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개강차회에서 6대 다류를 시음 후, 본격적인 첫 수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부터는 저희가 직접 차를 내려보았어요.
녹차로 6대 다류의 시작을 열었고,
차가운 성질의 녹차와 어울리는 호박 설기와 호두 강정을 준비해왔어요.
무심하게 놓인 듯 예쁜 플레이팅도 원장님이 알려주신 거랍니다.
아래는 기본 셋팅이예요.
거름망과 숙우 손잡이는 잡기 편하도록 대각선으로 놓아두고,
개완의 뚜껑은 개완 받침에 대각선 방향으로 살짝 걸쳐둡니다.
1. 물 끓이기
차를 내리는 사람이 팽주, 마시는 사람이 팽객이 되는데,
팽주가 가장 먼저 할 일은 물 끓이기 입니다.
녹차는 85℃에서 내리지만 물 비린내를 날리기 위해 100℃까지 끓여줘야 해요.
2. 찻잔 덥히기
끓인 물을 공도배에 담아 개완과 내 찻잔부터 덥힌 후,
팽객들에게도 잔을 데우도록 건네줍니다.
공도배의 2/3 정도, 개완의 각이 꺾이는 지점까지 따르는 게 적당해요.
3. 찻잎 준비하기
차칙을 저울 위에 올려 영점을 맞춘 후 원하는 무게 만큼의 찻잎을 담습니다.
우리가 쓰는 개완은 150ml 정도 되는데 3g의 찻잎을 사용했어요.
아래 왼쪽은 사범님께서 차칙을 예쁘게 잡는 방법을 알려주시는 모습이예요.
손가락을 모아 차칙 아래를 받친 후, 개완에 찻잎을 담으면 됩니다.
담고 남은 찻잎은 두세번 정도 탁탁, 차시로 청아한 소리가 나도록 두드려 떨어트려 줍니다.
그리고 팽객들이 물에 닿지 않은 말린 찻잎의 건향을 맡을 수 있도록 개완을 돌립니다.
4. 차 우리기
물을 따를 때마다 물 온도가 5℃씩 내려간다고 해요.
녹차를 우릴 때 공도배를 하나 더 쓰는 이유입니다.
주전자에서 공도배, 공도배에서 개완으로 물을 붓는데
처음에는 찻잎이 물에 뜨지 않도록 중간부터 바깥으로 나선을 그리며 부어줍니다.
중국은 lailai(來) 문화라 가까이 오라는 의미로 반시계방향으로 부어요.
개완에서 찻잎을 30초 정도 우린 후, 거름망이 걸쳐진 숙우에 차를 내려줍니다.
5초 정도 남은 시점에서는 비스듬하게 개완 뚜껑의 틈을 벌려 차를 내릴 준비를 해요.
검지로 개완 뚜껑이 열리지 않도록 받친 후 팔을 뻗어 내리면 됩니다.
물방울까지 떨어졌다면 두세번 더 탁탁 털어 마지막 방울까지 털어줍니다.
5. 팽객들에게 차 대접
우린 차를 내 잔에 먼저 살짝 따라 시음해 본 후, 팽객들에게 차를 돌립니다.
이때 차판 위에 둬서 젖은 숙우의 궁둥이를 수건에 한 번 찍고 건네야 합니다.
팽객들의 잔이 비면 다시 차를 우려 잔을 채워주는데
물이 끓는 동안 지루하지 않도록 빈 개완을 돌려 물에 우려진 습향을 맡게 해 주기도 합니다.
건향과 습향의 향이 다르고, 차를 우릴 때마다 맛과 향에도 조금씩 차이가 있어요.
오늘 시음한 녹차는 4가지,
우리 나라의 조태연家 죽로와 하동녹차, 중국의 태평후괴, 대만 용정이었어요.
녹차는 살청 - 유념 - 건조의 제다 과정을 거치는데,
살청은 찻잎의 청색을 죽인다는 뜻으로, 덖어내서 (roasting) 산화효소의 활성을 억제하는 것입니다.
이후 찻잎을 비벼 상처를 내어 차 성분이 물에 잘 우러나도록 하는 유념(rolling) 과정을 거칩니다.
죽로와 하동 녹차는 이 과정을 거쳤지만 용정과 태평후괴는 유념 대신 압착(press)을 거쳐 엽저가 납작합니다.
왼쪽이 태평후괴, 오른쪽이 용정인데
원숭이를 길들여 따오도록 했다는 태평후괴는 대엽종이라 엽저가 개완 밖으로 삐져나올 정도로 큽니다.
서호 용정은 소엽종이며, 중국에서 최고로 치는 녹차라고 해요.
차를 마신 후, 물에 우린 엽저를 감상하기도 했습니다.
다심원의 다실은 이미 봄기운이 완연했는데,
지난 주 이미 잎이 돋았던 개나리 대신 명자나무 꽃(산당화)이 있었어요.
나막신에 놓여진 한 떨기 동백꽃도 운치있었어요.
다음주는 원주문화방송 '보통의 존재'에서 촬영을 온다고 해요.
첫댓글 3월달이라면
해도 30리쯤 길어져서
게으른 여우가
허전한시장기느낄때다...
아직 찬바람에
코끝이 시린데..
느릅나무 검은 가지사이로
멀리 바라보이는 개울가
버들꽃 늘어진 눈물겨움,
마른 풀 사르는 냄새 나는...햇빛이 희고정다우니
진달래도 피지 않은 고향산천에
바람에 날리는 봄이왔나봐요
봄이 왔어요.
김규동 ‘3월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