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끄심에 다시 일어섭니다.
송 희 제(아녜스)
오늘 우리 성당에서는 Cu 연중행사인 연차 총 친목회 행사를 한다. 부랴부랴 늦을세라 내가 정기 검사로 다니는 병원에 다녀왔다. 검사 결과를 6개월 만에 보고 온 것이다. 검사 결과로는 의료진들의 파업 문제로, C.T 판독이 세세하게 판독이 되진 않은 듯하다. 어쨌든 큰 이상은 없다고 나왔다. 다른 여러 검사도 전보다 비교적 양호하다. 갑자기 암 발병을 알고 수술을 한 지가 만 5년을 지났다. 혹여나 이상이 있을세라 마음을 졸이며 서울로 병원을 드나들어 왔다. 정기검진으로 병원을 노심초사하며 다녀온 나 자신의 마음이 대견하고 가뿐하다. 5년을 무던히 나 자신을 이겨내려 노력해 왔음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저녁을 가볍게 들고는 기쁜 마음으로 올해 연차총회는 '어떻게 치러질까'하는 호기심과 궁금증으로 성당에 들어섰다. 내내 하던 대로 1부에서는 뗏세라에 있는 기도문을 모두가 2층 경당에서 바쳤다. 해마다 이맘때면 하던 행사지만 기도문을 합송하는 내 몸과 마음이 다른 해보다 더 경건하게 바쳐졌다. 그동안 35년여를 이 행사 치르면서 옛적 내가 단장을 할 때면 즐거움과 열성으로 연습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팀마다 단합하여 신앙 안에서 장기 자랑을 연습하느라 단원들이 몸과 마음이 하나가 되었다. 어느 해던가? 제일 고령 80대 맏형님은 그래도 참여케 하느라 도라지타령을 끝에 색종이 꽃을 뿌릴 때, 가운데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뿌리게 했다. 귀가 때 그 외인 가족은 홀 노모님이 기쁘게 그 행사에 참여하시는 걸 보고는 그날 이후 마음이 움직여지기 시작했다. 약국 하는 아들 내외와 남매의 손주들도 이듬해 모두 영세하여 성가정이 되기도 했다.
나도 노년이 되어 이 행사에 참여하니 옛 생각이 필름처럼 떠올라 잠시 추억이 엊그제 일 같이 떠올랐다. 그즈음 우리 성당 무대에서는 저녁에 하는 남자 단원 팀에서 관악기 연주를 하였다. 거기에는 우리 젊은 보좌신부님도 밀짚모자를 쓰시고 동참하셨다. 우리 관객 단원들은 박수도 쳐가며 모두 하나가 되었다. 한 참 흥겨운 시간이 지나자 어느 부부 단원이 나와서 듀엣으로 노래를 불렀다. 둘 다 성악을 하기도 하지만 목소리도 청아하고 참 고왔다. 노래 가사도 곡도 부부의 목소리와 표정도 우리들의 마음을 숙연케 하였다. 누구의 작사 작곡인지는 모르지만, 모두가 그들의 노래에 심취하였다.
<새로운 나를 지으셨네>
갈라진 나의 마음을 메마른 나의 영혼을 사랑인 주님께서 치유하셨네.
새로운 나를 지으셨네.암흑 속에서 길 잃은 주의 영혼을 애절하게
부르시는 소리 들었네. 구원의 음성 들었네.
감사해 감사해 주 나를 다시 세우셨네.
새로운 나를 다시 지으셨네. 주님께 감사해.
< 여 정 >
나의 눈가에 주름이 지고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잠시 눈감고 뜬것 같은데 어느새 여기 있습니다.
가슴 아픈 날도 많았었고 기쁜 날도 있었습니다.
짧은 여정을 뒤돌아보니 하느님의 은혜입니다.
지금까지 나의 여정은 모두 하느님의 은혜라
지금까지 나의 모든 여정 인도하셨네.
나의 모든 여정을 모두 하느님께 맡기리라.
나의 삶 마치는 날까지 붙드시리.
이렇게 Cu. 행사 후반부에서 예전에는 팀마다 장기 자랑을 열연하여 그 열기로 가득하기도 했다. 올해 우리 성당에서는 이 행사를 색다르게 하여 우리 단원들 모두가 하느님의 은혜에 심취하였다. 맨 끝에는 가톨릭 성가 271번 '로사리오기도 드릴 때'의 성가를 모두 함께 불렀다. 그때 나의 가슴속에선 울컥울컥 그동안 견뎌왔던 인내와 감사가 요동치며 눈물이 솟구쳐 노래를 울먹이며 불렀다. '아~내가 이렇게 견디며 다시 일어선 것은 여러 주변 도움과 기도도 있지만, 주체인 나의 저변에 깔린 신앙이구나! 그중에서도 영세 하자마자 레지오 신심 단체에 입단하여 신앙을 키워 온 덕분이란 걸 절감하였다. 거기에 여기 유성 원신흥 본 당 지역에 이사 와서 내가 좋아하는 글쓰기도 시작하여 투병도 거의 극복하였다. 그 저변에 깔린 여러 은인의 기도와 격려로 힘을 얻어 '다시 일어서다'로 책도 출간하여 세상에 내놓았다. 2025년 새해에는 옷고름도 고쳐 매고 허리춤도 되잡아 새롭고 희망찬 새해를 맞이하고 싶다. 주님! 참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