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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12.09.20 |
클레오파트라 |
이미 몇 해전 ‘업종브리핑’ 지면상에서 언급했던 적이 있지만 지난 97년 IMF 경제 위기 이후 국내 주얼리 시장에서의 큰 트렌드는 ‘패션주얼리’라는 국적 불명의 독특한 한국식 주얼리라고 말할 수 있다. 엄밀히 말하면 패션주얼리라는 것은 외국에서 악세사리급 주얼리를 말한다. 실버주얼리 정도를 패션주얼리라고 하면 맞을 것이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패션주얼리란 한마디로 천연보석을 사용하지 않는 큐빅 지르코니아 주얼리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특히 금이 많이 들어가는 볼륨이 있는 금주얼리이다. 외견상으로 보면 유럽 스타일이다.
이는 아마도 태동 당시 유럽계 주얼리 브랜드의 맹목적인 카피에서 비롯했다고 봐야 할 것 같다.
2003년부터 2005년 무렵에 한차례 샹들리에 주얼리와 같은 앤틱 스타일의 주얼리가 유행했었던 적도 있다. 특히 당시엔 천연보석의 부활 움직임이 있었다. 그 무렵 귀경에서도 “천연보석을 살립시다”란 슬로건으로 많은 양의 기사를 뽑아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으로 넘어오면서 천연보석 주얼리의 움직임은 상당히 사그라들었다. 한마디로 대중화에 실패했던 것이다.
일부 의식있는 제조업체들이 천연보석 주얼리를 의욕적으로 전개했었지만 기대만큼 천연보석 주얼리가 활성화되지 못했다.
국내에서 천연보석 주얼리가 안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국내 제조업의 마진구조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하는 10%의 해리가 있기 때문이다.
금중량이 많이 나갈 수록 해리가 많이 나오고, 제품 가격이 낮아서 많이 팔려야 해리가 많이 나오는 기형구조이기 때문에 굳이 비싼 천연보석을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제조업계의 천연보석에 대한 지식부족도 천연보석 활성화를 저해하는 주요 요인이다.
반면 200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수출시장에서는 반대로 패션주얼리(?)가 거의 사라지기 사작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금값이 비싸지기 때문이었다. 당연히 볼륨있는 금주얼리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그 높은 금값에 큐빅 지르코니아를 세팅한다는 것이 외국 바이어들의 입장에서는 상식적으로 맞지 않았던 것이다.
2000년대 초반에는 금값이 쌌기 때문에 금에 큐빅 지르코니아를 세팅한다는 것이 제법 말이 되었다. 하지만 금값이 정말 금값이 되어 버린 지금 수출시장에서 가짜(모조보석) 알을 물린 패션주얼리는 이제 자취를 찾아보기가 힘들어졌다.
국내시장에서는 금값이 높아진 지금에도 여전히 큐빅 지르코니아 제품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제품 무게는 일단 상당히 가벼워졌다. 아무리 10% 해리가 욕심이 나더라도 더이상 높은 금값을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신 얄상한 일본식 주얼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거기에 멜리사이즈의 파베세팅이 인기이다. 해리를 취하지 못할 바에야 공임이라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큐빅지르코니아 일색이다.
예전과 같은 소품종 대량생산의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끝이 났다. 더욱이 해리만으로도 수익을 보장 받을 수 있는 시대도 아니다. 그렇다면 공임 이외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건 보석소재의 다양화 뿐이다.
큐빅이 무슨 전지전능한 소재도 아니고 소비자들이 큐빅을 선호하는 것도 아닐 터이다. 거기에는 많은 눈속임이 있을 것이고 컬러큐빅이 천연으로 둔갑하는 일도 비일비재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직업인으로서 먼저 보석의 아름다움에 눈을 떠야 한다는 것이다. 보석사업을 하면서 보석이 왜 아름다운지 느껴보지 못했다면 그것은 직업인으로서의 소명의식을 저버리는 매우 끔찍한 일이다.
더욱이 천연유색보석은 그 가지수가 수백종에 이르고 그 보석 이름 하나 하나에 수많은 전설과 이야깃거리가 숨겨져 있다. 또한 천연의 아름다움은 때론 보는 이를 감탄케 하게도 한다. 이러한 기분을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다면 보석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으로서 매우 슬픈일이 아닐 수 없다.
진정한 프로 주얼러라면 큐빅지르코니아가 아니라 천연보석의 전문가가 되어야 하고 소비자와 천연보석의 아름다움을 논해야 한다. 자신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소비자에게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기 때문이다.
/ 김태수 편집장
출처 : 귀금속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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