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이 전자발찌 살인범 키운 셈’ 유명무실 ‘교정’ 뭇매
국민일보
박민지 기자
2021-08-30 18:09
30일 법무부가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착용자의 재범 방지를 위한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 위치추적중앙관제센터의 모습. 연합뉴스
10대 절도범이었던 강모(56)씨가 복역과 출소를 반복하다 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두 명의 여성을 살해한 살인 피의자가 된 것은 ‘교정 시스템 실패 탓’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교정 기능 무력화가 강씨를 전과 14범의 ‘만성적 범죄자’로 만든 배경이 됐다는 지적이다.
공정식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30일 “강씨의 범죄는 교정을 거치며 오히려 진화했다”며 “성(性), 절도, 폭력 범죄가 복합적으로 얽혀 살인이라는 흉악 범죄로 표출된 것”이라고 말했다. 오랜 수감을 통해 오히려 현실 부적응이 발생하는 부작용을 낳았다는 의미다.
강씨는 만 17세에 절도를 시작으로 범행 이력을 쌓았고 30살이던 1996년 첫 성범죄를 저질렀다. 39살이던 2005년에 또다시 여성을 흉기로 위협하고 금품을 빼앗은 후 강제추행해 15년을 복역한 뒤 지난 5월 사회로 나왔다. 법원은 전자발찌를 5년간 부착할 것을 명령했지만 강씨는 출소 3개월여 만에 전자발찌를 끊고 살인을 저질렀다.
23년간(보호감호 4년 제외) 구치소와 교도소에서 복역과 출소를 8번 반복하는 과정에서 강씨는 만성적 범죄자로 변해갔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에 절도를 시작한 강씨는 50대에 이르러 살인범으로 진화했다”며 “사실상 직업이 범죄자가 되도록 국가가 방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 교수는 “재범 방지의 핵심은 수감 중 교정 교화 기능을 강화하는 것인데 현행 교정 프로그램은 유명무실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강씨는 범행을 거듭하면서 범죄 유형이 다양해지고, 정도 역시 심해졌다. 초기 범죄는 절도와 폭행에 그쳤지만 이후 성범죄가 더해졌고, 급기야 살인이 추가됐다. 이번 살인도 두 명의 여성을 상대로 비슷한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는데 이 역시 앞선 범행을 통해 학습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살해한 여성의 시신을 실은 차량을 끌고 직접 경찰서를 찾아 자수한 것도 그동안의 범죄 경험이 바탕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강씨는 “어차피 잡힐 것 같았다”는 취지로 자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 교수는 “여러 번 체포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잡힌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동시에 자수 감경을 알고 노렸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랜 수감 생활로 도피 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웠던 데다 범행을 숨겨 줄 사람을 찾기 어려워 자수를 선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교수는 “오랜 수감 탓에 생활 기반이 조성돼 있지 않아 도주를 포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가 더 이상 중형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에 제 발로 경찰서에 갔을 것이란 해석도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출소자의 사회 적응 가능성 및 재범 위험성에 대한 평가 시스템과 전자발찌 시스템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 교수는 “출소 전 선행돼야 하는 재범 등에 대한 평가 과정이 안일했다”며 “현재의 전자발찌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기 때문에 출소자에 대한 감시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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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016219054&code=61121111&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