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분양을 앞둔 서울의 A재개발구역 조합원인 S씨는
아파트 평면도가 당초 조합이 제시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됐다. 내부는 비슷하지만
발코니 면적이 30%나 줄어든 것이다.
S씨는 조합에 확인해 봤지만 조합 집행부조차 이유를 모르고 있었다. 결국 수소문 끝에 알게 된 사실은 서울시의 공동
주택 심의 기준에 따라 발코니 길이가 30% 축소된 것을 확인했다.
S씨는 "아파트 외관 디자인 다양화를 위한 것이라지만 발코니 면적 축소로 결국 입주자들은 그만큼 면적을 손해 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서울시가 외관 다양화를 위해 발코니 면적을 축소한 것은 지난 2008년 6월부터다. 이에 따라 발코니 면적이 심의 과정에서 축소된 아파트는 A구역을 포함해 서울시내 200여 곳에 달한다.
특히 2005년 말부터 정부가
발코니확장을 허용하면서 발코니가 사실상 아파트 전용면적처럼 활용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의 이 같은 방침으로 강남권 중층아파트는 사실상 실사용 면적의 증가가 거의 없어
사업의 실익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조차 난색 표명한 발코니 길이제한 강행이 원인발코니 면적 축소는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 기준 때문이다. 전체 외벽의 30%에 대해 발코니 설치를 사실상 금지하고 있는 것.
하지만 이 규정은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가 입법예고까지 했다가 지나친 규제라는 지적에 따라 용도
폐기한 사안이다. 서울시는 당초 국토부에 '외부 벽면의 30%는 발코니 설치를 지양'하도록 하는 내용을 건축법 시행령 개정에 포함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국토부는 시의 요청에 따라 입법예고까지 마쳤지만 결국 최종 시행령 개정안에서 이 규정을 제외했다. 발코니 면적을 축소할 경우 입주민들은 물론 건설사의 신규 분양에서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반발 때문이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외관 디자인 다양화 자체는 좋지만 이를 위해 발코니 면적을 축소하는 것은 개인의 재산권과도 연결되는 문제"라며 "특히 법으로 이 같은 내용을 강제하면 전국의 모든 신규
분양 아파트가 외관 때문에 발코니 면적이 줄어들게 돼 입법 예고 후 많은 항의가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이 같은 방침 철회에도 불구하고 시는 '조례'가 아닌 '심의 기준'을 통해 사실상 발코니 면적을 축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층 재건축 사업에 악영향 미칠 듯발코니 면적 축소는 대치동 청실ㆍ은마, 논현동 경복 등 대부분 1대1 재건축을 추진중인 강남권 중층아파트에는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우려된다. 발코니는 법적으로 전용면적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확장을 통해 전용 주거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사실상의 면적 축소 요인이 생기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76㎡(공급면적 101㎡)는 기존 면적을 10% 이내에서 확대할 수 있는 1대 1 재건축을 하게 되면 전용면적이 84㎡까지 늘어난다. 하지만 서울시 심의 기준에 따라
설계를 하게 되면 발코니 면적은 17㎡에 불과하게 된다. 이 규정을 적용하지 않으면 발코니는 24㎡까지 설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재건축 후 실사용 면적 증가는 1㎡에 불과한 셈이다..
설계사무소의 한 관계자는 "요즘에는 발코니를 모두 확장하는 만큼 전용면적보다는 확장을 통해 전용면적처럼 사용할 수 있는 공급면적 변화가 중요하다"며 "1대 1 재건축은 전용면적만 10% 늘어날 뿐 실제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공급면적 변화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시는 이에 대해 "발코니 설치 길이가 30% 감소한다고 해서 전체 면적이 정확히 30% 줄어든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줄어든 발코니로 수천만원 가격 손해 불가피해이 같은 발코니 삭제는 강남 은마아파트와 청실 아파트 등 강남의 주요 재건축 예정 아파트 조합원들의 재산 손실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아파트 시세는 전용면적 못지 않게 수요자들의
체감면적이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같은 전용면적의 아파트라도 복도식보다 계단식을 선호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강남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아파트를 분양할 때 전용면적으로 분양하지만 분양자가 이를 다시 시장에서 거래할 때 공급면적 기준으로 따지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발코니가 줄어들면 전용 85㎡안팎의 아파트는 확장 후 실내면적에서 6.6~9.9㎡(2~3평)의 차이가 생긴다"고 말했다. 3.3㎡당 3,000만원을 웃도는 강남권 아파트의 경우 6,000만~9,000만원의 시세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아파트 외관 디자인 다양화로 인해 미관은 개선될 수 있지만 정작 아파트에 거주하는 사람은 고스란히 재산상의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 구조다.
서울의 한
대형 설계사무소의 관계자는 "발코니 문제는 극단적인 경우가 발생해야 서울시와 서울시민들의 합의점을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같은 문제점을 지난 2008년부터 지적해왔지만 서울시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