 기사> 이금희 씨가 추천하는 초간단 요리 레시피
● 오이무침
재료: 오이 3개, 양파 1/2개, 파 1개, 깨소금, 양념장(고추장 1스푼, 고춧가루 2스푼), 간 마늘, 까나리액젓 1스푼, 매실청 2스푼, 식초 1스푼.
방법: 채 썬 오이를 소금에 10분 절인다. 양파는 채를 썰어 찬물에 담가둔 후 물기를 뺀다. 양념장에 간 마늘, 채 썬 파, 까나리액젓, 매실청, 식초를 넣어 버무린다.
● 무콩나물볶음
재료: 무 1/2개, 콩나물 한 봉지, 파 1개, 소금, 깨소금, 액젓, 참기름(또는 들기름).
방법: 무 1/2개를 채 썰어둔다. 콩나물을 씻은 뒤 웍에 무채와 콩나물을 넣고, 소금물 250ml(물 250ml + 소금 3꼬집)를 붓는다. 뚜껑을 덮고 10분간 삶는다. 액젓 1스푼으로 간을 맞춘 뒤, 채 썬 파, 깨소금 두세 스푼, 참기름(또는 들기름) 두세 스푼을 넣는다.
김수정·김태형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 발행, (주)도서출판 점자 제작 협력 월간 손끝으로 읽는 국정 2월 통권 208호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