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0.27(일)
창선초등학교 제자들의 방문
창선초등학교 76회 졸업생인 혜은이가 한글날 만나러 온다는 걸 선약이 있어서 뒤로 미루었는데 바로 오늘이다.
그동안 혜은이가 얼마나 더 예뻐졌을까? 친구들을 몇 명이나 불러 모아 올 것인가? 나를 찾아오는 제자들은 누구누구일까? 통화를 하니 내가 읍에 들어와 있는 줄 모르고 우리 마을까지 가 있었다.
“몇 명이 왔니?”
나는 가장 궁금한 것을 먼저 물었다. 나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점심대접은 내가 하고 싶어서였다. 네 명이란다. 아내의 권유가 일반 한식집이나 고깃집보다 ‘의령소바’가 그들이 좋아한다는 말을 믿고 그 집 앞에서 기다리다가 소변이 마려워 화장실에 간 사이에 도착했는지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건너편에 차를 대고서 나를 보고 손을 흔드는 혜은이, 먼 곳에서도 알아볼 수 있겠다. 혜은이는 학교 다닐 때부터 유난히 살결이 희어 백옥 같았다. 우르르 차도를 건너 웃음을 달고 나타나는 네 제자들! 그런데 진아는 몇 년 전에 한번 찾아왔기에 기억이 나는데 둘은 얼른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런! 누구더라?
친절하게 자기 이름을 댄다. 그 유명한 제자 박선지와 김기자다. 왜 유명이라고 붙이느냐면 이들이 그때 경남학생학예체육대회에 남해군 대표로 가서 선지는 운문에 장원, 기자는 산문에 차상을 받고 내 어깨에 힘을 주던 제자들이라서 그렇다. 둘은 글 쓰는 재질을 갖고 있어 내가 아끼던 제자다. 기자는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선지는 제주교육대학을 졸업하고 진주 가좌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특히 선지는 아버지가 노무현 정권 때 농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박홍수의 둘째 딸이라 상처를 주지 않으려고 대화에 신중을 기했다.
강진아는 지금 창원에서 직장생활을 하는데 예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초등학교 시절부터 MBC 피디가 모델을 삼았으면 좋겠다고 입맛을 다시던 제자다. 진아는 중학교때 기자, 선지, 은순, 혜연과 금산에 같이 등반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그때 다른 등산객들이 이 다섯 제자의 발랄한 모습을 보고 어쩌면 하나같이 미인들이냐며 나에게 물어 괜히 내 자신이 미남인 된 것처럼 기뻐했다.
혜은이는 통영에서 전학해 온 제자로 지금은 다시 통영에서 살고 있다. 어찌 보면 덜렁대는 것 같으나 추진력이 대단하고, 궂은일, 힘든 일을 도맡아하는 마음이 참 고운 제자다. 학교 다닐 때 점심을 다 먹으면 기다렸다가 내 식반을 가져가는 효녀 같은 제자였고, 애를 먹이던 남학생하고 짝지로 앉혔더니 누나처럼 따뜻하게 보살피던 갸륵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
다행히 이들 동급생 서른다섯 명의 이름을 출석번호대로 줄줄이 꿰고 있어 내가 이름을 들먹이면 혜은이는 스마트폰으로 저장했던 그들의 사진을 보여주어 한자리에서 혜은이의 공로로 제자들의 근황을 다 알아볼 수 있었다.
점심을 주문하고 내가 지갑을 꺼내려니까 자기들이 이제는 낼 수 있다며 팔을 끌며 만류한다. 이들이 벌써 스물아홉 살의 노처녀이다. 내가 결혼 안 하느냐고 묻자 40대가 되어야 노처녀 축에 들어간다며 혜은이는 돈이 없어 못 간단다. 기자는 애인이 있다하고, 진아와 선지는 아직 계획이 없단다.
자리를 옮겨 카페에 가서 국화차를 마시며 쉴 새 없이 대화가 오고갔다. 지금 생각해 보니 괜히 학문적인 딱딱한 이야기를 오래 했다는 후회가 인다. 제자들의 목소리들을 더 많이 듣고 나는 듣고 있어야했는데.
헤어질 때는 길거리이지만 하나씩 안아주었다. 내 사랑하는 제자들! 시간을 쪼개어 부산에서 창원에서 진주에서 통영에서 온 그들의 성의가 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지금 이 시각에 도착을 했는지 문자메시지가 날아온다.
첫댓글 아이고 예쁜 제자들 이야기ㅡㄹ 읽고 있으려니
샘이 좀 납니다.
우리들보다 젊고 예쁜 제자들이 우르르 달려 왔다니
샘이 나서요. 아 앞이 안보여요~~~~~~~~~~
그렇지만 존경하는 우리 선생님을 찾아 뵈러 온 마음들이 가상하여
음 꾹 참고 우리의 후배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보내기로 마음을 바꿉니다^^
참 예쁜 아가씨 들이군요.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선생님을 모신 선후배로 같이 한번 모여볼까요
괜찮은 생각이지요? 선생님!!
그러면 멋진 모임이 될 것 같은데
내 입장으로 봐서 굉장한 사건으로 토픽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