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에는 남녀가 없다
부처님이 사밧티의 기원정사에 계실 때의 일이다.
그 무렵 소마 비구니는 기원정사에서 가까운
비구니 처소에서 수행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명상에 잠겨 있는 그녀에게
젊은이로 변신한 마왕이 찾아와 말을 걸었다.
"그대는 수행을 하여 무엇을 얻고자 하는가?"
"번뇌를 멀리 떠나 위없는 성스러운 경지에 오르고자 한다."
"성인의 경지는 도달하기가 매우 어려운 곳이다.
여자의 몸으로는 능히 그곳으로 가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에 소마 비구니는 게송으로 대답했다.
마음이 삼매에 들어가는데
여자의 몸이 무슨 관계가 있겠는가?
누구라도 지혜를 얻게 되면
위없는 법을 얻을 수 있느니라.
만약 남녀라는 분별심을
한꺼번에 버리지 못하면
그것은 곧 악마의 생각이니
너는 마땅히 이것을 알아야 한다.
일체의 괴로움을 여의고
일체의 두려움을 버리고
모든 애착이 사라짐을 증득하면
모든 번뇌가 다하여 열반을 이루니라
마왕은 더 이상의 유혹이 소용없음을 알고 물러갔다
불교교단에서 최초의 여성 출가자는
부처님의 이모인 마하파자파티와 아내였던 야소다라 등
석가족 출신의 여성들이었다.
처음에 이들이 출가하겠다고 하자 부처님은 이를 반대했다.
여성들이 감당하기에 출가 생활은 너무나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의 출가 의지는 매우 확고했다.
이를 보다 못한 아난다가 부처님께
'여성은 성불할 수 없느냐'고 물었다.
물론 부처님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했다.
'그렇다면 출가를 허락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따졌다.
부처님은 할 수 없이 여성의 출가를 허락했다.
이렇게 하여 불교는 세계종교사상 유례가 없는,
남성과 동등한 자격을 갖춘 여성 출가자를 낳았다.
하지만 여성은 남성보다 애착이 많고, 생리적 구조도
차이가 있으므로 이것을 뛰어넘기가 결코 쉽지 않았다.
마왕이 자주 비구니 앞에 나타나 유혹의 말을 하는 것은
이런 사정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에서도 마왕이 등장해 여자의 몸으로 깨달음을 얻고
열반에 이를 수 있을 것인지를 갈등하는 소마 비구니의
심리상태를 묘사하고 있다.
소마 비구니의 결론은 물론 여자도 지혜를 얻어
위없는 경지를 증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진리 앞에서는 남녀의 차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불교의 이러한 평등사상은 현대적 안목으로 보면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이지만 신분차별이 엄격했던
고대사회에서는 매우 획기적인 것이었다.
인도는 요즘도 엄격한 카스트제도가 남아 있는 신분사회다.
이를 혁파할 사상은 불교에서밖에 따로 구할 데가 없다.
그래서 현대인도의 개혁운동가들은 '불교사상 만이
인도 사회의 고질적인 신분차별주의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인도의 법무장관을 지낸 불가촉 천민 출신 암베드카르,
전설적인 여자산적두목 폴란데비 등이 불교로 개종한 것은
다 이런 까닭이 있다.
대한불교 사상연구회 得明/합장
출처 : 불교는 행복찾기
첫댓글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