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로 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유네스코(UNESCO)를 점령하라"는 지령을 내려 화제를 낳고 있다. 유엔 산하 교육, 과학, 문화 관련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주최한 국제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위키리크스의 발언권이 제한당했다는 이유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외교전문 폭로로 미 정부를 당황하게 만들었던 위키리크스의 어산지가 이제 그의 군단에게 예상 밖의 타깃을 공격하라고 독려했다"며 "인권보호와 세계 유산을 보호하는 유네스코가 목표"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위키리크스는 15일(현지시간) 오후홈페이지에 올린 보도자료를 통해 유네스코가 16~17일 프랑스파리에서 주최한 미디어행사에서 위키리크스의 발언권을 제한했다고 주장했다.
이 행사는 '위키리크스와 뉴스 오브 더 월드 이후의 미디어 세상'라는 주제로 열렸는데, 유네스코는 홈페이지에서 "인터넷을 광범위한 보급과 함께 위키리크스의 정부 기밀문서 폭로와 초기에 보여줬던 기성 매체와의 협력관계는 미디어 지형을 바꾸고 저널리즘에 관한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고 밝혔다.
유네스코는 이어 "위키리크스의 사례는 표현의 자유, 정보의 자유, 국가 안보, 프라이버시와 윤리 등에 연관된 많은 이슈를 제기한다"며 컨퍼런스의 목적이 이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데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지난해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영국 매체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해킹 파문에 따른 저널리즘의 윤리성도 토론 주제였다.
하지만 위키리크스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틀간의 토론에서 37명이 발언에 나서도록 되어있지만 미국 측 행사 주관자들이 발언자의 대부분을 위키리크스 반대파로 채우고 위키리크스를 지지하는 이들의 발언은 모두 금지했다"고 주장했다. 위키리크스는 유네스코에 보낸 서한에서 행사를 공동 개최한 세계언론자유위원회(WPFC)에 대해 "미 정치권의 '내부자'들로 구성된 냉전 시대의 산물"이라고 비난하면서 불참 의사를 밝혔다.
어산지는 "위키리크스에 대한 컨퍼런스가 위키리크스를 검열하는데 '표현의 자유'를 들고 나온 건 유네스코를 국제적 웃음거리로 만들었다"며 "유네스코를 점령할 시간이다"라고 말했다.
▲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줄리언 어산지를 지지하는 이들이 지난 2일 어산지의 스웨덴 송환 여부를 심리할 영국 대법원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인디펜던트>는 16일 토론에서 어산지의 변호사 제프리 로버트슨이 핵심 연사로 나와 15분 동안 위키리크스를 열정적으로 옹호했다고 전했다. 로버트슨 변호사는 그가 위키리크스를 대표해 나온 건 아니지만 위키리스크의 불참 속에 진행되는 컨퍼런스는 "주인공이 빠진 연극과 같다"고 주장했다.
유네스코 역시 위키리크스 측에 컨퍼런스에 참석해 논쟁에 참여할 것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유네스코에서 표현의 자유와 언론 발전 분야를 담당하는 가이 베르거는 "위키리크스는 그들이 컴퍼런스 참석을 금지당했다고 말하면서 사건을 부풀리고 있다"며 "위키리크스는 자신들이 행사의 중심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위키리크스의 공동 표적이 된 WPFC의 로날드 코벤 대변인도 "컨퍼런스의 주안점은 위키리크스 자체가 아니라 언론의 미래에 위키리크스가 미치는 영향에 관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위키리크스의 대변인 크리스틴 흐라픈손은 "그 행사의 주제는 주로 위키리크스의 영향력에 대한 것이었다"며 "당신이 토론에서 제시된 핵심 질문을 봤다면 그 행사가 위키리크스에 관련된 행사가 아니라는 말을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유네스코로부터 받은 답신을 보면 유네스코는 이 행사가 저널리즘에 대한 것이지 위키리크스에 대한 게 아니라고 했다"며 "하지만 동의할 수 없으며 우리는 저널리즘의 한 부분"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