能書不擇筆(능서불택필)
글씨를 잘 쓰고 능한 사람은 붓을 가리지 않으며, 참다운 글씨를 쓰는 서예가는 필기구에 구애받지 않음. 글씨를 잘 쓰는 이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일에 능한 사람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唐書(당서) 歐陽詢傳(구양순전)에 나오는 이야기로, 당시 서예의 달인으로 虞世南(우세남), 楮遂良(저수량), 柳公權(유공권), 歐陽詢(구양순) 등이 있었다. 이들은 書聖(서성) 王羲之(왕희지)의 서체를 배워 각자 독자적인 경지를 개척하였다.
당 사대가의 구양순도 서성 왕희지의 글씨체를 계승하여 익힌 후 자신의 개성을 담은 率更體(솔경체)를 완성 한다.
그들의 독창적이고 개성적인 것을 보면 구양순은 엄정함, 우세남의 온화함, 저수량은 곱고 아름다움, 모두 서도의 지도자로서 손색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독특하고 힘찬 솔경체를 이룬 구양순이 유명한데 그는 글씨를 잘 쓰면서도 유명하지만 붓이나 종이를 가리는 일이 없다(能書不擇筆 : 능서불택필).
그러나 豬遂良(저수량)은 좋은 붓과 먹이 없으면 쓰려고 하지 않았다.
붓이나 먹을 선택하는 일에 이만저만 까다로웠던 것이 아니다.
붓의 대소 먹 량의 진액, 종이의 지질, 또 벼루의 크고 작음 벼루의 먹물 튀김, 주위의 사람을 인식하여 할까 말까 하는 예도를 그래서 천하제일의 글씨를 항상 자랑하여 최고의 글씨를 생각한다.
하루는 저수량이 사대가인 우세남에게 물으니, 내 글씨와 구양순의 글씨 중 누가 더 훌륭한가?
우세남이 웃으며 대답했다.
구양순은 어떤 종이에 어떤 붓을 사용하여도 자기 마음대로 글씨를 쓴다고 한다, 자네는 아무래도 안 될 거야(吾聞詢不 擇紙筆 皆得如志 君豈得此 : 오문순불 택지필 개득여지 군기득차).
그러나 어떤 것을 써도 뜻대로 쓸 수가 있다고 한다.
자네는 아직 종이나 붓에 얽매여 있는 듯하다.
도저히 순을 따르지 못하네.
이 말에는 저수량도 할 말이 없었다.
後山談叢(후산담총) 善書(선서)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善書(선서)는 紙筆(지필)을 택하지 않는다.
妙心(묘심)은 손에 있다는 말이 있고, 王肯堂筆塵(왕긍당필진)에도, 能書不擇
筆(능서불택필)이라고 하나, 이 말도 구양순 까지고, 그 이후는 사람들은 종이와 붓을 문제 삼계 되었다는 말이 있다.
한편, 周顯宗(주현종)의 論書(논서)에는, 글씨를 잘 쓰는 자는 붓을 택하지 않는다는 설이 있으나 이것은 통설이라고 볼 수 없다.
行書(행서)나 草書(초서)를 쓰는 자에 대해서는 이렇게도 말할 수 있을 것이나, 붓이 좋아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楷書(해서), 篆書(전서), 隸書(예서)를 쓸 때는 붓에 따라 잘 써지고 못 써지므로 붓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 라고 했다.
요컨대, 그림이나 글씨라도 진정한 달인은, 종이나 붓 같은 재료나 도구에는 트집을 잡지 않는다.
그런 것에 구애되어서는 진짜라고 볼 수 없다.
唐書(당서)에 나오는 이야기로, 구양순이 종이와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不擇紙筆(불택지필)이란 말이 변해서 能書不擇筆(능서불택필)이란 말이 생겨났다.
그런데 저수량은 너구리 털로 심을 넣고 토끼털로 겉을 짠 붓 끝에 상아나 코뿔소의 뿔로 자루를 한 붓이 아니면 절대로 글씨를 쓰지 않았다.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말은 能力(능력)을 자랑할 뿐, 사람이 붓을 택하지 않을 수 없다.
武將(무장)이 말과 칼을 고르지 않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성완용/ 법고창신 중에서
첫댓글 일에 능한 사람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글씨를 잘 쓰는 이는 붓을 가리지 않는다는 뜻으로, 일에 능한 사람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
일에 능한 사람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