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zt, Symphonic poem No.3 ‘Les préludes’

리스트 교향시 3번 ‘전주곡’
Franz Liszt
1811-1886
Valery Gergiev, conductor
Wiener Philharmoniker
Sommernachtskonzert Wien
Schloss Schönbrunn, 2011.06.02
Valery Gergiev/WPh - Liszt, Les Préludes
쇤브룬 궁전에서 열린 ‘2011 빈 여름밤 콘서트’ 공연 중 하나입니다. 쇤브룬(아름다운 샘) 궁전의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연주회가 넘 황홀합니다. 리스트도 하늘에서 자신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이 공연을 보았다면 대단히 만족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젊은 시절 프란츠 리스트는 ‘피아노의 파가니니’로 명성을 날렸다. 그는 당대의 어떤 피아니스트보다도 화려한 테크닉과 현란한 쇼맨십을 과시하며 청중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최고의 비르투오소로 각광받았고, 나아가 근대 피아노 연주의 개념을 새로이 정립한 독창적이고 위대한 연주가로 존경받았다. 하지만 30대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그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순회연주가로서의 요란한 인기와 부를 뒤로 하고 보다 진중한 행보로 인생의 새 장을 열어나갔던 것이다.

초인적인 창작력을 선보인 바이마르 시대
리스트의 변신은 한 여인과의 운명적인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1847년 2월, 리스트는 러시아의 키예프에서 카롤리네 자인-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을 처음 만났다. 당시 남편과 별거 중이었던 그녀는 리스트를 추앙하는 다른 무수한 여인들과는 뭔가 달랐는데 리스트와 마찬가지로 깊은 종교적 감성, 문학에 대한 애착, 그리고 담배에 대한 열정을 지니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이내 사랑에 빠졌고, 카롤리네는 러시아 남부에 있는 자신의 성으로 리스트를 데려갔다. 거기서 그녀는 순회연주 활동은 그만두고 작곡에 전념하라고 그를 설득했다. 연인의 의미심장한 충고를 받아들인 리스트는 9월의 엘리자베트그라드 공연을 마지막으로 피아니스트로서의 활동을 접고, 그 이듬해 독일의 소도시 바이마르로 가서 궁정악장 직을 수행하기 시작한다. ▶리스트가 사랑한 카롤리네 자인-비트겐슈타인 공작부인.
카롤리네의 내조를 받으며 바이마르에 머물던 1848년에서 1861년 사이, 리스트는 가히 초인적인 업적을 쌓아올렸다. 먼저 그는 지휘자로서 무려 44편의 오페라를 바이마르 궁정극장 무대에 올렸는데, 그 중에는 바그너의 <로엔그린>을 위시한 25편의 동시대 작품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아울러 그는 후학들을 위한 강습회를 여는 한편, 작곡가로서도 놀라운 창작력을 발휘했다.
유명한 <피아노 소나타 b단조>, <초절기교 연습곡집>, <시적이고 종교적인 하모니> 등 성숙기의 주요 피아노곡들을 썼고, 피아노와 관현악이 어우러지는 피아노 협주곡 두 편과 <죽음의 무도>도 배출했다. 무엇보다 그의 관현악 작품들 가운데 대다수가 이 시기에 쏟아져 나왔는데, 그 목록에는 <파우스트 교향곡>, <단테 교향곡> 등과 더불어 12편의 교향시들이 포진하고 있다. 교향시(symphonic Poem)란 관현악에 의한 표제음악의 일종으로, 말 그대로 ‘교향곡 symphony’과 ‘시 poem’라는 두 개념이 만나 낭만주의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장르이다. 간략히 말해서 ‘시적인’ 내용을 ‘교향곡적인’ 형식 속에 담아낸 음악인데, 다만 교향곡과는 달리 단악장 구성을 취한 형태가 일반적이고, 이런 맥락에서 기존의 ‘연주회용 서곡’과도 관련이 깊다. 이 장르를 창시한 장본인이 바로 바이마르 시절의 리스트였다. 그는 <타소>, <오르페우스>, <마제파> 등 모두 13편의 교향시를 남겼는데, 여기 소개하는 <전주곡>(Les Préludes)은 그 중 가장 유명하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Bernard Haitink/LPO - Liszt, Les Préludes
Bernard Haitink, conductor
London Philharmonic Orchestra
1968.11
추천음반
우선 공히 레퍼런스적인 ‘리스트 교향시집’을 남긴 베르나르트 하이팅크와 쿠르트 마주어를 짚고 넘어가야겠다. 하이팅크와 런던 필하모닉은 잘 다듬어진 앙상블과 무리 없는 전개로 견실한 인상을 주고, 마주어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호방한 사운드와 남성적인 기백이 돋보인다. 다만 극적인 연출이라는 면에서 전자는 너무 무난하게, 후자는 너무 대범하게 접근한 듯하다.
보다 특별한 연주를 원한다면 베를린의 두 거장, 페렌츠 프리차이와 카라얀에게로 눈길을 돌릴 필요가 있다. 베를린 라디오 심포니를 지휘한 프리차이의 연주는 스테레오 초기의 낡은 음질이 못내 아쉽지만, 세부까지 공들여 다듬어낸 표정의 다채로움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풍부한 상상력, 그리고 강건한 극적 흐름이 일품이다. 카라얀과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는 지휘자 특유의 연출이 지나치게 작위적인 감도 없지 않지만, 이른바 ‘낭만적 판타지’의 아우라가 전편을 지배하는 개성 만점의 연주이다. 한편 최근의 음반들 중에서는 시대악기 오케스트라의 독특한 음색과 울림을 앞세운 요스 판 이메르세일과 아니마 에테르나의 연주가 특히 흥미롭다.
글 황장원(음악 칼럼니스트) 클래식음악 감상실 ‘무지크바움’ 실장과 한국바그너협회 사무간사를 역임하였다. 무지크바움, 부천필 아카데미, 성남아트센터, 풍월당에서 클래식음악 교양강좌를 맡고 있다. <객석>, <스테레오뮤직>, <그라모폰>, <라무지카> 등에 칼럼을 기고했고 현재 서울시향 프로그램 노트를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