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승원 맨발 걷기 즐거움】
발바닥으로 쓰는 동시(童詩)
― 새로 개장한 대전 한밭수목원 ‘맨발 걷기 산책길’에서
윤승원 수필문학인, 전 대전수필문학회장
비가 내린 뒤 대전 한밭수목원에 갔어요.
마침 맨발 걷기 산책로가 새롭게 개장한 첫날이었어요.
◆ 맨발 걷기 산책로에서는 만나는 사람들
맨발 걷기를 하면서 많은 시민을 만났어요.
70~80대 백발의 어르신부터 50~60대 중장년도 보이고요,
유치원생 어린아이도 엄마 손을 잡고 즐거운 표정으로 맨발 걷기를 했습니다.
▲ 새롭게 개장한 한밭수목원 맨발 걷기 산책길 안내판 - 황톳길 800m, 마사토길 700m
♧ ♧ ♧
※ 관련 글 / 윤승원 맨발 산책길 에세이(2025.5.7.) :
https://blog.naver.com/ysw2350/223857574941
♧ ♧ ♧
한밭수목원 서원(西園) 맨발 산책로는 ‘마사토’ 구간과 ‘황톳길’ 구간 등 두 종류의 길을 예쁘게 만들어 놨어요.
비가 내린 뒤라서 그런지 마사토 길보다는 황톳길을 걷는 시민들이 많았어요.
▲ 황톳길(사진=필자)
♧ ♧ ♧
▲ 마사토 구간
♧ ♧ ♧
◆ 발바닥으로 느끼는 흙의 야릇한 촉감
저도 그 대열에서 맨발 걷기를 하면서 발바닥으로 느끼는 야릇하고 미묘한 흙의 촉감을 즐겼어요.
그러면서 자연과 대화를 했어요. 이곳에서 자연(自然)이라 하면 졸참나무숲도 있고, 산새들도 있고, 맹꽁이도 있고, 다람쥐도 숨어 있지요.
▲ 한밭수목원에서 만날 수 있는 새들
♧ ♧ ♧
까치에게 먼저 물었어요.
“물기 머금은 촉촉한 황톳길을 걸을 때, 마치 밀가루 반죽처럼 촉감이 부드럽고 말랑말랑하단다. 이처럼 젖은 황토를 밟을 때 느끼는 순수한 한글 표현이 어떤 것이 있을까?”
그러자 까치 부부가 말했어요.
▲ 가까이 다가온 숲 속 까치 부부 - 말도 잘하는 까치와의 대화(사진=필자)
♧ ♧ ♧
◆ 산새와의 대화를 통해 표현할 수 있는 오묘한 우리말 표현
“좋은 질문이네요. 발바닥 촉감은 저희가 정말 잘 알지요. 물기 있는 촉촉한 황톳길을 밟을 때 느껴지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촉감은 매우 감각적인 경험인데요.
이와 비슷한 뉘앙스를 가진 순수한 한글 형용사도 많고, 의성·의태어 표현도 많습니다.
기상 여건에 따라 느낌은 살짝 다르지만, ‘건강 관리를 위한 맨발 걷기’라면 ‘촉촉하고 부드러운’ 흙이 좋고, ‘질퍽하거나 말랑한’ 느낌의 황토는 최상의 토질로 인정합니다.”
▲ 마치 우리말 큰사전을 통달한 것처럼 능숙한 까치의 언어 구사력
♧ ♧ ♧
그러면서 까치는 마치 ‘우리말 큰 사전’을 통달한 국어 선생님처럼 유창하게 설명해 주었어요.
“먼저 ‘촉감과 감각이 유사한 순우리말 표현’을 말씀드립니다.
▲ 말랑말랑하다(부드럽고 탄력이 있으며 살짝 눌리는 느낌)
▲ 보들보들하다(부드럽고 보송한 느낌, 주로 피부나 천에 쓰이지만, 확장 가능)
▲ 매끈매끈하다(표면이 매끄럽고 걸리는 데 없이 부드러운 상태)
▲ 물컹물컹하다(속이 무른 물체처럼 눌렀을 때 탄력 없이 푹 들어가는 느낌)
▲ 질퍽질퍽하다(흙이나 진흙이 물을 많이 머금어 밟을 때 물이 튀고 소리가 나는 느낌)
▲ 축축하다(물기가 조금 있어 눅눅한 상태)
▲ 흐물흐물하다(단단하지 않고 풀린 듯 흐느적거리는 상태)
▲ 말캉말캉하다(말랑말랑과 유사하나 좀 더 촉촉한 느낌을 포함함)
그렇다면 이런 표현은 어떨까요? 말하자면 응용 예시문이지요.
▲ “촉촉한 황톳길을 말랑말랑 밟으며 걷는 기분이 참 좋구나.”
▲ “비에 젖은 흙길은 질퍽질퍽 소리를 낸다.”
▲ “발끝에 물컹물컹 차오르는 흙의 감촉이 아이처럼 유쾌하다.”
▲ “보들보들하게 느껴지는 맨발 걷기 황톳길에서 유년 시절이 떠올랐다.”
♧ ♧ ♧
◆ 리듬감을 살려 걷는 맨발 걷기의 즐거움
국어 선생님 못지않은 까치의 한글 구사 실력에 감탄하는데 졸참나무 형제들이 재미있다는 듯이 저를 보고 크게 웃었어요.
▲ 졸참나무 숲길
♧ ♧ ♧
바람결에 졸참나무 이파리가 살랑살랑 흔들리니, 음악 반주처럼 귓전에 다가오더군요. 수국과 이름 모를 예쁜 꽃도 덩실 춤을 추었어요.
▲ 춤을 추는 숲속의 꽃들
♧ ♧ ♧
맨발 걷기는 무엇보다 ‘리듬감’이 중요하거든요. 동심처럼 순수한 정서로 자연을 바라보면 더 재미있고 즐거운 풍경이 펼쳐지지요.
간결하면서도 재미있는 초등학생 손자의 표현처럼 시적 영감이 솔솔 피어올라 저도 모르게 흥얼거렸어요.
◆ 초등학생 손자의 시선으로 ‘발바닥으로 쓰는 동시(童詩)’
귀엽고 사랑스러운 손자의 시선과 말투처럼 유쾌하게 표현해 볼까요?
《말랑말랑 황톳길》
발바닥이 풍덩 풍덩 아이참, 간지러워
흙이 웃어요. 말랑말랑, 살짝쿵 밟으면 쑥~ 들어가요.
마치 찹쌀떡 속에 발을 넣은 것처럼 미끈덩 들어가요!
--- 맨발 할아버지의 흥얼거림
|
또 다른 동요도 지어 볼까요?
《질퍽이와 말캉이》
질퍽이 형이 푸드득 소리 내고,
말캉이 동생은 히히,
발바닥에 악기 달고 왔어? 놀리듯 웃어요.
내 발자국 따라 흙도 따라오고,
이웃 아줌마는 힘차게 앞서가고
할머니는 자꾸자꾸 뒤따라 오시네요.
말캉말캉 질퍽질퍽
할머니,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요.
--- 동심으로 부르는 맨발 할아버지의 자작 노래
|
♧ ♧ ♧
◆ 맨발 걷기 운동 효과는?
이렇게 즐겁게 걸으니 어느덧 두 시간이 훌쩍 지났어요.
세족장에서 발을 씻고 숲길을 걸었어요.
▲ 신발장
▲ 세족시설
♧ ♧ ♧
맨발 걷기 운동 효과 덕분일까요?
기분이 산뜻해졌어요.
배도 고파지는군요.
혈액순환이 잘 되니 그렇지요.
체온이 1도 상승하니 그렇지요.
그게 ‘어싱(Earthing) 효과’라는군요.
그게 ‘접지(接地) 효과’라는군요.
그게 엔도르핀 솟는 ‘행복 에너지’라는 군요.
그럼 오늘은 이만 산책 끝내고
내일 또 올게요. ♣
2025. 5. 15.
윤승원 대전 한밭수목원 ‘맨발 걷기 산책길’에서
♧ ♧ ♧
첫댓글 ※ 본 글은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카페 회원들과 공유합니다.[필자 주]
맨발걷기국민운동본부 오스톤 선생님 댓글
※‘올바른역사를사랑하는모임(올사모)’ 카페 댓글
◆ 낙암 정구복(역사학자,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 2025.05.17. 07:38
참으로 멋지고 훌륭한 발상이고 좋은 글입니다.
우리말 가꾸기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존경하고 경하드립니다. 정구복 드림.
▲ 답글 / 필자 윤승원
존경하는 낙암 교수님께서 초등학생 손자 같은 저의 동심을 귀엽고 예쁘게 봐주시니, 맨발 산책로를 소개한 보람을 느낍니다. 비 오고 난 뒤 질퍽한 황톳길에서 발바닥 촉감을 표현할 수 있는 순 우리 말이 참 많다는 것을 새삼 느꼈습니다. 그 가운데 ‘말랑말랑‘이란 어감은 더욱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