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1월 24-31일 필리핀 세부 대교구에서 열려 -
- 성체행렬, 본당과의 만남, 성당 순례 등 현지 교회 문화체험 다채 -
한국천주교주교회의는 2016년 1월 24일(일)-31일(일) 필리핀 세부에서 열리는 제51차 세계성체대회에 한국 대표 장봉훈 주교(청주교구장)를 비롯한 41명의 공식 순례단을 파견한다.
세부 대교구 측은 71개국 8천5백여 명이 이번 세계성체대회에 참가한다고 밝혔다.
세계성체대회는 전 세계의 신자들이 한데 모여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성체에 대한 사랑과 신앙을 공적으로 드러내는 국제 행사다. 4년마다 열리며, 개최지는 지역의 교회 역사와 상징성, 시의성을 고려해 교황이 선정한다.
필리핀은 1937년 마닐라에 이어 또 한 번 세계성체대회를 개최함으로써, 프랑스(12회), 벨기에(5회), 이탈리아, 스페인(각 3회), 캐나다, 호주, 미국, 아일랜드(각 2회)에 이어 여덟 번째로 세계성체대회를 두 번 이상 개최한 국가가 됐다.
역대 성체대회 개최국은 27개국이며, 우리나라는 1989년 10월 서울에서 제44차 세계성체대회를 개최했다.
▲필리핀 세부 대교구 신자들이 2015년 12월 12일 세부 주교좌성당에서 열린
‘자비의 문을 여는 예식’에 참례하고 있다. (사진 출처=세부 세계성체대회 조직위원회)
▲1월 27일 비지타 이글레시아(성당 순례) 방문지 중 하나인 세부 예수 성심 성지.
개막 미사는 1월 24일(일) 오후 4시, 필리핀이 미국으로부터 독립한 것을 기념해 조성된 세부 시티 독립 광장(Plaza Independencia)에서 열린다. 주례는 이번 성체대회 교황 특사로 파견된 찰스 마웅 보 추기경(미얀마 양곤 대교구장)이 맡는다.
25-30일 오전에는 공식 행사장(IEC Pavillion)에서 교리교육 강연이 있다.
▲피터 코도 아피아 턱슨 추기경(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 가나)
▲오스왈드 그라시아스 추기경(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 의장/ 인도)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국제 카리타스 의장, 필리핀 마닐라 대교구장) 등이 강연자로 나선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화 강연도 6차례 마련되는데, 그 중 30일(토) 오후에는
▲서울대교구 농아선교회 박민서 신부가 “아시아의 청각장애인 사목”을 주제로 강연한다.
박 신부는 2012년 제50차 대회(아일랜드 더블린)에 이어 2회 연속으로 세계성체대회 연단에 서게 됐다.
순례자들이 현지 교회 문화를 접하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27일(수) 오후 4시에는 세부 시내 14개 성당에서 ‘본당과의 만남’(Parish Encounter)이 개최된다.
28일(목) 오후에는 죄를 뉘우치고 보속하는 의미로 7개 성당을 순례하며 기도하는 필리핀 교회의 전통 예절, ‘비지타 이글레시아’(Visita Iglesia)가 진행된다.
29일(금) 오후 5시 30분에는 세계성체대회의 절정을 이루는 ‘성체행렬’을 한다.
성체행렬은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고 세상에 나아간다는 의미를 갖는 예식으로, 세부 시내의 중심인 세부 의사당(Capitol)에서 독립 광장까지 약 4km 거리의 오스메냐 대로를 따라 이어진다.
30일(토) 오후 6시에는 필리핀 최대의 축제이며 아기 예수님(산토 니뇨: Sto. Niño)을 경배하는 ‘시눌룩’(Sinulog) 공연이 세부 시티 스포츠 센터에서 열린다.
제51차 세계성체대회 폐막 미사는 1월 31일(일) 오후 4시, 세부 섬 해안의 간척지인 ‘사우스 로드 프로퍼티스’(SRP) 광장에서 거행된다. 교황 특사인 마웅 보 추기경이 주례하며, 파견 예식 전에 차기 대회 개최지가 발표된다.
한국 순례단은 본대회에 앞서 1월 22일(금) 필리핀으로 출국, 마닐라 인근에 자리한 ‘롤롬보이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성지’를 찾아 장봉훈 주교의 주례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 미사를 봉헌한다.
23일(토)에는 마닐라 한인 공동체를 방문한다. 24일부터는 세부로 건너가 세계성체대회 일정에 참여한다. 26일(화) 오전에는 세부 산 카를로스 신학교 성당에서 한국 순례단을 위한 교리교육과 미사가 있다.
27일(수) ‘본당과의 만남’ 중에는 마볼로 성 요셉 본당(Mabolo St. Joseph Parish)을 찾아 필리핀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봉헌하며, 한국과 필리핀에서 한 명씩 선발된 신자들이 신앙 체험담을 발표할 예정이다.
순례단은 이후 일정들을 소화한 뒤 대회 폐막 다음날인 2월 1일(월) 귀국한다.
제51차 세계성체대회, 왜 2016년 필리핀인가
제51차 세계성체대회는 2021년 필리핀 교회 탄생 500주년을 준비하는 ‘9년 기도’의 핵심 행사다. 필리핀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신자 비율이 80%를 넘는 국가인 만큼, 이번 대회는 아시아 선교에 대한 관심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교황청 세계성체대회위원회는 제51차 세계성체대회의 주제와 시의성을 설명하는 ‘신학 사목 문서’를 통해, “아시아 선교라는 필리핀 교회의 소명은 교황님들께서 끊임없이 강조해 오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계성체대회는 보통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이 있는 5월 또는 6월에 개최하지만, 이번 성체대회는 1월로 앞당겨 개최한다. 1월은 필리핀 최대의 축제이자 ‘산토 니뇨’(아기 예수님)를 경배하는 축제인 ‘시눌룩’ 기간이다.
“여러분 가운데에 계신 그리스도, 우리 영광의 희망”(콜로새서 1장 27절)이라는 주제는 갈등과 분쟁, 불의가 만연한 세상 속에서, 그리스도 신앙을 새로운 열정과 방법과 표현으로 선포하는 ‘새로운 복음화’를 통해 인류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세부 대교구도 세계성체대회 준비 기간이던 2013년에 두 번의 시련을 겪었다. 10월에는 보홀 섬의 대지진, 11월에는 레이테 섬의 태풍으로 수많은 이재민이 발생했다.
이에 세부 대교구는 성체대회 개막 직전인 23-24일에 ‘가난한 이들과 빵 나눔’(Break Bread with the Poor) 행사를 마련, 각국의 순례단을 대상으로
▲거리의 아이들과 함께하는 오찬(23일)
▲지진으로 무너진 보홀 섬의 성당 방문
▲보홀 신자들과의 만남을 주선할 계획이다.
필리핀에 가톨릭이 전파된 것은 1521년 3월 31일 부활대축일, 포르투갈의 탐험가 페르디난드 마젤란이 세계일주 도중 사마르 섬에 상륙하면서다.
2주 뒤인 4월 14일, 마젤란 일행의 지도신부였던 페드로 발데라마 신부가 세부 섬에 도착해 라하 우마본 추장과 원주민들에게 세례를 주면서 교회 공동체가 처음으로 생겨났다.
1571년 스페인이 필리핀을 정복한 뒤 19세기 말까지 300년 이상 식민통치가 계속되고 여러 수도회를 통해 스페인 선교사들이 들어와 활동하면서, 필리핀 교회는 스페인뿐 아니라 스페인의 식민지였던 멕시코의 교회 문화까지 혼합된 양상을 띠게 됐다.
세부 대교구의 대표 상징물인 산토 니뇨 상, 멕시코에서 전래된 블랙 나자렛 상, 과달루페 성모상 등이 그 산물이라 하겠다.
주최 교구인 세부 대교구는 1934년 4월 28일에 대교구로 설정됐으며, 2013년 말 통계에 따르면 신자 수는 총인구의 88.5%인 407만 명, 사제는 613명, 본당은 145개다.
교구에서 설립한 본당 외에도 거리마다 신자들이 세운 소성당들을 쉽게 찾을 수 있고, 대로변의 본당에서는 주일 새벽부터 밤까지 거의 매 시간 미사가 봉헌되는 등 신앙생활이 일상에 깊이 스며든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