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동안 해수는 끊임 없이 창선에게 쫒기는 꿈을 꾸었다. 3층에서 뛰어내렸을 때 다행히도 연휴 마지막날 2층에 사는 아주머니가 귀가해서 차를 세우려고 빌라 뒷편으로 돌아오다가 해수를 발견해 바로 병원으로 옮겨졌다.
해수는 팔과 다리가 부러졌고 왼쪽 어깨를 유리에 긁혀 15센티이상 찢어지는 중상을 입었다.
그러나 몸의 상처보다는 마음의 상처가 깊었다.
해수는 사람을 기피하였으며 친구들을 전혀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 해수의 부모님은 창선을 경찰서에 신고했고 창선은 소년원에 구류되었다. 납치와 성폭행과 살인미수 죄로 기소된 창선은 3년형을 언도 받았고 그 사이 해수는 학교를 1년쉬고 올 2월에 멀리 경기도로 이사를 하게 되었던 것이다.
해수는 자신을 돌봐준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기억들을 떨쳐내고 싶어했다. 그러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해수를 보며 더러운 벌레보듯 바라보는 시선이 너무나 무섭고 떨렸다. 수없이 많은 날을 울고 슬퍼하다가 자살을 3번이나 기도했지만 모두 미수로 끝나고 말앗다.
끝끝내 남아 있는 기나긴 목숨을 연명해 가는 것이 너무나 수치스러웠다.
그런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도 떠나지 않는 인수에게도 화가 났다. 헤어지자고 수없이 말했지만 인수는 절대로 그녀와 헤어지지 않는다고 맹세를 수도 없이 했다.
인수는 그녀의 부모님께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수와 결혼 허락을 받아 놓은 상태였다.
해수는 그런 인수의 사랑이 감사하고 눈물겹기도 했지만 답답한 감옥과도 같이 느껴질때가 많았다.
자신의 과거를 다 알고도 사랑하는 남자를 보며 해수는 혹시나 훗날이라도 창선의 일을 꺼내 자신을 괴롭힐까 두려운 마음에 사로잡히기도 했다.
몇일째 계속되는 말없는 전화...
이미 이사를 3번이나 해서 이젠 친구들 조차도 전화번호를 알지 못한다. 더군다나 창선은 3년형을 언도받지 않았던가...
그럼 대체 누가 장난전화를 친다는 것인가...
해수의 머리는 복잡했다.
혹시나 창선이 집행유해로 풀려난 것은 아닐까?
아니면 혹시 그집 식구들이 아들을 교도소에 보낸것에 대해서 앙심을 먹고 나에게 복수 하는 것은 아닐까?
온갖 생각들을 하면서 해수는 머리를 좌우로 세게 흔들었다.
아니겠지........
다음날 저녁 8시
따르르릉....따르르릉....
해수는 손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화를 받을까 말까 고민하던 사이에 전화벨은 열번이상 계속 울리고 있었다.
해수는 떨리는 손으로 전화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여...여.....보 세...요...."
"................."
"전화를 했으면 말씀을 하세요...누구세요? 왜 장난전화를 하는거죠?"
"...................."
"여보세요...여보세요...."
"저....."
전화 수화기 저쪽에서 왠 낯선 남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해수는 깜짝 놀라 수화기를 떨어뜨릴뻔 했다.
"누구세요?"
"저.....죄송합니다. 전화번호가 바꿨나 보네요...혹시나 해서 계속 전화한건데......혹시 미연이네 집 아닌가요?"
"아닌데요.....미연이란 사람은 안살아요.."
수화기 저쪽의 남자는 실망한듯 긴 한숨을 쉰다.
"죄송합니다. 전 혹시 미연이 동생인줄 알고 몇번씩 전화해서 확인 했습니다. 목소리가 너무 닮아서요..."
"그렇다고 그렇게 전화해서 제 목소리만 확인하시고 그쪽은 아무말도 안하시면 받는 사람이 어떻겠어요?"
해수는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몇마디 내 뱉었지만 마음속에서는 은근히 안심이 되었다. 잘못걸린 전화다...
그 스토거 놈이 아니란 말이다.......하면서...
"사실은...헤어진지 1년쯤 되었습니다. 미연이랑 헤어지고 1년정도 아버지 사업도와 드린다고 런던에 가 있었거든요"
"아..네에..."
이남자 얼굴도 모르는 여자에게 술술 잘 도 털어놓는다.
"바빠서 전화한통 못했습니다. 물론 한국에도 나갈 수도 없었구요....사실은 지금 이시간이 점심 먹고 잠시 시간있는 때라...요 몇일 미연이가 자구 생각나서 전화 드렸습니다."
"저기요......저는 잘 모르겠지만 여기 사시던 분요....결혼해서 미국으로 이민간 걸루 알고 있는데요."
"네? 뭐라구요?"
"저기요...여기 여자분 혼자 사셨거든요? 급하게 집을 처분하고 이민간다고 해서..우리 부모님이 이집을 사신건데요...그때...아마도 전화번호도 그냥 받으셨을꺼에요....음 아직 명의이전을 안했으니깐..."
"그럴리가요...미연이가 결혼을 해요?"
"잘 몰라요..그냥 엄마가 그렇게 말씀하셨어요. 혼자살긴 넓은 집이라구요...살던 여자가 집을 팔고 결혼해서 미국으로 이민간다구 싼값에 내놓은 거라구 하셨는데..."
"그사람이 미연이가 맞아요?"
"글쎄요...음....전화국에 물어보면 알수 있을텐데..."
"그래요.."
"그렇다고 뭐 거기서 알 수 있는 것도 아닐테고..."
"그러게요....미연이가 결혼을 했다니..믿을 수가 없군요"
"음..그럼 이렇게 하죠? 내일 이시간에 다시 전화 주실래요?"
"아니 왜요?"
"제가 엄마한테 부탁해 놓을께요.. 전에 살던 사람 이름이 뭔지 알아봐 달라고 하면 아마두 엄마는 알고 계실거에요"
"그렇게 까지 폐를 끼쳐서야...."
"아....전 스토커 아닌걸로도 감사하는데요?"
"예? 스토커요?"
"네~ 전 전화하신분이 스토커인줄 알구 얼마나 무서웠는데요..."
"하하하하....스토커....그쪽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그러게요...훗....에고 저 얼른 씻고 숙제해야되요 이만 끊을께요"
"숙제요? 학생이세요?"
"네~ 고등학교 1년 쉬어서 이제 2학년 되었어요. 그래두 나이는 19살이에요.내년에는 스무살이고요"
"훗...고등학생이군요"
"네에~"
"그럼..제가 내일 전화드려도 실례가 안될까요?"
"네. 8시쯤에 전화주세요 엄마한테 여쭈어 볼께요...내일"
"고맙습니다...성함이?"
"해수요 선우 해수요"
"아....이름이 특이하군요 절대 안잊겠어요. 고마워요 해수씨"
"네에 그럼 낼 다시 통화해요"
딸깍...
해수는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그래...그럴리가 없지....이곳은 엄마가 3번씩이나 주소를 바꿔가면서 얻은 집이다. 더군다나 내 주소는 여기서 한참 떨어진 남양주의 엄마의 친구집으로 되어 있으니.....창선이가 설마 나왔다 한들 찾아내지는 못한다.
해수는 모처럼 만에 기분이 좋았다.
욕실에서 샤워하는 해수의 기분은 요 몇달 사이에서 볼 맛 볼수 없었던 어떤 자유로움 처럼 느껴졌다.
첫댓글 뒷이야기가 궁금해지내요...시몬사랑이 빨리 그 다음 이야기 올려주세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