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아이들은 피서 가는걸 별로 신나지 않는듯하다. 딸은 고1, 아들은 중3이거든,
저희 친구들끼리 가라고 하면 부모님 최고!!!!하며 신나게 다녀 올텐데....
대천에 간 이유는 맨날 동해안만 갔더니 좀 밋밋한거 같아서 밀물, 썰물도 보고, 낙조도 감상하고, 갯벌에서 조개도 잡고, 야간에는 해수욕장의 이벤트도 감상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서해안 최대의 해수욕장인 대천으로 모텔을 예약하고 떠났지(우리는 늘 바닷가에 붙어있는 모텔을 이용한다)
새벽 6시 출발하여 구리 판교 고속도로로 계속 달렸더니 자동으로 서해안 고속도로로 연결되더라, 운이 좋았던지 시속 100킬로미터로 달려 아침 9시에 도착, 너무 빨리 도착했기 때문에 모텔에 짐도 못 풀고 할 수 없이 비상용으로 가지고 간 텐트를 모래사장에 치고 아침부터 해수욕을 시작했지, 물이 흙탕물이라 동해안의 검푸른 파도가 자꾸 생각난다. 그러나 동해안보다 좋은점은 하루 종일 물에 들어앉아 있어도 안 춥다. 동해물은 30분정도 있으면 입술이 파랗게 질리는걸 경험했었거든, 그런데 불상사가 생겼다. 영신냇가에서 담방구지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나는 물에만 가면 잠수해서 뭐가 있나? 하고 들여다 보는게 취미가 되어버렸지. 물안경을 쓰고 물속을 잠수해서 훑어보았더니 불가사리 밭이더라. 어메 징그러워! 사람들은 불가사리를 밟으며 놀고 있는 것도 모르고.....후후,, 알면 다 도망갈텐데, 그런데 악! 발바닥이 갑자기 무엇에 찔린 듯 통증이 찾아온다, 유리병에 찔린 줄 알고 발을 끄집어내보니 피는 나지 않은 걸 보고 아하, 성게에 찔린 걸 금방 알았지, 성게의 날카로운 침이 20개정도 박혀 있는게 아닌가? 밖으로 얼른 탈출하여 바늘 찾아 삼만리... 바늘은 못구하고 가시도 제대로 못 빼고 그냥 참고 해수욕을 했지. (나중에 엄청 고생했음)
점심은 라면을 끓이려고 하니 해수욕장에서 취사는 금물이라는 방송이 나오는거 있지, 그래도 이번 한번만 하고 눈딱 감고 라면을 얼른 끓여 뚝딱 먹어치우니 더운데 땀을 뻘뻘 흘리며 마시는 매운 국물 그 맛, 잘 아시죠? 네시쯤 되니까 우리 애들은 해수욕은 그만하고 디지털 카메라로 정신없이 서로 모델이 되어 사진만 찍었다 지웠다. 하고 있더라. 분위기를 직감하고 모두 철수하여 모텔로 들어갔지. 온돌방인데 1박에 10만원에 예약, 원래 2박 하려고 했으나 아들녀석이 내일 서울로 올라가자고 한다, 딸의 의견을 물으니 역시 같은 의견이다, 두 말 않고 그러자고 했다. 이유는 올라가서 컴퓨터 오락, 친구들과 채팅하는게 훨씬 좋다고 한다.
저녁때 우리는 외식하려고 밖으로 나왔는데 뭔가 색다른 분위기를 접해보자고 불타는 조개구이집으로 식구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아들녀석은 벌레 씹는 듯 조개 3점 먹고는 배부르다고 나자빠진다. 혼자 소주 한 병을 해치우는데 술맛 안나더구나. 식사를 끝내고 뭐 좋은 구경거리 없나하고 식당주인한테 물어서 레이저쑈, 난타공연을 보러갔다. 큰 해수욕장에 오면 밤에 볼거리가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입장료 7000원이 아깝지 않았다. 레이져 쑈, 난타공연을 보면서 여름밤에 생맥주 마시는 기분을 네들이 아느냐? ㅎㅎㅎ
내일은 고군산 열도 유람선이나 타고 서울로 올라가려고 계획을 세우고 취침.
아침에 모텔방에서 라면을 또 끓여 먹고(가지고 온 김치를 다 없애기 위해서) 10시쯤 군산으로 출발, 군산항에 도착하여 유람선을 탔는데, 관광버스 3대에 할머니 할아버지, 아저씨 아주머니들이 잔뜩 동행, 분위기 알만하지? 그런데 그중 한대는 문경관광이더라고,,, 그 먼데서 여기 전라도까지 오다니..아무튼 문경이란 단어만 보아도 반갑더라. 2시간 정도 유람선을 탔는데 군산앞바다는 방파제를 잘 만들어 어마어마한 공업단지로 변모하고 있더구나, 말 많은 새만금 간척지도 보면서 고군산열도에 도착, 선유도해수욕장에서 1시간정도 시간을 주는데 이국적인 풍경이었지. 오토바이를 개조한 택시도 그렇고, 섬과 섬을 이어주는 다리, 바쁘게 움직이는 주민들의 장사하는 모습 들이 동남아시아에 온 것 같았어, 선유도 해수욕장은 대천보다는 물이 맑으나 동해안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더구나. 해수욕장이 아담하다는 것 뿐, 별로 권할만한 곳은 못되더라, 다시 유람선을 타고 돌아오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놀러 다니면 꼭 술을 먹는다, 아마 전세계에서 주당들의 천국이 우리나라가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래서 나는 절대로 이민 안간다, ㅎㅎㅎ. 아까 선유도에서 싱싱한 회를 안주삼아 다들 한잔하다가 출항시간이 되어 먹든 안주 들고 배안에서 술파티가 여기저기서 벌어진다. 하긴 우리친구들도 그렇지만 ㅎㅎㅎ, 사실, 10년후의 우리 동창들을 보는 것 같았어. 배 밑선실에는 단란주점 비슷한 노래방이 있는데 노래는 공짜,술한잔한 승객들이 내려가 노느라고 난리다. 촌노들의 춤솜씨는 막춤이지 뭐, 지루박이나 부루스는 아무도 안하더구나, (나는 왠지 알지, 나이가 먹을수록 체면을 중시하거든,) 주로 5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들이다, 나중에 우리도 이런 분위기를 한번 시도해 보는게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우리 애들은 실망한 듯, 경치도 구경않고 의자에 기대어 잠만 자고 있다.
내년에는 데리고 다니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군산 열도의 경치는 그저 그렇다, 남해안의 한려수도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나 할까?
아무튼 하루를 그렇게 보내고 군산에서 저녁6시에 서울로 출발, 충남 홍성부터 길이 꽉 막히길래 국도로 빠져나와 물어 물어 평택으로, 거기서 다시 경부고속도로로 올라와 집으로 잘 왔더니 11시 30분, 집 근처 해장국집에서 저녁 먹고 여행 끝. 우리 아들은 집에 오자마자 야밤에 컴퓨터를 시작한다. 오 마이 갓 !
불타는 조개구이
고군산행 유람선에서
선유도 전경
첫댓글 시원한 여름휴가 잘다녀왔네 .애들이 머리가 커지면 저들끼리 다니는걸 좋아하지..내린천가서 확실하게 여름휴가보내고와. 원규는 수영못한다고 걱정이 많은가본데 그래도 물에 빠뜨려야 되지 않겠나 재밌게 놀다와 나도 가고시퍼 ㅎㅎㅎ
그래! 너의 진솔한 가정사 잘 들었다.. 부디 웰빙하는 가족인생이 되도록...................
요새 지갑이 잘 열리지 않는다는데, 재식이 지갑은 수시로 잘 열리네.행복한 가족사진 참 보기좋다.모든 졈촌지기들,행복하고 건강한 하루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친구들도 피서갔다오면 간단한 체험기록을 올리면 좋겠다. 이런것이 생생한 글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