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사랑합니다 (2010, 118분 감독_추창민)
한국 만화계의 거성중 하나인 강풀이 지은 동명의 만화를 기반으로한 영화가 개봉하였다. <순정만화>, <아파트>, <바보>, <타이밍>, <26년>, <그대를 사랑합니다>를 비롯한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낸 강풀은 삶의 경험이 적을 젊은 나이와 그의 부족한 그림 실력에도 불구하고, 삶이 묻어나오는 진지하고 탄탄한 스토리를 만들고 만화적 문법의 정석을 보여주는 구성방법을 구사하여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안겨주어왔다. 그의 그림체를 처음 볼시에는 다들 너무 못그렸다고하지만 그런 그림체로 오싹한 느낌이 들게하는 만화 <아파트>나 서스펜스를 느끼게해주는 <26년>, 감동을 안겨주는 다른 작품들을 보노라면 그림실력을 넘어선 작가의 힘이 느껴진다.
허나 2011년 작품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상당히 잘만들어져서 드디어 강풀만화를 기반으로하는 잘만든 영화가 하나 탄생했는데, <마파도 2005>로 영화에 있어서 배우 선택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사랑을 놓치다 2006>로 시나리오상 완급 조절의 중요성을 배운 추창민 감독이 마이크폰을 잡아서 만들었다. 아직 완급 조절을 원숙하게 익히지는 못하였는지 초반부는 약간 지루한 면도있었으나 중반을 넘어 '위기', '절정', '결말'에서의 그의 편집기술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원작보다 낫다고는 말못하나 원작과 같은 정도의 감동을 불러일으키며 심지어 마지막 환상씬에서의 함축과 상징은 원작보다 낫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그리고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배우 선택에 있어 큰 성공을 거두었는데 이순재, 송재호, 윤소정, 김수미 이 네분의 윈로배우들이 아니었다면 이러한 수작이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원작에서 바로 현실로 튀어나온듯한 이순재와 송재호의 배역과 진지한 역할과 코미디의 중도를 걷는 법을 몸으로 체득한 김수미의 열연, 처음으로 가난하고 고된 인물을 맡았지만 잘 소화해낸 윤소정의 연기내공은 초중반부 완급조절에 실패한 감독의 실수를 무마해주고 중후반부 영화의 뒷심을 제대로 발휘하게 해준다.
작품 <그대를 사랑합니다>는 노년의 사랑과 삶을 이야기하나 그를 기존 영화에 나왔던 전형적인 노인의 관점으로 서술하지 않는다. 좀더 보편적인 젊은 이들도 쉽게 공감할수있는 인간 대 인간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기존에는 노인이라는 점을 들어 마치 젊은 이들과는 어딘가 다른듯한 인물들이 나왔다면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 2002>이후로 조금씩 나오기 시작한 노인도 젊은 세대와 똑같이 느끼고 감동하며 사랑하고 새로이 무언가를 시작하기도하는 인간이라는 것을 말하기 시작했고 <그대를 사랑합니다>에서 그러한 새로운 관점이 '완성'되었다.
만화와 영화 모두에서 부각되는 '보름달'이라는 음(陰)과 죽음, 반복되는 시간과 세월의 상징은 젊은 이들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허나 아직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있으며 반복되는 세월처럼 새로이 무언가를 시작하기도하는 주인공들을 나타내준다.
마지막 김만석 할아버지의 죽음 장면에서 등장한 다시금 송이뿐 할머니를 만나러 시골로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두분이 드라이브를 하며 달과 별이 빛나는 하늘을 지나는 장면은 김만석 할아버지의 죽기전 상상장면으로 군봉의 부인이 벽에 그렸던 별과 보름달의 이미지, 달동네에 떠있던 보름달의 이미지를 가지고 죽음과 추억의 이미지로 관객에게 다가온다. 심지어 필자는 오토바이를 타고 가는 만석과 송씨의 모습이 보름달의 중앙을 지나는 장면에서 마치 자동차의 헤드라이트가 둘을 비추는 교통사고 직전의 위태위태하면서도 너무나 안타까운 장면이 연상되기도하였다. 그리고 헤드라이트나 가로등과 보름달의 비교는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으나 원작에는 송씨 전남편의 죽음 장면에 사용되었고 달의 죽음의 이미지는 자살을 결심하는 군봉이 주차장 관리소의 둥근 백열등을 처다보는 장면에도 등불과 달이 연상작용이 되며 사용되었다.
인생은 그믐달과 보름달이 반복되는 것처럼 파괴와 창조, 다른이름으로는 죽음과 탄생이 반복되며 나아가게된다. 무언가 잃는것이 있으면 새로이 얻는것이 생기고 나이가 몇이든 어느 시점이던 간에 무언가 새로운 것을 시도하게 되고 반면에 해왔던 것은 좌절되는 등 반복의 연속을 겪으며 차근차근 조금씩 조금씩 고된 언덕을 올라가는 것이 인생이다. 송씨와 만석이 그 삶의 마지막 꼭대기에서 죽음과 추억(보름달)을 마주보며 언덕을 올라오는 서로를 기다렸듯이 내 삶의 언덕 꼭대기에서는 무엇을 볼수있을지 생각해보게한다. 그리고 오늘부터라도 삶을 대하는데 있어 좀더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작을 하해야겠고 인생의 선배이자 언덕을 조금 멀리 올라가고 계시는, 그렇기에 더 먼저 꼭대기에 오르고 마실 어버이께 지금까지 많이 못한만큼 정말로 잘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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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소와달에스키스 원문보기 글쓴이: 소와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