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식의 지구촌여행' <제13회>
‘잃어버린 우리 땅’, 쓰시마(對馬島) 紀行
① 대마도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가까운 섬이다
1999년 부산-대마도 항로를 처음으로 개설하여, 한국인들이 본격적으로 대마도 여행을 시작하게 했던 대아고속해운의 씨플라워(Sea Frower)호가 부산항 제1부두 부산 국제여객터미널을 출발한 것은 8월 17일(토요일) 10시 20분이었습니다. 터미널을 떠난 객선은 오륙도와 영도 아치섬 사이를 향해 서서히 나아갔습니다. 창 너머로 영도섬이 바라보였습니다. 영도는 내가 코흘리개 철부지 때부터 결혼하여 세간을 나기까지 삼십 년 가까이 살았던 곳. 내 인생 초반부의 추억은 모두 거기에서 만들어졌습니다.
1960년대에 중·고등학교를 다녔던 영도 친구들끼리 대마도로의 밀항을 꿈꾸었던 추억담을 이야기하는 일이 있습니다. 실제 실행에 옮겨 부모의 속을 태운 경우도 가끔 있었는데, 노를 젓는 덴마에 식수용 물통과 카스테라를 잔뜩 싣고 대마도를 향해 떠났다가 바람을 만나 가덕도나 거제도 해안으로 떠밀려 오곤 했습니다. 또 친구들과 수영을 하다가 “대마도까지 헤엄쳐서 가보자”하고 만용을 부리던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처럼 무모한 일을 벌일 수 있었던 것은, 대마도가 영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태종대에서나 영도의 최고봉인 봉래산 정상에 서면 대마도는 항상 손에 잡힐 듯 지척에 있었던 것입니다.
당시에는 일반 성인들 중에도 일본으로 밀항하려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고깃배의 어창에 숨어 밤중에 떠나면 다음날 해뜨기 전 컴컴한 시간에 일본 땅에 내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본 땅이라 여기고 상륙하여 숨어 있던 곳은 실은 한국 땅이었습니다. 밤새 남해안 일대를 맴돌다가 거제도 해안에 내린 밀항자들이 밝은 날 아침에 처음 만난 한국 사람을 일본인이라 생각하고 조심스레 일본말을 건네는 광경을 상상해 보십시오. 그처럼 우스운 일은 실제로 많이 있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5층 음악실의 남쪽 창가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 속에 대마도가 자리 잡고 있음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대마도는 멀지 않은 곳에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다대포 해수욕장과 몰운대가 내려다보이는 우리 집 아파트 베란다 창가에서도 날 맑은 날이면 남남동쪽 방향으로 대마도를 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대마도가 잘 보이는 날이면 3-4일 후 반드시 비가 온다는 속설이 있습니다. 대마도와 가장 가까운 한국 땅은 거제도의 남단에 위치한 가라산 기슭의 다대리입니다.(대마도의 북단 와니우라까지 49.5km) 그 다음이 부산의 남단인 다대포로서 대마도까지 50.5km라 합니다. 이 두 곳의 공통 이름인 '다대'(多大)의 지명 유래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우리의 옛 기록에는 '다대'란 지명이 나타나지 않으나 일본측 기록에는 나타나는 것으로 보아 일본과 관련이 깊은 곳들이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대마도를 일본에서는 전통적으로 津島라 표기해 왔습니다. 우리말로 나룻섬이라는 뜻입니다. 한국과 일본의 사이에서 나루의 구실을 한다고 해서 붙인 이름일 것입니다. 대마도에서 제일 가까운 일본 본토인 기타큐슈(北九州)의 후쿠오까(福岡)까지 132km라고 하니, 대마도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가까운 섬인 것입니다. 대마도의 북단에서 남단까지의 거리가 82km(동서의 폭은 18km)이므로 북단의 와니우라에 사는 사람들이 남단의 이즈하라에 가기보다 부산에 오는 편이 가깝습니다. 일제시대에 정기 여객선이 다닐 때에는 임산부가 3시간 동안 배를 타고 와서 부산의 대신동에 있는 병원에서 출산을 하였다고 하며, 평상시에도 대마도 주민들이 부산에 와서 쌀을 사고 시장을 보며 영화 구경도 한 후 돌아가서 그 쌀로 밥을 지어 먹었다고 합니다.
<皇明從臣錄>이란 책에 의하면, 순풍에 돛을 달고 배를 띄울 수 있는 날이면 부산까지 반날이면 도착한다고 하였고, 항해술에 능했던 경상도 사람들의 표현을 빌면 ‘돛을 달면 한 담배참쯤’으로 당도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요즘은 부산에서 대마도 북단의 히다카쓰(比田勝)항까지 운행하는 여객선의 소요시간은 1시간 20분입니다. 비틀호와 같은 쾌속선으로는 45분만에 갈 수도 있습니다. 대마도는 일본보다 한국이 더 가까운 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